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2]
2002-08-02
글 : 이영진

제한상영관 운영 논의 다시 불거져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7월25일 남산감독협회에서는 <죽어도 좋아>의 시사회가 열렸고, 이날 자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등급위의 이번 조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을 내놓았다. 김성수 감독은 “클로즈업도 아닌데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끼워넣은 장면 같진 않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 역시 “등급위가 문제삼은 장면의 경우, 키네코 과정을 거치면서 굉장히 어둡게 처리됐고, 성기노출이라고 하지만 식별이 쉽지 않을 정도인데 그걸 문제삼는 것은 너무한 조치”라고 말했다. 조광희 변호사도 “제한상영관의 유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 등급을 받을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면서 “현 등급위의 등급분류 기준 역시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등급위의 이번 결정이 새로 구성된 지 한달여쯤 되는 상황에서 등급위가 아직 제한상영 등급 신설 취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된 영화진흥법에 따르면, “내용 및 표현기법이 18세 관람가 기준을 벗어나 과도하게 일반 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반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 제한관람등급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다. 조항만 놓고보면 애매하지만, 굳이 법개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금지조항을 넣지 않은데는 등급위원들이 영화의 전체 맥락을 세심하게 읽어줄 것이라는 기대 또한 담겨져 있다. 영진위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성기노출 여부, 성교시간의 길이 등의 기존 등급분류 기준을 되풀이하거나 남발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등급분류에 대한 영화계, 시민단체, 등급위 등이 나서 현 등급제도의 적용 및 제한상영관 운영에 관한 전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영상원장은 “지금까지 등급보류를 받았거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들을 모아 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사회구성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진위 김혜준 정책연구실장 또한 “합리적인 재심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등급위원들 스스로 관련 공청회 등에 나서는 등 귀를 항상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제작사인 메이필름은 등급위에 곧 재심을 요구할 계획이며, 이에 대해 등급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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