<그랜드 투어> Grand Tour
감독 미겔 고메스 /출연 크리스티나 알파이아테, 곤살루 와딩그통
“내가 본 아름다운 것들을 관객과 나누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개최한 미겔 고메스 감독이 <씨네21>에 전한 자신의 연출론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고메스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그랜드 투어>가 올해 3월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공교롭게 <그랜드 투어>는 고메스 감독의 첫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자 고메스 영화의 첫 한국 개봉작이 되었다. 1917년 대영제국의 공무원 에드워드는 연인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도피성 여행을 떠나고 몰리는 에드워드를 쫓아 아시아를 횡단하는 ‘그랜드 투어’를 떠난다. 그랜드 투어는 인도로부터 출발해 중국 혹은 일본에서 끝내는 여정을 일컫는 단어로, 20세기 초 실제로 성행한 아시아 투어의 일종이다. 2019년부터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을 오가며 영화를 촬영한 고메스는 중국 촬영 도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셧다운이 발발하자 고향 포르투갈에 돌아가 원격으로 현지의 팀을 진두지휘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종교적 제의, 매일의 노동, 전통 인형무 등 각 국가에서 고메스를 매혹한 수많은 푸티지는 동시대의 훌륭한 아카이브 이미지이면서 그 자체로 유려한 비디오아트로 자리한다. /정재현
이번에도 같이 날아볼까 -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감독 딘 데블로이스 / 출연 메이슨 템스, 제라드 버틀러, 니코 파커
용기 있는 주인공은 장애와 결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적확하게 보여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가 실사영화로 돌아온다. 딘 데블로이스 감독의 지휘 아래 완성된 <드래곤 길들이기>는 2025년 여름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연출과 감독을 모두 맡아온 딘 데블로이스 감독은 이번에도 히컵과 투슬리스의 이야기를 생명력 있게 전한다. 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 제작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밝혔다. “이번 작품을 맡기로 한 건 감독으로서 실사영화를 연출할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캐릭터들도, 이 세계도 너무 그리웠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선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전한다. 그 가치를 다시금 재현하고 싶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드래곤 길들이기> 전 시리즈, <위키드> 전 시리즈, <핸콕> <해피 피트> 등을 작업한 존 파월 음악감독과 다시 함께 발을 맞췄다. 고양감과 벅차오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소년 성장물에서 관객이 샛길로 빠지지 않고 히컵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십분 도울 예정이다. 공중 활극이 중요한 작품 특성을 살리기 위해 빌 포프 촬영감독도 합류했다. <다크맨>, <매트릭스> 시리즈, <베이비 드라이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등을 도맡아온 애니메이션 원작의 감동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아이맥스 형식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거나 라이브 액션 형태로 진행한 것이 그렇다. 북아일랜드의 광활한 대자연, 하늘과 대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수직형 시야 확보, 바이킹 문화 재현, 자신의 한계와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소년의 용기까지 원작이 지닌 강점과 매력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보다 1.5배 더 커진 투슬리스의 모습은 이종(異種)간의 우정을 더 극대화하고 극렬한 전쟁을 더 규모 있게 펼치는 데 적합하다. 무엇보다 왕 크니까 왕 귀여울 것! /이자연
<사스콰치 선셋> Sasquatch Sunset
감독 네이선 젤너, 데이비드 젤너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라일리 키오
‘사스콰치’란 캐나다 서해안 지역의 인디언 부족의 말로 ‘털이 많은 거인’ , 산맥 일대에서 목격된다는 얘기만 전해지는 수수께끼 동물이다. <사스콰치 선셋>은 숲에서 공동생활하는 사스콰치 네 마리가 사계절을 겪는 모습을 따라간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먹고 번식하고 배설하는 게 이들 생활의 전부다. 대사는 한줄도 없어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울려 퍼진다. 그러나 생경한 몸짓 언어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유머와 태평양의 울창한 숲을 로케이션으로 고집해 사실적으로 담은 풍경 묘사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무엇보다 파괴되어가는 서식지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시스콰치 가족의 여정이 인간 문명의 이기심을 경고하고 고군분투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동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젤너와 네이선 젤너 감독은 어릴 적부터 사스콰치에 호기심을 키워 와 사스콰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스터리한 존재의 구현에 공을 들였으며 제시 아이젠버그를 비롯한 배우들은 촬영 기간 내내 고강도의 분장을 견뎠다는 후문이다. ‘아리 애스터 제작’이란 타이틀도 눈여겨볼 만하다. 결코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을 거란 선언과도 같아 기대감을 자아낸다. /이유채
