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에이전트>와 <포스 오브 네이처>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마크 로렌스는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브루클린에서 자랐으며 뉴욕대 법대 출신인 감독은 자신의 의식과 경험을 루시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노력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루시는 명문대 출신이면서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서 궁상스럽게 살고 있는가 하면, 조지라는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가지고 부시를 비웃는다. 감독은 시민문화회관을 지키려는 루시의 1인 시위를 영화 첫 시퀀스에 배치하고, 헬리콥터를 타고 뉴욕의 하늘을 나는 두 사람으로 하여금 크라이슬러 빌딩의 역사를 찬찬히 읊도록 한다.
이 영화는 뉴욕이라는 독특한 배경 세트가 로맨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도록 조직된, 뉴욕에 보내는 러브레터이다. 조지의 회사인 웨이드 코포레이션과 조지가 이용하는 호텔 건물들이 위치한 화려한 맨해튼 중심가 빌딩라인과 루시가 기거하는 브루클린의 코니 아일랜드의 한적한 해변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지만, 정반대의 성격과 배경의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두 장소는 뉴욕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조화를 이루며 한데 어울린다. 마크 로렌스는 이전 두 작품 모두 샌드라 불럭과 함께 작업했다. 이번에도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샌드라 불럭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구성했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샌드라 불럭은 이 영화가 제작자 필모그래피의 일곱번째에 해당한다. 자신과 휴 그랜트 사이의 로맨스에 대한 언급을 완강하게 회피하는 휴 그랜트와 달리, 샌드라 불럭은 이 영화를 둘이 염문을 뿌리던 당시에 기획했음을 당당히 밝혔다. 인터뷰장에서도 그 말괄량이 기질을, 시종 좌중을 압도하는 말솜씨와 유머로 그대로 드러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 루시의 연적이자 스테레오 타입화된 금발의 악녀, 준 카터로 출연하는 알리시아 위트이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에는 데이비드 린치의 <듄>, 쿠엔틴 타란티노의 <포룸>, 존 워터스의 <세실 B. 드멘티드>, 카메론 크로의 <바닐라 스카이> 등 할리우드 작가감독의 영화와 선댄스에서 호평을 받은 <펀> <플레잉 모나리자> 등이 눈에 띈다. IQ가 180이고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녀는 천재소녀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고 했다. 그런 배역이 주는 이미지에 걸맞게 마틴 스코시즈를 최고의 감독으로 꼽는가 하면, 주디 덴치를 함께 꼭 공연하고픈 영화인이라고 말했다. 또 최고의 배우로 줄리언 무어를 언급했다. “그저그런 금발 미인에서 몇십년에 걸쳐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노력형의 연기파 배우”라고 극찬하며 줄리언 무어의 필모그래피를 줄줄이 뀄다. 가만히 보니, 인상이나 맵시, 말투가 줄리언 무어와 많이 닮아 있었다. 비록 이 영화에서 그리 매력있는 조연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가치가 있는 똑똑하고 자의식 강한 배우였다.
“당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일 거예요.” “당신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보기라도 했단 말이죠” 하는 식의 스크루볼코미디인 <투 윅스 노티스>는 지위나 재력이나 매너나 외모면에서 보면 매력적인 왕자와 미운 오리 새끼의 로맨스인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마법에 걸린 개구리 왕자와 아름다운 백조의 사랑 이야기라고 재명명해야 할 것이다. 외로움에 늘 중국 음식을 3인분 이상 시켜먹고 아스피린을 달고 사는 가련한 여인이지만 애타게 혼자서라도 아름다운 시민회관을 사수하려 하고 시민봉사센터에서 기꺼이 일하는 씩씩한 변호사와, 화려함만을 쫓아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는 데 인색했던 철없고 무책임한 바람둥이 재벌은 그렇게 위치를 뒤바꾼다. 스타 페르소나를 활용한 로맨틱코미디 <투 윅스 노티스>는 미국에서 12월20일 개봉해 첫 주말 박스 오피스 2위에 오르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