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 안젤리나 졸리가 미술상 트로피를 <반지의 제왕> 팀에게 안겨줍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벨빌의 세 쌍둥이>를 인지도에서 제친 <니모를 찾아서>에 돌아갔습니다. 지난 1월 디즈니와 결별했음에도 앤드루 스탠튼 감독은 디즈니 배급팀을 치하하네요.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 엘렌 드제네러스가 조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점이 새삼 애석합니다.
봉 | 방금 무대 뒤에서 전해준 소식에 의하면 팀 로빈스가 “수잔 (서랜던)의 트로피와 내 것을 한 방에 놓고 핑크빛 무드 조성을 해서 오스카 2세를 보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는군요. 오스카의 번식이라니 으스스하죠? 아, 의상상도 <반지의 제왕> 팀이군요.
빌리 크리스털 : “(방금 수상한) 호빗 의상은 대니 드 비토씨 댁에서 판매 중입니다.”
몽 | 저런, 좀 못된 농담인걸요? 지난해 수상자 크리스 쿠퍼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콜드 마운틴>의 르네 젤위거를 부르고 있군요. <브리짓 존스의 일기2> 촬영 이후 여전히 살집이 있는 모습입니다. 꽤 감개무량해하지만, 핸드백에서 쪽지를 꺼내는 품이 철저히 준비된 자세네요.
봉 | 글쎄요. 이번 상은 후보 지명만 받고 지난 2년간 빈손으로 귀가했던 젤위거에게 바치는 ‘<시카고> 때는 미안했네’ 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경쟁자 홀리 헌터, 마샤 게이 허든은 수상 전력이 있으니까요. 5803명의 아카데미 회원 중 1298명으로 배우가 가장 수가 많아서인지 연기상은 여타 부문보다 동업자의 고려가 반영된 결과를 자주 보네요.
몽 | 시각효과상까지 <반지의 제왕>의 품에 안긴 가운데, 짐 캐리가 평생공로상 수상자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을 소개하네요. 저런, 휠체어 기어를 최고로 놓고 달려들어온 노감독이 트로피를 잡아채서 반대쪽 벽에 충돌하는군요! 그 와중에도 짐 캐리에게 “내 오스카 손 대지마”라고 을러대고 있습니다.
봉 | 하하. 엄숙했던 지난해 시상식을 의식해서인지, 올해 쇼의 제작자 조 로스의 컨셉은 가벼움과 명랑함인 듯합니다. 피터 셀러스 주연의 <핑크 팬더> 시리즈, <빅터/ 빅토리아> <텐>의 에드워즈 감독은 올해 81살입니다. 혹시 평생공로상 수상 연락을 받은 원로들은 “죽을 때가 됐다는 뜻인가?”라고 우울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몽 | 메이크업상과 음향 믹싱상도 <반지의 제왕>입니다. 의족과 의수를 1만개나 만들었다네요.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이 외모를 바꾼 연기로 받은 갈채를 생각하면, 테론을 둔갑시킨 메이크업 아티스트 토니 지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 건 의아한데요? 올해는 쇼는 재미있는데 감사 명단만 늘어놓는 수상 소감들이 지루하군요.
봉 | 잠깐요,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을 추적한 <전쟁의 안개>로 다큐멘터리상을 방금 수상한 에롤 모리스 감독이 뭔가 열변을 토할 것 같은데요?
에롤 모리스 : “이제야 오스카가 내 영화를 인정해주니 고맙군요. 평생 무시할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40년전 베트남전의 토끼굴로 내몰렸고 지금 다시 토끼굴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잠깐 멈추고 이 영화의 주제를 생각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
빌리 크리스털 : “감독님, 바로 세무조사 들어옵니다. 살벌한 시국이에요.”
몽 | <마스터 앤드 커맨더>가 음향 편집상으로 간신히 체면을 차리나 싶더니 음악상과 주제가상이 <반지의 제왕>의 하워드 쇼어와 애니 레녹스, 프랜 월시에게 돌아갔네요. 두곡이나 후보를 올린 <콜드 마운틴>은 상당히 약오르겠는데요?
봉 | 빌리 크리스털도 반지 싹쓸이 사태(?)의 심각성을 점점 깨닫는 모양입니다. “공식적으로 뉴질랜드에는 더이상 치하를 받을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고 공고하더니, “사람들이 단지 치하를 받기 위해 뉴질랜드로 이주 중”이라는 소식을 장내에 알리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