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류승완·정두홍, 홍콩 무협의 장인 정소동을 만나다 [2]
2004-09-08
글 : 김도훈

영화의 주제에 따라 액션도 움직인다

정소동 | 저번에 찍었던 작품을 완전히 잊어라. 어떻게든 저번에 썼던 동작을 안 쓰면 새로운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정두홍 | 무술감독으로서 참가할 때는 동작을 연출하는 데에만 집중하는가? 아니면 편집이나 촬영이나 기타 테크니컬한 부분까지 연출자와 상의하는가.

정소동 | 맡은 장면은 직접 찍는다. 직접 사진기를 들고 찍은 뒤 편집도 하고. 그러고나서….

류승완 | 아니 그렇다면, 촬영팀이 두개 조로 나뉘어지는 것인가? 액션은 정소동, 드라마는 작품의 감독. 이렇게?

정소동 | 그건 아니지만. 장이모 감독은 그냥 나에게 맡기고 쉴 때도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 아래에서 만드니까 가능하다.

류승완 | <연인>에서는 이전과 다른 동작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마지막 유덕화와 금성무의 결투신을 보면 동작의 화려함보다는 인물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려고 했구나라고 느꼈다.

정소동 | 보는 눈이 대단한 것 같다. 정서 표현에 강점을 둔 게 맞다. <연인>을 작업할 때는 무술 자체에 대한 것은 거의 접어두고 촬영에 임했다. 무술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배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더 노력을 기울였다.

류승완 | <연인>의 라스트나 <영웅>의 대형 시퀀스는 며칠 정도 촬영이 진행되었으며, 어떤 시스템으로 작업이 진행되나.

정소동 | 준비할 때부터 최고로 준비했다. 영화 찍을 때는 돈이 많이 드니까. 제일 좋은 환경에서 제일 좋은 작품을 만드려고 꼼꼼히 준비한다. 작업할 때 제일 먼저 따져보는 게 제작비다. 협찬이 많으면 NG가 나도 여유롭게 다시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으니까.

류승완 | <영웅>과 <연인>은 프로덕션 기간이 어느 정도였나.

정소동 | <영웅>은 6개월, <연인>이 4개월 반 걸렸다.

류승완 | <연인> 라스트에서의 눈밭 액션은, CG도 들어가고 넓은 롱숏이 많아서 힘들었을것 같은데. 그 장면 만드는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정소동 | 6일.

류승완, 정두홍 | 와아(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류승완 | 그런 걸 질문한 이유는 <씨네21>을 통해서 한국의 제작자들에게 ‘이런 장면을 찍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 시간이 걸린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웃음) 중국 무협영화의 힘은 동작연출뿐만 아니라 공간의 이용에서도 나오는 듯하다. 미술 세팅, 칼 디자인이나. 그런 것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술 부분에서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신을 만드나.

정소동 |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봤다. 거기 액션을 보면 장면당 최소 3일은 걸렸을 텐데 그냥 가서 즉흥적으로 찍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마찬가지다. 미리 전날 회의를 충분히 한 다음에 찍는다.

류승완 | <연인>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중 하나는 칼의 디자인이었다. 그런 투박한 칼을 인물들이 쓰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는 현란한 무술이 중요한 액션영화가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정소동 <영웅>에서는 ‘검’(劍)을 썼다. 양면검. 예리하지만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힘이 없었다. <연인>에서는 ‘도’(刀)를 썼다. 아름다움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을 담기 위해 좀더 투박한 것을 쓴 거다.

류승완 | <연인>의 장쯔이가 무용하는 장면을 보던 정두홍 감독이 감격해서 박수를 쳤다. (정두홍 웃음) 액션 연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물의 정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액션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정소동 | 글쎄. 감정이나 스타일,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만들고 있는 영화가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느냐 하는 것이다. 거기에 따라서 액션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류승완 | 작품마다 다르게 접근한다는 건가.

정소동 | 바로 그렇다.

정두홍 | <영웅>에서 이연걸과 견자단의 창/칼의 대결을 너무 잘 봤고. <연인>에서 장쯔이의 춤추는 장면을 보고 너무 놀랐다. 두 영화를 보면서 정소동의 세계에는 어떤 ‘공간’이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지금 김성수 감독과 <낙랑공주>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거기도 북이 나오는데 <연인>에서의 북춤장면을 보고 나서는, 대체 북으로 더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류승완 |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팥으로 찍을 거라 생각했다. (웃음)(<연인>에서 유덕화와 장쯔이의 춤장면에서는 ‘콩’이 이용된다- 편집자)

정소동 | 창작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재빨리 쓰라. 조금만 시간을 보내면 다른 사람이 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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