<해피엔드> Happyend
감독 소라 네오 /출연 구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대지진의 위협이 일상에 도사리는 근미래의 도쿄, 단짝인 고등학생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장난을 치는 데 하루를 쓴다. 교장의 접대 현장을 목격한 어느 날, 두 친구는 교장의 차를 공격 목표로 삼는다. 분개한 교장은 재일교포인 코우에게 언어폭력을 가하고 학교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 불량한 행실이 찍힌 학생에게 즉각 벌점을 주는 시스템까지 도입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해피엔드>는 학교에 커다란 문제를 던진 뒤 어떠한 반응들이 올라오는지를 지켜본다. 침묵 또는 반발을 선택하는 사람들, 혼란 속에서 불거지는 이방인 혐오와 각종 차별의 문제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집단적인 불안을 탐구한다. 한편 10대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저 함께여서 좋은 순간의 기쁨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슬픔이 무엇인지 잘 아는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 예정이다. 2024년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가진 뒤 국내에서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했다.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연출한 소라 네오의 첫 장편 극영화이다. /이유채
뮌헨올림픽 인질 사건을 새롭게 - <9월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감독 팀 펠바움 / 출연 피터 사즈가드, 레오니 베네슈, 존 마가로
1972년 9월5일. 하계올림픽이 한창인 서독의 뮌헨에 팔레스타인의 테러단체인 검은 9월단이 침투했다. 8명의 괴한으로 이루어진 검은 9월단은 이스라엘 국가대표 선수단 코치와 선수 11명을 인질로 잡았고, 무고한 인질 모두가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이스라엘은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를 동원해 ‘신의 분노’라 불리는 보복 작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현재까지도 가자지구에서 참혹하게 이어지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 등 여러 차례 영상화된 바 있는 뮌헨올림픽 참사가 팀 펠바움 감독의 <9월5일: 위험한 특종>으로 한번 더 스크린에서 재현된다. 다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모사드나 이스라엘 피해자가 아닌, 뮌헨올림픽 테러를 보도 중계한 미국 방송사
지구 바깥으로 향하는 소년의 모험 - <엘리오> Elio
감독 도미 시, 매들린 샤라피언, 에이드리언 몰리나 / 목소리 출연 조이 살다나, 자밀라 자밀
현실적인 해피 엔딩의 어른 동화를 그려온 디즈니 픽사는 2025년에 어떤 작품을 선보일까. 2025년 6월 개봉을 앞둔 <엘리오>는 엉뚱한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한다. 엘리오는 평범하디평범한 어린 남자아이다. 이제 막 세상의 진리와 규칙를 깨달아가는 꼬마는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은하 세계에 납치되고 만다. 그런데 웬걸, 외계인들이 자신을 지구를 대표하는 외교사절단으로 오해하는 것 아닌가! 막막한 현실 속에 홀로 선 엘리오는 자기만의 경험과 판단을 기준 삼아 조금씩 모험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픽사의 전작 <월·Ⓔ> <버즈 라이트이어>에 이어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엘리오>는 픽사의 29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연출을 맡은 세명의 공동감독 도미 시, 매들린 샤라피언, 에이드리언 몰리나는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위해 공상과학 공포물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엘리오>에 담긴 최고의 서프라이즈 장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너무 많이 알려줄 수는 없다. 다만 외계 공상물로서 같은 등급의 영화 중에서도 더 이상하고 기묘하고 소름 끼쳐 보이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영화 <에이리언> <미지와의 조우> <더 씽>을 레퍼런스 삼아 오마주한 장면들도 있다.”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다는 애니메이션의 오해와 선입견을 탈피하기 위해 <엘리오>가 지닌 장르성에 공력을 쏟고 있다는 인상이다. 음악 또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데드풀과 울버린> <더 웨일> <더 웨이 백> <500일의 썸머> 등의 사운드트랙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롭 사이먼슨 음악감독이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을 작업한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안정적인 성우진도 눈에 띈다. <아바타> 시리즈, <터미널>, <에밀리아 페레즈>,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 출연한 배우 조이 살다나가 올가 이모의 목소리 연기를 맡고, <DC 리그 오브 슈퍼-펫>의 원더우먼 역을 소화한 자밀라 자밀이 성우로 합류하면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지난해 누적 관객수 870만명을 기록한 <인사이드 아웃2>에 이어 긍정적인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