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STAGE] 뮤지컬 <베르테르> 25주년 공연
2025-02-14
글 : 정재현

한해 한 뮤지컬 전용극장에 신작 서너편이 걸리고, 세계 초연 이후 가장 먼저 공연의 라이선스가 수입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호시절에 건네는 작은 불평 하나. 화제의 뮤지컬 신작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볼 수 있는 만큼 ‘고전’을 접할 기회 또한 희귀해진다. 지난해 에디 레드메인과 제시 버클리를 기용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리바이벌상 후보까지 오른 <카바레>나(신시컴퍼니 듣고 있나요?) 무대예술의 정수는 고수하되 젠더프리 캐스팅 등 현대적 터치를 거듭 가미해 전 세대의 관객이 흔쾌히 즐길 수 있게 된 두 ‘스티븐’의 작품, 손드하임의 <컴퍼니>나 슈워츠의 <피핀> 등(에스앤코 보고 있나요?)은 한국에서 볼 기회가 적다.

고선웅 작가가 극본을 쓰고 정민선 작곡가가 넘버를 지은 <베르테르>가 초연 25주년을 맞았다. <베르테르>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고상하고 고풍스러운 한국 뮤지컬이다. 원텍스트인 괴테의 소설이 고전이어서는 아니다. 이 작품엔 모처럼 오버추어로 작품의 막을 여는 정중한 구성이 있다. 장면 전환의 표지 이상으로 앙상블을 기능시키지 않는 최근 몇 한국 뮤지컬과 달리 <베르테르>는 보란 듯이 앙상블을 그리스비극의 코러스처럼 활용하거나 <마이 페어 레이디> 속 유명한 승마 장면과 같이 육체로 정적의 밀도를 채우도록 연출한다. 당초 원텍스트와 제목이 같았던 이 작품은 2013년 ‘젊은’과 ‘-의 슬픔’을 뺀 <베르테르>가 되어 무대에 새로 올랐다. 그리고 12년이 흘렀다. 제목의 교체와 공연장 안팎의 변화에도 <베르테르>는 여전히 느린 호흡과 시적 방백을 유지한다. 어쩌면 <베르테르>는 고전의 낭만을 고수하기 때문에 역으로 평생 ‘젊은’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또 고전이 될 운명을 타고났으니 슬플 수밖에 없다.

기간 1월17일~3월16일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주말 및 공휴일 오후 2시·7시30분, 월 공연 없음 등급 8세이상관람가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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