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인터넷 소설의 유행이 시작됐다
2003년이 공포영화와 사극의 해였다면 2004년은 가족영화와 인터넷 소설의 해가 되지 않을까? 올해 개봉할 영화 가운데 가족영화와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영화의 비중은 상당하다. 한해 60여편을 생산하는 한국영화에서 최소 12편 이상이 가족을 소재로 삼은 영화거나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질적으로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양적으로는 분명 유행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제작자들이 단합이라도 한 듯 이런 영화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영화가 어떤 유행을 반영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90년대 초·중반엔 <결혼 이야기>를 기점으로 삼은 로맨틱코미디가, 90년대 후반엔 <편지> <약속> 등 눈물의 멜로드라마가, 2000년대 초반엔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 조폭코미디가 한국영화의 주류를 형성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일컬었던 대작영화의 유행 또한 비슷한 맥락을 갖는다. 아직 산업적 성장기인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유행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SF, 호러, 스릴러, 사극 등 미개척의 장르가 이런 유행의 틈바구니에서 자생의 싹을 틔웠다. 지금 가족영화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점이다.
가족영화는 <집으로…>와 <오! 브라더스> 등의 흥행 성공으로 이미 그 시장의 잠재력을 드러냈고, 인터넷 소설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이어 TV드라마와 출판 분야까지 발을 넓히며 한국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떠올랐다(<씨네21> 408호 참조). 하지만 이들 영화는 관객층을 넓히고 소재와 장르를 다양화한다는 긍정적 문제의식 뒤에, 시장과 트렌드를 민감하게 추종하려는 의지도 강하게 감지된다.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하려는 감독들 스스로 “처음에는 낯설거나 매력을 못 느꼈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같은 ‘기획’ 동기와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씨네21>은 올해 개봉할 이들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2004년 한국영화의 진로를 짐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