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5]
2004-01-09
글 : 정한석
감독 4인이 전하는 인터넷 소설의 매력

<내 사랑 싸가지> 신동엽 감독

톡톡 튀는 10대 아이들의 캐릭터

인터넷 소설의 인기에 신호탄이 된 이햇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등학교 3학년생 하영이 남자친구에게 차인 화풀이로 찬 콜라캔이 외제차에 흠집을 내면서 하영과 형준의 노비 관계가 시작된다. 명품족 형준은 돈이 없다는 하영에게 100일 동안 노비가 될 것을 강요한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옥신각신 전투가 곧 사랑의 감정을 가져오게 된다.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하는 2004년의 첫 번째 작품.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인터넷상에서 노출이 많이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 하이틴이 직접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아마도 인터넷상에서 인정받은 그 인지도를 상업적으로 연관할 수 있다는 가능성때문인 것 같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너무 십대, 중고생 위주의 이야기라서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잘 맞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중고생 시절과는 차이가 많이 느껴졌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거기에 담겨 있는 사랑 이야기였다. 캐릭터가 생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는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원작에 충실하게 만드는 영화, 원작의 기획력만을 갖고 만드는 영화. 내 영화는 후자쪽이다. 영화와 책의 드라마구조는 다르다. 영화적인 옷을 입혀야 하는데, 기승전결 구조가 그 기본이다. 원작에는 갈등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원작이 그대로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독자층에 영화를 맞출 순 없었다. 읽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인터넷 소설 붐이 막 일어날 때 나왔다. 그 영화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이지만 완성물은 별개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이다. 기존에 원작에 충실했던 영화와는 그 점에서 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소설이라고 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별개의 하이틴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그놈은 멋있었다> 이환경 감독

편한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인터넷 인기작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외모도 멋지고, 싸움도 잘하는, 그래서 인기도 많은 꽃미남 지은성과 평범하게 생긴 여고생 한예원과의 엎치락뒤치락 사랑 이야기. 어쩌다 실수로 한예원과 입맞춤을 하게 된 지은성은 예원에게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한예원은 인기 좋은 지은성의 제안이 못내 의심스럽기만 하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여주인공 정다빈이 한예원 역을 한다.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간략하게 말해서 친근감이다. 가장 친한 사람들끼리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처음엔 거부감도 있었다. 이거 애들 장난 치는 것 아닌가. 문학적인 완성도도 떨어지고. 나도 안티쪽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책도 안 읽어보고 있었다. 연출할 생각으로 책을 본 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 보게 됐다. 그런데 6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다. 편한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만 갖고 그대로 찍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생길 정도였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삼각관계에 중점을 뒀고, 멜로코드를 넣었다. 캐릭터의 발랄함을 꾸미는 경우에도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리얼리티를 가미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앞뒤 장치를 많이 뒀다. 또,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더 보여주려 했다. 예를 들면, 원작에는 지은성이 여자들을 때리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용납이 안 되더라. 그래서 구타 묘사를 병원 창문을 부수는 것 정도로 바꿨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엽기적인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교훈적인 내용을 강조하기보다는 놀이터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풀어갈 것이다. 물론 어떤 답습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엽기적인 그녀>에도 진지함이 있었지만, 그것이 에피소드의 진지함이었다면 그것과는 상반된 구조의 진지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늑대의 유혹> 김태균 감독

어느 순간 끌어당기는 대사와 감정

인터넷 인기작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강신고와 성권고의 ‘짱’, 반해원과 정태성은 동네에서 소문난 킹카들이다. 이들이 서울로 전학온 ‘평범한’ 여학생 정한경과 만나면서 서로 연적이 되어 사랑 쟁탈전을 벌인다. 반해원과 정태성의 사랑공세에 한경은 어리둥절하고,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무협영화 <화산고>를 만들었던 김태균 감독이 각색과정을 거쳐 현재 촬영을 진행 중이다.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인터넷 소설들을 읽어보질 않았다. 귀여니의 다른 작품들조차 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인터넷 소설이어서가 아니라 원작을 읽어보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처음에는 읽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말이 안 되고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조금 읽다가 던져버릴까 했다. 그런데 1권 뒷부분부터 걸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끌어당기는 정확한 대사와 감정이 있었다. 감정선이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잘 정리되어 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나온 뒤 귀여니에게 보여줬는데, 원래 자신의 원작과 많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고 하더라. 많이 변형하긴 했지만, 그 이야기축 내에서 내 영화에 맞게 재배치를 한 것이다. 물론 원작 자체가 전형적인 드라마트루기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고 만화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논리적인 인과관계보다는 감성에 의해서 배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캐릭터 못 잡겠다고 하면 그런 거에 관심갖지 말라고 말한다. 캐릭터도 변할 수 있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엽기적인 그녀>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별 재미가 없었다.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 <늑대의 유혹>은 우선 멜로드라마다. 슬픈 영화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액션 스타일을 어떻게 새롭게 갈까 생각 중이다. 액션멜로? 그래서, 액션신도 많이 등장한다. <화산고>보다 더 젊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옥탑방 고양이> 김대현 감독

스스럼없는 에피소드

김유리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미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젊은 남녀의 동거 이야기. 동거라는 소재만을 가져왔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원작의 많은 부분을 충실히 재현할 것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국문과에 입학한 여대생 ‘주인이’와 헐렁하지만 착한 남자친구 ‘야옹이’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결실을 맺어간다는 내용이다.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표현을 정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이어서 대중성이 있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소재들이 인터넷상에 많이 올라와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은 보게 된다. 그렇게 역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이 바로 그런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요새는 출판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인 창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에는 스스럼없는 일기체이다 보니 에피소드들이 많고, 그것을 다시 소설로 옮기다 보니 어떤 전통성을 갖지 않게 된 것 같다. 그 점이 새롭게 보였던 것 같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옥탑방 고양이>는 젊은 친구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 나이든 사람이든, 어린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서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인터넷 소설들은 읽다가 그만두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자꾸 생각이 났다. 본격적이고, 전면적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기승전결을 갖고 가야 할 것 같다. 시작을 해서 끝을 맺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어떻게 됐다네, 하는 식의 톤을 살리고 싶다. 물론, 영화적으로 독특한 장치들도 갖겠지만 되도록 쉽게 풀어갈 생각이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이런 식의 너무 많은 작품들이 있어서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는 것 자체가 폄하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이걸 하려고 마음먹었던 건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나오기 전이니까 유행의 시류에 편승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갖고 있는 건강함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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