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브라이언 드 팔마와 <팜므 파탈> [4] - 드 팔마 감독 인터뷰 (2)
2004-11-2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물론 당신의 예전 영화들도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영화들에서 더욱더 형식을 변주하는 데 깊은 관심을 드러내는 것 같다. 어떤 평론가는 이런 변화에 대해 드 팔마는 여전히 베끼기만 하고 오리지널한 것은 없다고 불평하지만 반대편에선 당신의 영화가 형식에 집착하면서 또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특히 <스네이크 아이즈> <미션 투 마스> <팜므파탈> 등 최근 영화들이 상당수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받고 프랑스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특이한 일이다. 이런 상반된 평가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느끼나.

=그러한 반응들을 보면서 늘 당혹해 하곤 한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나만의 색깔을 가지려 한다. 영화의 사실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비평가들은 내 영화들을 보면서 그 흐름을 따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영화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부분 극장에 들어서기 전 자신이 무엇을 보게 될지 어느 정도 결정을 하고 보는 사람들이다. 내 영화들은 어떤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내 영화를 외면하는 이들은 내 영화가 그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것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좋게 평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점들을 높이 사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당신은 마틴 스코시즈, 스티븐 스필버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등과 더불어 60년대 할리우드를 바꾸어놓은 감독들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스필버그, 코폴라, 루카스 등이 주류영화계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나 스코시즈가 영화제를 통해 거장으로 인정받은 것에 비해 당신이 걸어온 길은 특이하다. 주류영화에 한발 딛고 있으면서 다른 한발은 빼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 같은 블록버스터도 있었지만 대체로 제3의 길을 택한 듯 보인다. 어느 정도 의도한 결과라고 봐야 할까.

=꼭 의도한 결과라기보다는 자연적으로 상황들이 그렇게 흐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경력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됐고, 그 이유는 각자의 성격이 다르고 각기 독창적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영화에서 어떤 시스템을 드나드는 걸 좋아하는데 내 삶 자체가 하나의 방식에 매여 있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이렇게 하나의 시스템을 드나드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전처럼 동일하게 나의 경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당신의 경력은 언제나 오르락내리락했다. 걸작을 찍으면 다음 영화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식으로. <미션 임파서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안착하나 했더니 <스네이크 아이즈>와 <미션 투 마스>를 보면 좀더 개인적인 영화로 선회한 듯한 인상이다. 당신의 경력이 이처럼 오르락내리락한 것은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인가? 돈버는 영화를 찍었으니 다음 영화는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하겠어, 하는 식으로.

=영화란 상업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따금씩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상업적인 성공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다음 작품을 하기가 매우 힘들거나, 다음 작품을 만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블록버스터와 개인적인 영화들을 오간 것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 하겠다.

-60년대, 그러니까 20대에 감독으로 데뷔해서 40년 가까이 연출을 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한국의 임권택 감독은 “영화도 감독의 나이만큼 나이를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60대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혹은 여전히 똑같다면 어떤 면에서 같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유일한 한국 감독은 김기덕 감독이다). 나이가 들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소재 선택이 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경력을 이어나가다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고 이전에 사용했던 소재를 되풀이해 다시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80대나 90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천재 감독들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또 미국의 적대적인 시스템과 싸우면서 일해야 할 때가 많다.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 매진해야만 하는 것인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것이 점점 버거워지는 게 사실이다.

드 팔마 어록

“나는 에로틱하지만 히치콕은 그렇지 않다”

팜프 파탈

관객에 대해 l “정말 미스터리다. 영화를 볼 땐 분명히 푹 빠져서 본 사람들이 영화가 끝나면 내가 본 최악의 영화였다든가 이 작자는 끌어내 총살을 해야 된다는 따위의 글을 설문지에 적는다.”(쿠엔틴 타란티노와의 인터뷰, 1994)“<침실의 표적>이 나왔을 때 나보다 더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없을 거다. 얼마나 언론에서 닦달을 당했는지 차마 말로 할 수 없다. <스카페이스> 개봉일 파티 때는 사람들이 화가 나 복도를 뛰어다녔고 난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줄 알았다.”(<프리미어>, 1998)

공포에 대해 l “사람들을 무섭게 해야 한다는 건 장르의 일부다. 그러나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바로 무엇인가 일어날 듯한 것에 대한 기대다. 공포, 바로 거기에서 예술적 효과가 개입하는 것이다.”(<뉴욕타임스>, 1987)

히치콕에 대해 l “나는 초현실주의적으로 에로틱하게 이미지를 다룬다. 히치콕은 이런 쪽으로 너무 많이 들어간 적이 없다.”(<롤링스톤>, 1980)

폭력에 대해 l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폭력을 따라한다는 논리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축구경기를 보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야구 방망이를 들어 누군가의 머리를 때리는 일은 없다.”(쿠엔틴 타란티노와의 인터뷰, 1994)

패스티시에 대해 l “나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내가 앉아서 영화들을 보다가 그 영화를 끌어들이거나 재구성해 다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내 영화 대부분은 내 경험의 산물이다.”(<필름 코멘트>, 2002 11/12??)

인터넷 팬과 프랑스 언론에 대해 l “내 팬들은 사인이나 받으려 날뛰는 미친 녀석들이 아니라 지적인 이들이다. 웹 포럼에 쓴 글을 보면 정말 와우. 이건 프랑스 비평가들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그들은 정말 공부를 한다. 그들의 통찰력은 생각하게끔 만든다. 미국 프레스 정킷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www.briandepalma.net, 2000)

정치관에 대해 l “나는 1960년대적 (진보적 기운이 일었던) 우상파괴주의자이다. 나는 기성체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나는 미디어 전체를 이번주엔 뭘 팔 것인가의 문제로 본다.”(<프리미어>,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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