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으로 싸우는 장면의 안무를 직접 했다고 들었다. 다른 사무라이영화의 검술 장면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검술장면을 위한 안무가가 있었지만, 나는 거의 모든 검술 대결신의 안무를 내 자신이 구상했다. 오기야 집에서 두 게이샤와 긴조 하수인들과의 대결신을 제외하고는. 나는 검술 대결장면들이 이전의 영화들에서 사용된 동작들의 조합들처럼 비슷하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전문가들에 의해 잘 짜여진 결투장면들과는 무언가 다르게 하고 싶었다. 나는 검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결투를 싫어한다. 결국 이러한 결투장면에는 쨍그랑, 댕그랑거리는 쇳소리만 남는다. 운 좋게도, 자토이치는 보통 단칼에 일격을 가한다. 그래서 나는 정형화된 타입의 검술 대결장면을 피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하토리 역의 아사노 다다노부에게는 수년간 내가 축적해왔던 풍부한 기교를 부릴 수 있게 허락했다. 아사쿠사의 코미디 장면에서, 나는 검술신들을 많이 연습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마음속에 솜씨 좋은(기략이 풍부한) 검술 대결 안무- 항상 내가 훗날에 시대극을 만들 때가 온다면 사용하고자 한- 에 대한 몇몇 생각들을 묻어두었다.
동작과 액션에 관해서 나는 CG와 시각효과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가능하면 나 자신만의 검술장면 묘기를 직접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너무 좋아하니까. 원작과 영화에서, 자토이치는 그의 지팡이검을 뽑을 때, 백핸드로 잡는다. 이것은 내가 검을 사용할 때 상당한 제약을 주었다. 나는 액션에서 몇 가지의 선택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잘 구성된 장면으로 검술신을 잡아내기 위해서, 나는 이 장면들을 신체적으로 부자연스런 자세로 해내야 했다. 내 손목, 팔꿈치, 어깨가 비틀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고, 또한 연습도 많이 해야 했다.
-빗속에서 싸우는 장면이 구로사와 아키라의〈7인의 사무라이〉의 오마주라고 들었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영향받은 감독이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장면을 오마주한 이유는.
=말하기 좀 곤란한데, 그 장면이〈7인의 사무라이〉에 대한 오마주라고 처음 밝혔을 때 난 그저 농담으로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구로사와의 딸인 ‘구로사와 가즈코’가 이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했고, 세트 촬영을 하는 동안 나에 대한 이런 농담이 퍼졌다. 리허설을 하고 촬영을 하는 동안 가즈코는 의상을 모니터하느라 내 옆에 서 있곤 했다. 그 빗속의 검투신을 촬영할 때 난 그녀가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을 알아챘다. 난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그녀를 향해 돌아서서 “어때? 이게 나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표시지.〈7인의 사무라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말도 안 돼요! 농담이시죠?”라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난 농부 소년이 사무라이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소리지르며 주위를 뛰어다니는 ‘오우메’의 집신을 촬영할 때에도 이런 농담을 했다. 난 가즈코에게 “이것은 구로사와 감독에 대한 내 두 번째 존경의 표시오. <도데스카덴>!”이라 했고 그녀는 또 웃었다.
진지하게 말해, 구로사와 감독은 주로 잘 짜여진 검투신을 찍었고 이것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구로사와 감독의 방식은 엄청난 스태미나를 필요로 했고 난 그 점에서 그를 존경했다. 그를 우연히 몇번 만났었지만 그는 내게 늘 친절했고 만날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그는 내게 “다케시, 난 자네 영화의 무례함이 좋아. 계속 그렇게 만들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는 내가 우러러보는 몇명의 감독 중 한명이다.마지막 장면의 탭댄스는 정말 유쾌하고, 흥겨웠다. 당신이 이 장면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초기에서부터 기획된 것이었다. 스탠드업코미디로서, 난 종종 시대극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느낀 건 항상 결말이 똑같이 웃기게 끝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웅이 마을을 떠나 논가를 걸을 때에는, 쟁기질을 하던 농부들이 갑자기 춤과 노래를 시작했다. 내가 첫 번째 시대극을 만들게 되었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시대극을 만드는 데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나만의 방식으로 연출하는데 안 될 게 뭐가 있겠나?” 하는 것이었다. 난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재미있지도 않은, 아마추어 여럿이 일본 전통춤을 추는 것을 또다시 만든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탭댄스를 추면 어떨까?!” 생각이 머릴 스쳤다.
몇년 전만 해도 난 진 켈리 타입의 탭댄스를 췄다. 하지만 음악 없는 그레고리 하인즈의 공연을 보았을 때, 난 너무나 놀랐다. 몇년 전, 난 ‘The Stripes’라는 일본 탭댄스 팀을 알게 되었다. 난 그들의 쇼를 보았고 그 춤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난 내가 배운 전통 스타일과 그들의 스타일이 얼마나 다른가를 알고 위압감을 느꼈다. 그것이 내가 자토이치에 ‘The Stripes’를 출연시키게 된 동기이다.
그래서 난 시대극에서 전통 축제춤을 현대화하여 표현했다. 난 일본 최고의 탭댄서들에게 전통의상을 입히고 나무굽이 달린 게다를 신겨 농부와 목수의 모습으로 힙합리듬에 맞춰 최신식 탭댄스를 추게 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하나비>로 그랑프리를 탄 뒤, 당신의 영화는 더욱 자유로워진 것 같다. 누구는 당신 영화가 변했다고도 한다. 당신은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가, 혹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자토이치는 지난해에 일본에서 개봉했고, 엄청난 흥행에도 성공했다. 나에게 가장 손쉬우면서도 분명했던 선택은 바로 자토이치 후속편을 만드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차기작이었다기보다, 내 경력을 안전하게 구하는 생명보험에 드는 것과 같은 것이었는데, 이러한 일을 나는 완전히 내 아이디어와 창조성이 고갈되지 않는 한 굳이 원하지 않는다.
엔터테이너로서나 예술가 아니면 나를 규정하는 다른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나의 모토는 “종잡을 수 없는”이고, 대중들이 항상 나를 규정짓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다음 영화에서는 자토이치의 완전 반대 극지점에 있는 무언가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