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유다이 감독 프로필
1971년 도쿄 출생
일본 영화학교 졸업
교토 필름 스튜디오 입사
기타무라 류헤이의 <다운 투 헬> <버수스> <얼라이브> 공동 시나리오 및 촬영
2002년 <지옥갑자원>으로 데뷔
다섯편의 짧은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구성한 <만가타로 단막극>은 괴상한 영화다. 매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못나고 보잘것없고, 낙서하듯 막 써내려간 스토리는 예외없이 허무한 결말에 이른다. 게다가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는 조악한 특수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특정 장면들의 반복, 심하게 과장된 코미디 연기 등 일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무난히 받아들이기엔 방해 요소가 많다. 일본 만화가 ‘망☆가타로’(漫☆畵太郞)의 단편 만화들을 원작으로 한 <만가타로 단막극>은 역시 같은 작가의 만화가 원작인 <지옥갑자원>(국내 개봉 9월3일 예정)으로 데뷔한 야마구치 유다이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전편이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을 배려해 만든 대중적인 영화라면, 처음부터 원작 팬들을 위해 비디오용으로 제작한 이번 영화는 과감하고 독특한 원작의 개성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지옥갑자원>을 개봉했던 극장주의 제안으로 이 영화도 단관 개봉해 기대치만큼의 관객을 끌어모았다면서, 그는 앞으로도 계속 코미디영화만 하고 싶다는 단순한 꿈을 이야기했다. 별난 영화에 비해 인상은 너무도 평범한 그에게 욕심이 있다면 바로 “코미디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일본 영화계의 징크스를 깨는 것”이었다.
<만가타로 단막극>의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나.
2천만엔 들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싼 제작비로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본에서는 코미디영화가 흥행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어서, 코미디영화라고 하면 제작자들도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하면 내 영화는 여유롭게 찍은 편이다.
당신이 말하는 ‘흥행하지 못하는’ 코미디란 일반적인 의미의 코미디와 좀 다른 것 아닌가.
그럴 수 있다. 난 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코미디가 아니라, 처음부터 웃음만이 연발되는, 웃음만으로 구성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영화는 시작부터 호러영화가 아니라 죽음이 죽음으로 연결되면서 결국에 호러영화로 완성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코미디도 그런 식이다. 굳이 원작 팬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가 있는지.
<지옥갑자원> 때 영화가 원작과 너무 다르다고 팬들에게 지적을 많이 당했다. 시나리오를 다 쓰고 심의를 받았는데 18세 관람가가 나왔다. 영화 자체가 잔혹한 건 절대 아닌데, 시나리오에 팔 잘리고 목 잘리는 장면들이 묘사돼 있으니 영화가 진짜로 그렇게 하는 걸 보여주는 줄 알고 18세 등급이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는 특히 후반부를 원작과 많이 다르게 갔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없어서 피한 게 아니라 심의 때문에, 더군다나 데뷔작이라는 점도 있기 때문에 안 한 것뿐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옥갑자원>이 일본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는지.
단관 개봉에다가, ‘레이트 쇼’(late show)라고 해서 마지막회 1회 상영만 했다. 원래는 2∼3주만 걸고 내릴 예정이었는데, 3개월 장기 상영을 했다. 그 극장의 최다 관객수 동원 영화 기록도 깼다. (웃음) 비디오, DVD도 많이 팔려서 수익이 많았다.
데뷔하기 꽤 오래 전부터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과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운 투 헬>(1995) <버수스>(2000) <얼라이브>(2002)에서 스토리보드와 시나리오, 촬영 등을 함께했다. <버수스> 같은 경우는 야외촬영이 많았기 때문에 한쪽에서 기타무라가 액션 장면을 찍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가 좀비 나오는 장면을 찍고 했다. 기타무라와 나는 영화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달라도 좋아하는 영화가 똑같다. 기타무라는 액션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지만, 난 코미디영화를 하니까. 그렇지만 둘이 영화 얘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나.
공포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근데 내가 만들려고 하면 어째 공포가 안 되고 코미디만 나온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B급 호러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나는 남들과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 B급 호러는 이미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가 또 찍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호러를 찍더라도 나는 B급 호러의 형식까지 비틀어서 만들고 싶다. 내가 호러를 만든다고 해도 그건 아마, 이런 영화는 아무도 안 만들었을 거야, 세상엔 없는 영화일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3일 전에 완성했다는 신작 얘기를 해달라.
<크로마티 고교>라고 역시 망가타로 만화가 원작이다. 고릴라, 로보트 등 괴상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가 배경이다. <화산고>처럼. <지옥갑자원>의 몇배에 달하는 재미를 주고 싶다. 제작비도 8천만엔이나 들었다. 꽤 많은 돈인데, 이렇게 예산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도 <지옥갑자원> <만가타로 단막극>이 일본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