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세계관을 복습하는 즐거움 - <썬더볼츠*> Thunderbolts*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 출연 플로렌스 퓨, 세바스티안 스탄, 데이비드 하버
올해 마블은 어떤 위용 넘치는 히어로물을 선보일까.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썬더볼츠*>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5의 마지막 작품이자 첫 번째 썬더볼츠 실사영화다.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 썬더볼츠*는 빌런 제모 남작의 계획 아래 세계 정복을 노리며 히어로 행세를 하는 팀이지만, MCU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등장한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측불허 캐릭터들의 독특한 개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데에 있다. 블랙 위도우, 윈터 솔져, U.S. 에이전트, 레드 가디언, 고스트, 태스크 마스터 등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의 독특한 개성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썬더볼츠*>는 안티히어로물로서 영웅이지만 악당스럽고 악당이지만 영웅스러운 면모를 동시에 선보이며 캐릭터의 입체성을 높이고 편안한 웃음을 자아낸다.지휘를 맡은 제이크 슈레이어는 감각적인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다룬 이력이 돋보이는 영화감독으로 카녜이 웨스트의 <Follow God> <Closed on Sunday>, 저스틴 비버의 <Lonely>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바 있다. 이어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공동연출하며 고유한 섬세함을 입증하기도 했다. 매번 명확한 컨셉과 신선한 기획, 뚜렷한 연출 색깔로 눈길을 이끈 만큼 그가 마블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재치 넘치는 텐트폴 영화를 만날 때 어떤 화학작용을 낼지 궁금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성난 사람들>을 함께 연출한 이성진 감독이 <썬더볼츠*> 각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썬더볼츠*>를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블랙 위도우> <앤트맨과 와스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미리 복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 <호크아이> 또한 <썬더볼츠*>의 핵심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썬더볼츠*>는 2025년 4월 극장 개봉한다. /이자연
<발레리나> Ballerina
감독 렌 와이즈먼 출연 아나 데 아르마스, 이언 맥셰인, 키아누 리브스
<존윅3: 파라벨룸>에 나타난 의문의 여자. 그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에게 “당신처럼 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죠?”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존 윅의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이미 나처럼 하고 있는걸.” <발레리나>는 존 윅이 인정한 여성 킬러 이브 마카로(아나 데 아르마스)에 관한 이야기로 <존 윅>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작이다. 이브 역시 존 윅처럼 러시아의 발레리나 양성소로 위장한 암살자 집단 ‘루스카 로마’에서 길러졌다. 그렇다면 이브의 복수는 누구를 향하는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된 그는 관련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길을 떠난다. <발레리나>는 이브가 최고의 킬러로 성장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복수를 행하는 클라이맥스까지 담는다. 결국 이 영화의 성패는 존 윅의 후계자란 타이틀을 단 이브가 존 윅의 액션 양식과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얼마만큼 가지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공개된 일부를 놓고 짐작건대 영화는 적어도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서 펼쳐지는 존 윅의 스타일리시하고 무자비한 액션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 촬영 분량이 있으며 <프로미싱 영 우먼>을 쓴 에머럴드 피넬이 여성 원톱 주연작의 각색을 맡았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인다. /이유채
<후레루> ふれる
감독 나가이 다쓰유키 목소리 출연 나가세 렌, 반도 료타, 마에다 겐타로
일본 애니메이션 청춘 3부작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의 메인 스태프 3인방이 다시 모였다. 연출 나가이 다쓰유키, 각본 오카다 마리, 캐릭터디자인 다나카 마사요시는 유년 시절부터 함께한 세 친구의 성장과 발전에 집중했다. 외딴섬에 사는 초등학생 오노다 아키는 해변가의 무너진 동굴 속에서 우연히 신기한 생물을 만난다. 그 생물을 같은 학년의 소부에 료와 이노하라 유타에게 보여주고 ‘후레루’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후레루에겐 신기한 힘이 있다. 그를 만진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시간이 흘러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세 친구는 도쿄로 이동하여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생활 패턴이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얼렁뚱땅 이어지는 나날 속에 이들은 여전히 후레루를 통해 소통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오직 생각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후레루>는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관계 맺기와 그것을 유지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과연 생각으로 소통하기는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후레루>가 직면한 문제와 해결 방식은 현대 생활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자연
