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우리의 영원한 히어로, <슈퍼맨> 트레일러 LA 첫 공개 현장
2025-01-16
글·사진 : 안소연 (LA 통신원)

‘인간은 선하다’라는 메시지를 들고 <슈퍼맨>이 돌아온다. 분열과 갈등, 전쟁과 혐오가 만연한 2025년에 ‘정의를 추구하는 착한 영웅’ 슈퍼맨의 귀환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의 신작이자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슈퍼맨>의 리부트,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화려한 소개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슈퍼맨>이 드디어 첫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할리우드 북쪽에 자리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 초청 행사장에서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트레일러를 두번 연속 상영한 후, 제임스 건 감독과 주연배우 데이비드 코렌스웨트, 레이철 브로즈너핸, 니컬러스 홀트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2분 남짓한 트레일러를 보고 이렇게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라는 한 기자의 말처럼, 트레일러에 대한 호평과 영화에 기대가 쏟아졌다. 지금 우리 시대의 슈퍼맨의 의미, 알록달록한 슈트에 얽힌 비화, 트레일러의 압도적인 배경음악에 대한 이야기까지 제작진이 나눈 <슈퍼맨>에 대한 대화 일부를 <씨네21>이 소개한다.

- 캐릭터와 세계관의 유산을 기리면서 새로운 세대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스토리를 어떻게 생각해냈나.

제임스 건 “슈퍼맨의 전통은 살리되 팬들을 위해 새로운 것도 시도해야지” 같은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하지 않았다. 난 그저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궁극적인 선한 존재’라는 슈퍼맨의 기원에 충실하고 싶었다. 나에게 <슈퍼맨>은 선함에 대한 영화이자 정의에 대한 영화다. 촬영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배우들과 나눈 대화가 기억난다. 이 세상에 선한 것이 별로 없다고 느껴지지 않나. 그런데 우리 영화는 선함을 말한다. 그 선함을 담아내려면 우리가 서로에게 잘해야 하고, 스태프들에게 잘해야 하고, 그 진정성이 영화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 만신창이가 된 슈퍼맨이 등장하는 트레일러의 첫 장면이 눈길을 끈다.

제임스 건 영화 시작부터 관객들은 지금까지 미디어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슈퍼맨의 또 다른 모습부터 보게 된다. 이 영화는 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슈퍼맨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다. 그래서 트레일러를 이렇게 시작하기로 했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를 그리지만 동시에 현실 속 사람들의 진짜 삶을 말하고 싶었다.

- 왜 데이비드 코렌스웨트를 슈퍼맨으로 캐스팅했나.

제임스 건 어느 날 세트장을 방문한 누군가가 “세상에, 슈퍼맨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 여기 있네요”라고 하더라. 하지만 내 눈엔 조금 다르게 보였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데이비드는 외모보다는 훈련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가 닮았다. 내 평생 이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배우는 처음 본다. 단 한순간도 데이비드가 어색하게, 거짓으로, 대충 연기하는 것을 본 적 없다.

- 슈퍼맨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이콘이다. 이 역할에 담고 싶은 본인만의 것이 있었다면.

데이비드 코렌스웨트 나는 사람들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의 문제적 언행을 눈치채지 못할 때가 있다. 학창 시절 난 항상 사건,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고 누구도 나에게 흥미진진한 가십이나 소문을 전해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난 언제나 사람들을 가장 좋은 모습으로, 가장 좋은 형태의 관계로서 바라본다. 난 이게 ‘세상을 모르는 순진함’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슈퍼맨을 지나치게 순수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면도 있다. (웃음) 하지만 그보다 슈퍼맨에게는 사람들의 사소한 결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주변의 불완전함을 잘 놓치는 편이고, 슈퍼맨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슈퍼맨은 한결같이 그리고 확고하게 현재의 행복을 딛고 선함, 희망, 미래를 바라본다.

- 슈퍼맨을 연기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면.

데이비드 코렌스웨트 슈퍼맨 연기는 상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 도르래에 묶여 공중에 떠 있으면 누군가가 바른 자세를 위해 다리를 잡아준다. 슈퍼맨 슈트도 겉보기에는 멋있지만 입고 있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특히 더운 날이면 슈트 안에서 서서히 익는다. 다만 슈트를 입은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느낄 때, 슈퍼맨의 역사적 특별함이 느껴진다. 최고의 순간은 역시 어린이들이 바라보는 순간이다. (웃음) 한 관계자가 아이들을 세트장에 데려왔는데 대여섯살쯤 된 어린이가 나를 보고는 감격하더라.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제임스 건 슈트를 디자인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다. 난 가짜 복근은 원하지 않았고 무언가 색다르게 하고 싶었다. 의상디자이너, 데이비드 그리고 내가 슈트를 확인하는데 색상이 지나치게 알록달록해 보였다. 그때 내가 “음… 너무 화려한 것 같은데”라고 말하자 데이비드가 “그렇죠! 슈퍼맨은 초강력 외계인이지만 어린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라잖아요!”라고 하더라. 그의 말이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 감동을 준다. 그게 슈퍼맨이다. 눈에서 붉은 광선을 쏘며 폭발을 일으키지만 절대 어린이들을 겁주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

-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존 윌리엄스의 ‘슈퍼맨 테마’를 편곡해 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만들었다.

제임스 건 존 윌리엄스의 슈퍼맨 테마곡은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다. 내가 1978년 버전 영화에서 가장 사랑한 것도 그의 음악이었다. 동시에 나는 과거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미래를 향해가는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균형을 찾는 게 중요했다. 존 윌리엄스의 테마를 사용하되 우리만의 버전을 만들기를 원했고, 그 결과가 지금 이 곡이다. 작곡가 존 머피가 시나리오가 완성도 되기 전 2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고, 덕분에 이 음악이 영화 전반에 걸쳐 아름답게 흐른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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