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희망과 불안 사이, <오징어 게임> 시즌2 배우 조유리
2025-02-04
글 : 최현수 (객원기자)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이었다.” 아이즈원의 메인보컬부터 성공적인 솔로 활동까지 아이돌로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조유리에게도 “고등학생 때부터 품었던 연기의 꿈”을 위해 도전한 배우의 길은 험난했다. 수많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뒤 “두눈 가득 독기를 품고” 임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오디션. 마침내 조유리는 “연기를 향한 간절한 염원”처럼 “뱃속의 아기와 반드시 게임에서 탈출하리라 다짐한” 어린 미혼모 김준희를 만나게 된다. 본격적인 시리즈물 데뷔는 처음이었던 그에게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임신”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임신을 경험한 분들에게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조유리는 어머니의 육아일지를 읽으며 모성을 헤아려보고, 임신을 경험한 주변 지인들로부터 신체적인 변화를 물었다. “산모들이 배에 손을 대는 이유가 배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기에 “손을 배 밑에 두어 들어 올리듯 받쳐야 한다”는 점을 명심한 채 촬영에 임하느라 나중에는 “습관처럼 손이 저절로 그 위치로 향할 정도”였다. 촬영을 거듭하면서 조유리는 준희에게 아이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준희에게 아이는 유일한 가족이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동시에 산기를 지닌 채 게임에 향한 준희가 “결코 행복한 산모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사랑할수록 커지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의 정서도 놓지 않았다. 준희는 게임장에서 코인 투자 실패와 예기치 않은 임신의 장본인이었던 전 애인 이명기(임시완)와 재회한다. 황동혁 감독과 가장 이야기를 많이 나눈 대목이 바로 명기와의 감정선이었다. “이 관계가 다양하게 해석된 데에는 감독님의 피드백이 컸다. 명기를 볼 때 정말 싫고 짜증나는데 자꾸 신경 쓰여 어쩔 수 없는 상태를 표현하려 했다.” 따라서 명기에게 건네는 말들이 “너무 다정하지도 혹은 냉랭하지도 않은 특유의 온도감”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부여받은 낯선 특징을 체화하고 타인과 함께 호흡하기. 그간 “곡 안에 깃든 감정을 해석하고 관객들과 공유하려 했던” 무대 위에서의 시간이 비로소 연기에서도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배우로서의 길이지만 조유리에게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많은 것을 가르치고 기대하게 만드는 터전이었다. “부담스러웠던 감정들이 뿌듯함으로 변했던 신기한 경험들, 뛰어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배운 순간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인물과 설정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김준희의 이 순간

두 번째 투표가 끝난 밤, 준희는 화장실에 홀로 앉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린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동요하지 않던 준희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때 조유리는 “진심을 다해 울 수밖에 없었다”. 금자(강애심)의 위로가 그의 귀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촬영 당시 강애심 선배님이 내 귀에만 들리게 ‘괜찮아’라고 여러 번 속삭여주셨다. 그 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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