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76회 아카데미영화상 가상 중계 [4]
2004-03-12
글 : 김혜리

몽 | 쉿,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캐나다영화 <야만적 침략>의 프로듀서가 소감을 말합니다.

드니스 로버트 : “<반지의 제왕>이 저희 부문 후보 자격이 없어 천만다행입니다.”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은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곁에서 시종 담담했던 각본상 수상자 소피아 코폴라.

봉 | 그것도 아슬아슬했죠. <반지의 제왕>에는 엘프어 대사도 꽤 나온다구요.

몽 | 그렇군요. <가타카>에서 공연했던 주드 로와 우마 서먼이,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노장 러셀 보이드에게 촬영상 트로피를 건네고 있습니다. <행잉록의 소풍>에서부터 단짝인 피터 위어 감독이 가장 기뻐하는군요.

봉 | 각색상 부문에서는 캐릭터와 스토리 차용 수준에 그치는 만화책 각색의 일상적 수준을 뛰어넘은 <아메리칸 스플렌도어>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몽 | 하지만 결과는… 역시 <반지의 제왕>입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아내인 프랜 월시, 필리파 보이엔스와 함께 무대에 처음 올랐습니다.

봉 | 오늘 같은 상복이라면 <반지의 제왕> 군단은 그게 능금아가씨선발대회라 해도 상을 탈 것 같네요. 수상의 기쁨이 고루 분배되지 않으니 손님들도 따분했는지, 각본상을 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소피아 코폴라에게 열렬한 박수가 쏟아집니다.

소피아 코폴라 : “영감을 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왕가위, 밥 포스 등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든 작가에게는 뮤즈가 있게 마련인데 내게는 빌 머레이가 있었습니다.”

몽 | 호오, 빌 머레이가 아까 무대에서 “현장에서 감독을 바꿔야 되지 않나 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놀렸는데도 소피아 코폴라는 끝끝내 진지하기 짝이 없네요.

봉 | 이로써 코폴라가는, 존 휴스턴과 안젤리카 휴스턴의 휴스턴 가문과 함께 3대째 오스카를 손에 넣은 두 번째 집안이 됐습니다. 조부 카마인 코폴라와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기록을 이었군요. 게다가 소피아 코폴라는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 후보로 오른 미국 국적의 여성이라고 합니다.

몽 | 아직도 그런 기록이 남아 있었다니 뜻밖인데요. 하지만 감독상은 역시 피터 잭슨이군요.

피터 잭슨 : “여덟살 때 내게 처음 8mm 카메라를 사준 부모님, 그러나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그분들께 감사합니다.”

몽 여우주연상 발표를 위해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이 뒤숭숭한 긴장감은 뭐죠?

봉 | 지난해 오스카에서 시상자 할리 베리에게 기습 프렌치 키스를 해 물의를 빚었죠, MTV 영화상에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죠. 올해는 품행이 좀 나아졌는지. 흠, 한결 발전했네요. 구강청정제를 준비했군요. 수상자는…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브로디와의 거리를 신중히 유지하며 마이크로 다가갑니다.

몽 | 연인 스튜어트 타운센드와 자신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낯선 땅 미국의 생활을 감내한 어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하는군요. 뉴질랜드에 질세라 남아공 동포들에게 다음주에 트로피 들고 간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남우주연상은 빌 머레이, 조니 뎁, 숀 펜의 삼파전이지요. 말하자면 정극 연기를 한 코미디 배우, 코미디 연기를 한 정극 배우, 진지한 연기를 한 진지한 배우가 겨루고 있는 형국이죠.

봉 | <에드 우드> <데드맨> 등을 찍은 조니 뎁의 첫 후보지명이 테마파크 형 블록버스터에서 나왔다는 것도 아이러니죠. 숀 펜은 네 번째 노미네이션이라는 점에서, 빌 머레이는 코미디언으로서 자신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평단의 주목을 끄는 드문 작품을 만났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입니다. 조니 뎁이 머레이와 펜 중 누구의 표를 잠식했느냐가 관건인데요.

몽 | 니콜 키드먼의 봉투에서 나온 이름은 숀 펜입니다. 기립박수를 받고 있군요.

숀 펜 : ““우리 배우들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 외에 아는 게 있다면, 연기에 최고란 없다는 점입니다. 동료 후보들, 후보에 오르지 않은 닉 케이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명연이 그것을 입증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직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내 삶에 와줘서 고맙습니다.”

몽 | 불같은 사나이인 줄만 알았는데 수줍은 면이 있군요.

봉 | 미리 준비한 뜻있는 발언과 갑자기 튀어나온 감상이 뒤섞인 횡설수설이지만, 뭉클합니다.

"나의 후보지명 자체가 쇼크였다"며 숀 펜에게 누구보다 뜨거운 갈채를 보낸 조니 뎁.
"대통령도 뽑아야 하고 더 중요한 일이 많잖아요?"라고 앞당겨진 시상식에 대한 코멘트를 남긴 다이앤 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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