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판타지 대륙, 그곳에 가고 싶다 [1]
2004-11-2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2005년 개봉하는 판타지영화의 원작소설 6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이제 다시 프로도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선 실연이라도 한 것처럼 서운했다. 엘프와 난쟁이가 이상한 존재가 아니고,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을 믿는, 거대한 판타지의 대륙. 한해를 거르고 찾아온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있었어도 중간계가 사라진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2005년이 기다려진다. 서사시 같았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는 올망졸망하지만, 판타지 문학의 영토에서 거둬들인 수확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J. R. R. 톨킨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C. S. 루이스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이교도의 영역이어야 마땅할 판타지치곤 성경에 가깝지만, 누가 뭐라해도 이미지로 보고 싶은 걸작이다. 성스러운 사자 아슬란이 <오즈의 마법사>의 겁쟁이 사자처럼 보이지만 않기를. 게다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디즈니가 프랜차이즈로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고, <나니아 나라 이야기> 일곱권 중 첫 번째 책이다. 잘만 되면 <반지의 제왕>처럼 서둘러 작별할 필요가 없다.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많은 이들에게 꿈을 현실로 가져다주는 경험처럼 느껴질 것이다. 초콜릿이 강물과 숲과 풀밭을 이루고, 새로운 방에 들어갈 때마다 마술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신기한 과자들이 가득한, 웡카의 초콜릿 공장. 그곳으로 팀 버튼과 조니 뎁이 인도한다. <위험한 대결> 시리즈, <호기심 많은 조지>, 모리스 샌닥의 신비한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 이 많은 영화들 중에서 처음은 올해 말에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될 테지만, 아직도 두달이나 남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보냈다고 해도 차가운 바람은 따뜻한 방바닥을 부른다.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처럼, 작은 방이 정글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경험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