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드만 스튜디오와 그들의 애니메이션 [5]
2001-01-02
국내 클레이메이션 감독이 본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

빗방울과 땀방울, 이것이 테크닉이다!

캐릭터

아드만 캐릭터 특유의 진한 인상은 많은 장식과 치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극치의 단순함에서 나온다. 단순한 캐릭터는 다른 작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아드만은 그 단순한 캐릭터 속에 표현을 위해 있어야 할 요소를 다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출중하다. 감정 표현에 중요한 양미간의 움직임과 입의 극대화는 아드만의 여러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이며 <치킨 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소품

미국의 윌 빈턴, 월트 디즈니, 최근의 픽사도 마찬가지지만 아드만이 자그마한 소품 하나하나에 기울이는 에너지와 정성은 놀랍다. 작은 사물의 디테일을 이만큼 묘사하려면 장인정신과 방대한 자료 분석, 끊임없는 제작 실습이 있어야만 한다. 실생활 속 도구들을 과장하고 생략해 귀여움과 아기자기한 맛을 살려내는 솜씨도 최상급이다.

물의 표현

<월레스와 그로밋>의 ‘전자바지 소동’ 편에서 펭귄의 음모로 처량한 신세가 된 그로밋이 월레스의 집을 떠나는 장면을 보자. 가출 장면의 쓸쓸함을 살리고 관객의 동정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장면에서는, 스톱 모션으로 표현하기 매우 난해한 비가 등장한다. 화면상의 2D뿐 아니라 그로밋의 우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은 찬탄을 자아냈다. <치킨 런>은 땀과 눈물 표현에서 이 테크닉의 진보를 보여주며, 특히 맞부감으로 찍힌 장면의 비 표현은 실사와 잘 어울려 기술적 숙련도와 그를 뒷받침하는 연출자의 확신을 느끼게 한다.

메커닉 디자인

아드만 작품의 또다른 재미는 독창적인 메커닉 디자인에 있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전자바지 소동’에서 월레스가 잠에서 깨어나 옷을 입고 아침식사를 하는 자동화된 과정이나 ‘양털도둑’의 월레스와 그로밋이 출장 유리창 청소를 위해 <배트맨>을 상기시키는 모습으로 출동하는 장면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후자 에피소드에 나오는 양털 기계는 그럴듯한 작동원리로 자연스런 재미를 주었는데 신작 <치킨 런>의 치킨파이 기계는 여기에 긴장감까지 더하는 발전을 보여준다. 이는 아드만이 전작에서 사용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미니어처 디자이너와 메커닉 디자이너의 절묘한 호흡의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조명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은 화면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조명 효과는 캐릭터와 미니어처 크기에 의해 달라지는데, 캐릭터나 미니어처가 너무 작을 경우 아무리 좋은 장비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즉 크기에 알맞는 조명, 축소 모형에 알맞는 조명의 개발이 훌륭한 작품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이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살아 있는 듯한 조명은 미니어처 크기의 면밀한 조절을 짐작게 한다.

글: 김홍중/ <소나기> 감독·마스코 대표·계원조형예대 애니메이션과 강사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