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재밌어졌다. 어색함 없이 제 표정을 발한다. “그건 바로 너야. 거침없는 카리스마.” 주제가 가사는 시원스럽지만 <신라의 달밤>에서 차승원이 재미있는 건, ‘카리스마’ 때문이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한 ‘쪽팔림’ 때문이다. 폼생폼사 공중차기를 했다 보기좋게 나가떨어지면서, 때로는 깡패들에게 흠씬 맞고서도, “나니까 이만하지”라고 자존심 세우는 최기동. ‘깡패 출신 체육교사’라는, 어찌보면 도식적인 한 인물의 인생유전이 차승원을 통해 비로소 살이 붙고 피가 도는 모양새다. “출발부터 턴지점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질주를 한 선수가 있다. 그가 턴하자마자 피치를 올려 뛴다면? 사람들은 그를 주목할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신라의 달밤>은 내게 그런 작품이다.”
<신라의 달밤> 개봉을 앞두고 차승원은 초조하면서도 능청스럽다. 시종일관 진지하던 <리베라 메>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오렌지색 트레이닝복을 빼입고선 뺀지뺀질< 인터뷰를 넘나든다. 하지만 영화의 성공여부에 많은 것을 건 듯, 새삼 배우인생을 마라톤에 빗댄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다. <홀리데이 인 서울> <자귀모>에서부터 <세기말> <리베라 메> <신혼여행>까지. 가장 주목받았던 <리베라 메>도 그에게는 그저 “노력대비 적정 수위”였을 뿐이다. 이젠 뭔가 배우로서 ‘대박’을 하나 터뜨려야만 할 시점이라고, 그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경주에 있었던 듯하다. 수박 겉핥기식 연기는 용납이 안 된다는 그에게 “연기란 늘 괴롭다”. <리베라 메>의 정신질환자 방화범이건, <신라의 달밤>의 기동이건. 대역을 쓰지 않았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어느 “컨디션 좋던” 날, 액션장면의 리허설을 하다 기절하기도 했다. “즐거움이요?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그걸 알 때까지 앞으로 그의 마라톤은 계속될 듯. 그는 다음 작품도 ‘남자영화’를 택할 계획이다.
김혜수가 본 차승원 |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평소랑 방송 때랑 똑같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이성재씨가 차분하다면 차승원씨는 드러나는 스타일. 하지만 그런 차이를 제하면, 둘은 닮은 점이 많았다. 나를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노는 건 특히! 도대체 여배우를 아낄 줄 모른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