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돌봄과 사랑을 넘어서 서로를 치유하는 유토피아적 관계를 상상하는 성숙한 멜로, <메모리>
2025-01-22
글 : 김경수 (객원기자)

실비아(제시카 채스테인)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의문의 남성 사울(피터 사즈가드)을 만난다. 사울은 실비아를 미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문 앞에서 밤새도록 앉아 있는다. 밤새 공포에 사로잡혔던 실비아는 아침에서야 그가 치매 환자임을 알게 된다. 며칠 뒤 실비아는 사울에게 오해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메모리>는 과격하고 논쟁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거장 미첼 프랑코의 신작이다. 돌봄과 사랑의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감독의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대신 일부러 불편함을 자아내는 인위적인 설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객이 두 사람의 트라우마와 멜로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내어준다. 감독 특유의 건조한 카메라는 감정의 과잉을 절제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피터 사즈가드와 제시카 채스테인의 호연이 더없이 아름다운 순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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