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은 97년 이후 상황인데도 밝고 스타일리시하고, 2편은 그 이전 시기로 홍콩이 금융자본주의의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인데 오히려 어둡다.
=2편에 나오는 그런 또래, 그런 부류의 젊은이들은 주로 어둠 속에서 움직인다. 말하자면 캐릭터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2편 전체는 홍콩 사람들이 어떻게 홍콩반환을 대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민 갔듯이 경제적 부흥기였으나 내면 속에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시기다.
-지금의 홍콩 사람들에겐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고 봐도 되나.
=그렇다. 그와 관련해선 특별한 근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민을 갔던 상당수가 되돌아왔다. 외국에 나가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왜 외국에서 시간낭비만 했는지 모르겠다. (웃음) 당시 이민자 대부분이 노령 인구였는데 과거 중국과의 어떤 경험 때문에 그랬을 거다.
-1편은 <영웅본색>처럼 로맨스가 없다. 그 때문에 일찌감치 시나리오를 완성해놓고도 제작자를 찾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3편에 와서 로맨스의 비중이 크다.
=사실 1편을 만들 때 중요한 여자 배역이 없어서 투자자와 이견이 많았다. 우리는 유덕화가 남자 관객에게 어필할 것이고, 양조위가 여자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멜로적 요소가 필요없다고 설득했다. 3편에서 진혜림이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하니까 자연스레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언어의 액션이고 드라마 자체가 액션 못지않은 긴장감을 주도록 만들었다.
-홍콩 누아르가 늘 그렇게 읽혔듯 특히 2편에서 동성애 코드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읽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듯 모든 관객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 감상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 남자 캐릭터 사이에 무언가 있는데 그걸 사랑으로든 우정으로든 관객 나름대로 보는 게 좋다.
-유위강 감독은 촬영부터 시작했다.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와 <중경삼림>에서 보여준 스텝프린팅 기법은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언제쯤 또 그런 새로운 기법을 볼 수 있을까.
=잘 찍기는 쉽지만 좋은 느낌을 주는 건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는 마술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 정말 중요한 건 느낌을 찍는 것이다. 기술이나 스타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어쩌면 피상적인 것이다. 카메라 움직임이나 조명, 현상 기법처럼 피상적 요소에 집착하기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느낌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가장 힘들다.
로케이션 투어 3 (Location Tour 3) - 시장통
인간적인 한침의 이야기가 있는 곳
2편에서 한침(증지위)을 비롯한 4개파 소두목들은 허름한 시장통에서 샤브샤브 같은 음식을 먹으며 예영효에게 반항을 시도한다. 육수에 싱싱한 고기와 야채를 넣어 익혀먹는 그 음식을 핫팟이라고 불렀다. 한명의 소두목은 그 음식을 다시 즐기려다가 암살을 당한다. 그 장면을 찍은 음식점이 설연휴로 문을 열지 않았음을 이해해달라며 두 감독이 그 시장통으로 향했다. 시장 골목은 대낮인데도 어둠침침하고 음산했다.
“여기야말로 홍콩스러운 곳이다. 삼합회 두목 같은 이들이 실제로 잘 오는 장소다. 다른 곳은 전기 스토브를 쓰지만 이곳은 전통적 화로를 쓰기 때문에 더 맛있다.”(유위강)
2편에서 오진우와 함께 돋보이는 캐릭터가 한침이다. 1편과 달리 황지성 국장이 복수의 악순환에 빠져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반면 삼합회 소두목 한침은 욕심이 별로 없고 선한 기운마저 내뿜는다. 물론 그는 타고난 전술가로 막판 대역전극에 성공한다.
“1편에서 한침은 악당은 악당일 뿐이라는 일반적 캐릭터였다. 설명이 필요없었다. 후속편에선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 말해야 했고 그래서 좀더 인간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보통의 악당과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맥조휘)
“1983년 증지위가 감독하는 작품에서 촬영 조감독을 하면서 알게 됐다. 증지위에게 그때부터 많은 걸 배웠기에 스승과 제자처럼 지내왔다. 그렇다고 그 관계가 연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그는 좋은 양반이어서 이견이 있기도 했지만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유위강)
"<무간도> 시간순 재편집… 고민 중""
-3부작 중에서 몇편이 가장 사랑스러운가.
=(맥조휘) 3편이다. 구조가 쉽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스토리가 맘에 든다.
-(유위강) 2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느낌을 많이 쏟아넣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부분이야 어떻든 간에 말이다.
=한국과 달리 홍콩 영화계의 특징 중 하나가 영화인들이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유위강 감독처럼 촬영도 했다가 연출도 하고 다른 작품의 제작자도 하고 연기도 한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나는 두 가지의 개인적 이유가 있다. 첫째는 경력상 카메라 스탭부터 시작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일이 좋고 여러 가지를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다. 난 이곳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자면서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많다. <무간도>가 성공한 이후 사람들이 할리우드로 가라고 권유하는데 그러면 반문한다. 거기서도 지금처럼 다 해볼 수 있는가라고. 난 할리우드엔 가지 않는다.
-맥조휘 감독이 또 다른 3부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누아르인가.
=사실이다. 구상은 끝났으나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 그 전에 옴니버스영화부터 만들 것이다.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우리 둘이 각각 한편씩 만들고 다른 감독에게 한편을 만들게 할 거다. 그중 하나는 호러영화가 될 것이다.
-한국의 박찬욱 감독, 일본의 미이케 다케시와 옴니버스로 만드는 <쓰리2>와 또 다른 버전인가.
=그렇다. <쓰리2>는 아직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찍는 건 문제가 없는데….
-<대부> 시리즈는 시간순으로 재편집된 비디오 버전이 출시되기도 했다. <무간도>를 시간순으로 재편집해볼 생각은 없는가.
=그러고 싶다. 생각 중인데 사실 현실적인 문제가 좀 있다. 배우들 모양도 좀 다르고, 촬영 포맷도 좀 다르고, 분위기나 톤도 좀 다르다.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는데 아무튼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