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민간인을 사살하고 미쳐버린 어느 해안초소 군인의 이야기다. 해안초소에서 근무하는 강 상병(장동건)은 투철한 군인정신의 소유자다. 바다에서 침투하는 간첩을 잡기 위해 세운 초소, 강 상병은 반드시 간첩을 잡아 훈장을 받겠다고 다짐한다. 미해병 특수부대를 동경하는 강 상병에게 어느 날 기회가 온다. 야간투시경으로 해안을 노려보던 어느 날 밤,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방아쇠를 당긴다.
<해안선>에서 강 상병이 쏜 총탄이 뚫고 지나간 것은 간첩이 아니라 마을 청년 영길의 가슴이다. 초소 근처 마을, 영길은 횟집을 운영하는 철구(유해진)의 여동생 미영(박지아)과 결혼할 참이었다. 어느 날 밤, 미영과 영길은 해안 철조망을 넘어 들어간 위험한 정사에 빠져든다. 절정에 오르는 순간, 총알이 영길의 몸을 파고들고 미영은 애인의 피를 뒤집어쓴다.
그날 이후 강 상병과 미영의 행동은 이상해진다. 간첩을 잡겠다는 강 상병의 집착은 도를 더해가고 눈앞에서 온몸이 산산조각난 애인의 시체를 본 미영은 초소 군인들을 영길로 착각하고 유혹한다. 어느 날 강 상병이 무장탈영하다 잡히는 사건이 발생하고 의가사제대 명령이 떨어지지만 그는 집으로 가지 않는다. 초소로 들어와 근무를 하겠다고 버티다 총을 훔쳐 달아난다. 강 상병의 동기인 김 상병(김정학)은 관찰자로 등장한다. 그저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길 바라던 그에게 강 상병의 변화는 충격이다. 그는 강 상병과 미영을 감싸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사건이 커지면서 김 상병의 마음에도 변화가 싹튼다.
<섬>과 <수취인불명>이 이룬 대구처럼 <해안선>은 <나쁜 남자>와 대구를 이루는 작품이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나쁜 남자>의 남녀가 그랬듯 <해안선>의 등장인물들은 철조망으로 갈라져 있다. 그들이 철조망을 없앨 수 있을까? 분명한 현실은,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해안 어디서나 아직 철조망과 해안초소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