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차승원은 등장부터 요란하다. 들어오자마자 먼저 와 있던 이성재에게 붙더니 금세 생일 선물로 받은 신발 자랑부터 한다. “나 얼마 전 생일이었던 것 알지. 그런데 누구만 선물을 안 준단 말이야.”
며칠 전 저혈압으로 자리 보전해야 했던 이성재의 샛노래진 얼굴에도 그때서야 웃음기가 번진다. 또다른 인터뷰 때문에 약속시간을 20분이나 어긴 김혜수가 뒤늦게 나타나 둘 사이에 앉는다. 곧바로 “사랑해”라며 두 남자의 어깨에 한번씩 기대는 한 여자. 그랬더니 이번엔 <신라의 달밤>의 영준과 기동처럼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된다. “너무 오래 기대잖아.” “무슨 소리야.” 그러다 김혜수의 한마디. “이 두사람은 여배우를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들이야.” 두 남자 일제히 일어서 “더이상 예뻐하면 오버 아니야?”라고 던지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선다.
<신라의 달밤>의 세 배우
공교롭게도 모두 70년 개띠다.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하는 듯하지만 알고보면 사이좋은 삼각관계. 이들이 모인 스튜디오는 들썩들썩 시끌벅적했다. 사실 주범은 차승원과 김혜수였고, 이성재는 ‘떠드는 아이들’이 입다물기 기다리는 착한 반장 같았지만. 처음, 표지촬영은 단아한 가족사진의 느낌으로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얌전한 눈빛으로 받던 이들은, <신라의 달밤> 영화음악이 나오자 곧 ‘야유회’ 분위기를 일구었다. 랩을 따라하는 입술은 입술끼리, 리듬을 맞추는 발은 발끼리, 어느새 이들은 박자를 척척 맞춰갔다. “오랜만에 여행 경주로 가네, 필 소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