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이션 투어 4 (Location Tour 4) - 광둥투자타워
생생한 긴장이 존재하는 무드의 현장
바다 밑 터널을 통해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으로 넘어갈 때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1편에서 갑자기 심장이 멎을 듯 충격처럼 다가오는 장면이 황지성 국장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진영인이 삼합회에 잠입한 경찰이라는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파트너이자 상관인 그가 진영인을 보호하려다 정작 자신이 포로가 됐다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삼합회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거리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 장소를 빼놓을 수 없다. ‘광둥투자타워’ 정문이었다.
“죽음이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건 다양한 긴장이 존재하는 무드의 드라마를 의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나리오상에는 황 국장이 갱들과 싸우는 장면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총격전이 벌어진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찍으려고 촬영 준비까지 끝낸 상태에서 그게 의도했던 긴장을 주지 못할 것 같다며 유위강 감독이 다르게 가자고 해서 지금의 장면이 나왔다. 양조위의 황당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에 포인트를 뒀다.”(맥조휘)
“보통 이런 총격전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를 여러 대 놓고 촬영한 뒤 이것저것 이어붙인다. 스탭들이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실제의 생생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한대의 카메라만 썼다. 양조위를 따라가며 그 인물의 긴장감을 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유위강)
이 빌딩 앞은 굉장히 큰 대로였다. 그걸 통제하고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한데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찰이 통제해주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황 국장과 양조위가 접선을 하고, 양조위가 유덕화에게 총을 겨누게 되는 빌딩 옥상은 배경을 이루는 바닷가 풍경과 어울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옥상이 이 건물이겠거니 했으나 그곳은 다른 곳에서 찍었다고 했다. 애초 그곳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건물주로부터 허락을 받지 못했다며 미안해한다.
"범아시아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
<킬 빌> <매트릭스> 등 요즘의 할리우드는 홍콩영화의 자산을 끌어들여 새로운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홍콩영화는 여전히 새롭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예산상의 문제다. 그런 식의 위험을 감내할 감독이나 작가가 홍콩에는 없다. 타란티노도 몇년에 걸쳐서 <킬 빌>을 준비했는데 홍콩에선 그런 게 불가능하다. 여기선 한편 만들고 5∼6년씩 살 수가 없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 한 작품에 몇년이고 매달리고 싶다. 좁은 홍콩시장은 그게 불가능하고 그래서 지금 아시아 시장을 말하며 중국, 한국 등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게 아니냐. 중국시장이 새롭게 떠오르긴 하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다. 범아시아라는 더 큰 차원의 시장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이냐와 더불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물론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무간도3 종극무간> 미리보기
‘누아르’라기보다는 ‘사이코드라마’에 가까운
1편처럼 3편의 주인공은 유건명(유덕화)이자 진영인(양조위)이다. 1편에서 살해당한 진영인을 3편 곳곳에서 불러오는 건 유건명이기도 하고, 제3의 인물로 처음 등장하는 경찰 내 실력자인 양금영(여명) 보안반장과 중국 본토의 범죄조직 보스인 심등(진도명)이기도 하다. 진영인의 죽음에 의심을 품은 경찰 내부에서는 양금영에게 재조사를 지시한다. 하지만 유건명은 오히려 양금영에게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쫓기는 심정으로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유건명은 진영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진영인의 연인이었던 정신과 상담의 닥터 리(진혜림)와 가깝게 지내게 된다. 3편의 스타일이 1, 2편과 또다시 갈라지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유건명의 분열증과 초조감은 3편을 누아르라기보다 사이코드라마에 가깝게 만든다. 급격한 반전이 이뤄지곤 하던 전편의 스타일은 양금영과 심등의 몫이다. 특히 양금영의 실체는 반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모호해서 3편이 마련하는 긴장감의 진원이 된다. 그들의 정체를 밝혀주는 사람은 흥미롭게도 죽어버린 진영인이다. 회상장면에만 등장하는 양조위의 몫이 중요해진 건 그 탓이다. 황지성 국장과 한침도 등장하지만 1, 2편에 비하면 그 비중이 크게 줄었다. 현재와 과거를 부지런하게 오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3편의 이야기 전개는 상당히 복잡하다. 전편들에 비해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게 흠이다. 3편에서도 시나리오는 맥조휘가 맡았고, 촬영은 유위강이 담당했으며 연출은 공동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