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득도한 대가가 만든 오락영화, <자토이치> [2]
2004-01-29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기타노 다케시+비트 다케시=<자토이치>

<자토이치>는 기타노 다케시가 처음으로 각색을 한 영화다. 기존의 작품들은 모두 기타노가 직접 스토리를 쓰고, 인물을 만들었다. 멜로영화인 <돌스>까지도 기타노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그 덕에 가부키의 ‘사랑의 도피’를 잘못 이해했다는 비판까지 들었다. ‘자토이치’는 전후 일본에서 만들어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의 하나다. 원작소설에 만화, 가쓰 신타로라는 배우가 출연한 수십편의 영화가 일본인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대중의 영웅을 다시 스크린으로 끌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오래전 구로사와 아키라에게서 ‘자토이치 역이 어울릴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고, 아사쿠사에 사는 절친한 친구가 부탁을 하여 만들어진 기타노의 <자토이치>는 과거의 캐릭터와 상당히 다르다. “<자토이치>는 지금까지 몇편이나 만들어졌기 때문에, 얼추 그 형태가 정해져 있다. 그것에 따라간다면 편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야 있나. 이미 있는 테두리 안에 ‘웃음’을 넣고, 조금 강렬한 결투신을 보여주고, 막판에는 다른 시대극들이 그런 것처럼 군무(群舞)신을 보여주자, 고 대략의 윤곽을 생각했다. 꽤 만만치 않은 작업으로 보였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보여줄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재밌었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반반이었다.”

<자토이치>에서 두드러진 것 하나는 웃음이다. <자토이치>는 사무라이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갖가지 코미디 쇼의 형식들이 담겨 있다. 기타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아사쿠사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쇼부터 대중을 휘어잡았던 TV의 버라이어티 쇼까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비트 다케시로서 경험해온 모든 쇼의 패턴을 짜넣’은 것이다. 과거의 영화에서는 의식적으로 코미디 요소를 탈색시켰던 기타노 다케시는, <자토이치>에서 ‘비트 다케시’를 자유롭게 춤추게 한다. <자토이치>의 코미디 부분은 TV에서 함께 공연했던 과달카날 다카가 주로 연기하지만, 눈꺼풀에 눈을 그려넣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등 기타노 자신도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웃음에 싸늘한 칼싸움 장면과 농부와 목수가 일하는 풍경을 익살스럽게 엮어넣은 <자토이치>의 편집은 절묘한 리듬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자토이치>는 기타노 다케시의 ‘예술영화’가 대중에게 손을 건네고 말을 거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는 ‘오락’영화다. 적어도 일본에서는 그렇게 평하고 있다. <자토이치>에서 <소나티네>와 <하나비>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깨에서 힘을 풀고, 한판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토이치>는 가볍고 경쾌하다. “<자토이치>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갖추게 된 것도 자신의 기획이 아닌, 외부의 기획이라고 하는 ‘거리감’이 기타노 자신과 상승작용을 낳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토이치>에서는 배우로서의 비트 다케시를 포함해, 기타노 다케시에게서 일종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여유가 <자토이치>를 훌륭한 오락영화로 만들어낸 힘이었다고 생각된다”는 현지의 평은 설득력이 있다. 그 여유는 <자토이치>라는 소재 자체에서 오는 것과 동시에, 기타노의 영화에 대한 마음가짐에서도 온다. 기타노는 늘 영화가 자신의 ‘장난감’이라고 말해왔고, 늘 뭔가 새로운 것으로 장난쳐본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97년 이후,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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