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온다!” 만나야 할 영화는 끝내 찾아온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전설적인 데뷔작 <벌집의 정령>이 긴 세월을 뛰어넘어 국내 정식 개봉한다. 제21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황금조개상을 수상한 이래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준 이 작품은 영화의 존재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20세기 영화사의 걸작’이란 수식어에 손색이 없다. 스페인 내전 직후인 1940년 무렵,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이동식 영화 트럭이 찾아온다. <벌집의 정령>은 역사의 알레고리를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영화다. 아나가 정령을 찾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어느새 내전으로 엉망이 된 스페인의 아픔과 겹치고, 동화 같은 환상 속에 서늘한 진실이 아른거린다. 보이지 않기에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마술은 5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생기를 발휘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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