브리짓 존스, 돌아오다 -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 Bridget Jones: Mad About the Boy
감독 마이클 모리스 / 출연 러네이 젤위거, 휴 그랜트, 콜린 퍼스
브리짓 존스(러네이 젤위거)가 다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다. 1편(<브리짓 존스의 일기>)으로부터는 24년, 전편인 3편(<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으로부터는 9년 만이다. 마지막 시리즈로 알려진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에서 브리짓은 다이어리에 ‘이제 멋지게 사는 거야’라고 적고 새 삶을 다짐한다. 어느덧 50대가 되었고 남편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와 사별한 뒤 두 아이에게 전념하느라 자기를 돌보지 못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브리짓을 데이팅 앱에 등록하며 연애의 기운을 북돋아준 덕분일까. 아이들의 학교 선생님인 스콧(추이텔 에지오포)과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20대 청년 로스터(레오 우달)과 엮이면서 다시금 설렘을 느낀다. 나이가 들었어도 브리짓은 여전히 브리짓이다. 환상에 미소 짓고 자기혐오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인간적인 여자다. 그가 데이트에서 분위기를 띄우겠다고 무리수를 던지다 얼마나 망할지, 다이어트를 하다가 언제쯤 못 참고 정크푸드에 손을 뻗을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편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는 중년 여성의 일탈 내지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예측되기 쉽다. 그러나 브리짓의 또 다른 남자 다니엘 클레버 역의 휴 그랜트가 일찍이 “매우 슬플 것”이라 귀띔했듯 완숙한 여인의 이야기에 가깝다. 브리짓은 다아시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말년의 노쇠한 아버지와 교류하며 죽음과 더불어 사는 법을 찾아 나간다. 이번 편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이 재등장해 마지막의 의미를 더한다. 3편에 출연하지 않았던 휴 그랜트가 복귀해 브리짓의 연애 코치 역할을 담당한다. 3편의 공동 각본가이자 극 중 브리짓의 담당의 역을 맡았던 에마 톰슨이 연이어 함께해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몇번씩 오가는 환자를 든든히 지원한다. 무엇보다 러네이 젤위거를 브리짓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큼 기쁜 소식은 없을 것이다. 듣다 보면 덩달아 몽롱해지는 마력의 목소리로 그가 들려줄 일과 육아, 사랑과 외로움에 관한 진솔한 얘기가 동시대 여성들에게 강력한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갈 것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루머의 루머의 루머> <베터 콜 사울> 등 걸출한 시리즈를 연출한 마이클 모리스가 감독을 맡았고 원작 소설을 쓴 헬렌 필딩이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유채
<에밀리아 페레즈> Emilia Pérez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대부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는 변호사 리타(조이 살다나)의 도움으로 성전환수술을 해 트랜스여성 에밀리아 페레즈가 된다. 이후 에밀리아는 열애와 선행을 결심하며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마주한다. <예언자> <러스트 앤 본> <디판> 등을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가 또 한번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물을 연출했다는 뉴스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작정하고 뮤지컬영화를 연출했다는 뉴스 또한 신기하지만 전작 <파리, 13구>가 현란한 편집과 사운드트랙 사용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터라 일견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에밀리아 페레즈>가 공개 직후 얻고 있는 ‘대중적’ 열광은 놀랍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프랑스에서 공개 직후 10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2024년 유러피언 필름 어워즈에서도 작품상을 포함해 5관왕을 차지했으며 심지어 미국 주최의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다 후보를 배출한 영화가 됐다. 작품의 주요 여성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설리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 아드리아나 파스가 칸영화제에서 여성배우상을 공동으로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의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부문 공식 출품작이다. 정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