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비주얼 롤러코스터 <스파이더 맨2> [4] - 프로덕션디자인(2)
2004-06-29
글 : 박은영

스파이더 맨은 어떻게 하늘을 날까?

와이어 액션과 고공 촬영은 2편에서 훨씬 많아졌다. 메리 제인은 물론 메이 고모도 뉴욕 상공에서 와이어 액션을 소화해냈다. 사진은 와이어의 도움으로 비행을 준비 중인 커스틴 던스트.

전편보다 막강해진 악당에 맞서기 위해선 스파이더 맨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작고 날쌘 몸으로 애크러배틱 스타일의 무예를 선보였던 스파이더 맨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는 것이 제작진의 자랑. 구체적으로 어떤 장기가 추가됐는지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예고편에서 맛본 대로라면 스파이더 맨의 몸놀림은 한층 빠르고 유연하고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의 연인 메리 제인, 심지어 그의 숙모 메이마저 와이어 액션을 소화해낸다고 하니, 2편에는 ‘연약’하거나 ‘정적’인 캐릭터가 아예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1편의 엔딩에서 선보인 스파이더 맨의 뉴욕 상공 활강신을 2편에서는 더 자주 더 역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것. 2편에 새로 합류한 빌 포프(<매트릭스> 시리즈) 촬영팀은 이를 위해 월스트리트의 빌딩 옥상에 크레인을 설치하고, 케이블에 카메라를 매다는 등의 비싸고 위험한 시도를 ‘밥 먹듯이’ 했다고 전해진다.

“촬영장소를 빌딩 옥상으로 옮기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스파이더 맨은 주로 옥상에서 활동하고, 거기서 늘 시내를 굽어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공동 프로듀서 그랜트 커티스) 뉴욕의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당을 찾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은 건물 옥상에 크레인을 비롯한 촬영 장비를 옮겨다놓는 일, 그리고 몰려든 인파를 통제해가면서 배우와 스턴트맨의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는 일이었다. 촬영팀은 두 가지의 고공 촬영을 시도했다. 빌딩 옥상에 크레인을 설치하고, 그 크레인에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장착해 촬영 대상을 따라붙으며 카메라를 내려뜨리거나 감아올리며 촬영하는 기법이 하나. 또 다른 기술은 일명 ‘나는 양탄자’ 기법으로, 인접한 여러 빌딩의 옥상에 크레인들을 설치하고 케이블로 연결한 뒤 서로 다른 높이와 각도의 빌딩 사이를 오르내리며 촬영하는 것이었다. 이 옥상에서의 ‘난리 블루스’를 통해 얻은 효과? 관객에게 뉴욕 도심을 활강하거나 비상하는 ‘스파이더 맨 체험’ 기회를 선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놀이기구에도 질색하는 담 약한 관객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무대는 얼마나 늘었고, 어떻게 달라졌나?

프로듀서 아비 아라드는 ‘속편에선 무얼 더 보여줄까’를 고민하던 끝에 ‘뉴욕’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일 뿐 아니라 핵심 스탭들의 고향이기도 한 뉴욕은 1편에서 독립된 ‘캐릭터’로 등장했던 데 이어, 2편에서는 ‘실물’에 가깝게 묘사된다. 1편에서 보여진 것 이상으로 뉴욕 시내의 마천루가 자주 노출된다는 사실, 그리고 스파이더 맨과 옥토퍼스가 맞붙는 하이라이트 결투가 ‘지하철’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메이드 인 뉴욕’의 인장이 선명해졌다는 증거. 맨해튼, 퀸즈, 브루클린 등지를 돌며 뉴욕의 상징이랄 수 있는 건축물과 거리를 담아냈지만, 그 촬영분이 곧이곧대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실사와 세트 촬영, 그리고 CG를 동원해 영화적인 공간으로 손질한 것이다. “극중 뉴욕은 실제 뉴욕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가상 도시도 아니다. 세트디자이너인 닐 스피삭은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이라는 도시 속에서 환상을 찾아냈고, 스파이더 맨이 살고 있을 법한 뉴욕으로 재창조해냈다.”(샘 레이미) 세트디자이너 닐 스피삭은 세트와 로케이션을 아울러 100개 이상의 배경을 디자인했다.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원작 코믹북의 작화가 중 회색 등 중간색을 선호했다는 알렉스 로스의 그림, 사진작가 라이너트 울프가 시간대별로 촬영한 뉴욕 마천루 사진, 그리고 뉴욕타워의 가이드북이었다.

2편의 세트는 인물들의 복잡하고 어두워진 마음의 풍경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방음 스튜디오의 물탱크 위에 15주에 걸친 대공사를 거쳐 완성했다는 부두 세트는 옥토퍼스가 핵 융합 실험을 하는 곳으로, 그의 광기와 어두운 음모가 지배하는 공간. 최종본에는 뉴욕의 원거리 풍경과 산페드로 바닷가 촬영분, 부두의 미니어처 모형 등이 합성돼 보여진다. 또한 옥토퍼스가 자동차를 집어던져 난장판이 되는 식당 세트와 피터의 직장인 신문사 사무실 세트, 그리고 아버지의 야심과 분노를 물려받은 해리 오스본의 화려한 펜트하우스의 비중도 크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피터의 아파트는 심경 복잡한 피터의 내면을 반영하듯 “낡고 어둡고 비좁은 공간”으로 연출되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

사랑도 우정도 꼬여만 가고, 지구 수호의 책임도 막중해진 피터의 복잡한 내면을 반영하는 허름하고 어두운 아파트(맨 왼쪽). 포악해진 옥토퍼스가 연구비 마련을 위해 급습하는 은행 세트. 스파이더 맨과 옥토퍼스의 두 번째 대결 공간이다(가운데). 과학재단의 책임자가 된 해리의 저택 베란다. 옥토퍼스와 해리의 위험한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이다(오른쪽).

Before and After. 변신 전 오토 옥타비우스 박사의 연구 공간 겸 자택 내부. 그러나 성실하고 지적인 연구자였던 그는 탐욕적이고 사악한 닥터 옥토퍼스로 돌변한 뒤 부둣가에 실험실을 만든다. 물탱크 위에 지었다는 부두 세트에 실제 바다와 부두 화면, 그리고 미니어처를 합성해 완성했다(위).

자료제공 콜럼비아트라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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