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고 달콤한 초콜릿 천국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지음 l 퀜틴 블레이크 그림 l 지혜연 옮김 l 시공주니어 펴냄
로알드 달은 어쩌면 윌리 웡카 같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들은 웡카가 만든, 제비꽃 향이 나는 머시멜로와 녹지 않는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부풀어오르지만 아삭아삭한 풍선사탕처럼, 그 자체로 마법 같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이 쓴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퍼지멜로 초콜릿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처럼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했던 로알드 달은 찰리와 함께 웡카의 신비한 초콜릿 공장의 수백개 방문을 두근거리며 두드려보았을 것이다.
찰리 버켓은 너무 못 먹어서 비쩍 마른 소년이다. 버켓의 아빠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함께 사는 자신의 부모와 아내의 부모, 아내와 찰리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없다. 찰리는 지척에 있는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바라보며 마음껏 초콜릿과 사탕을 먹는 환상으로 마음을 달래곤 한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다. 웡카가 10년 동안 누구도 들어가보지 못한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웡카 초콜릿 안에 꼭 다섯개 들어 있는 황금빛 초대장을 발견하면 공장도 보고 평생 먹을 초콜릿도 선물받는다. 찰리는 길거리에서 주은 돈으로 산 초콜릿에서 마지막 초대장을 발견하고 수십년 동안 침대에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와 함께 초콜릿 천국으로 들어간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은 움파룸파 난쟁이들이 뛰어다니고 초콜릿 폭포가 쏟아지고 박하설탕 풀밭이 깔린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서 다시 만났다. 검은 실크해트와 자주색 벨벳 연미복, 진한 녹색 바지를 입은 조니 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년 7월에 개봉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몇달 앞당겨 가져오고 싶어진다. 찰리의 엄마 버켓 여사는 팀 버튼의 새로운 여신이 되었던 헬레나 본햄 카터. 로알드 달은 공장과 마을을 종횡무진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유리 엘리베이터가 유독 마음에 들었던지, 후일담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쓰기도 했다.
<호기심 많은 조지>마거릿 레이,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원작 l 바이파 인터액티브 그림 l 김서정 옮김 l 문진미디어 펴냄
941년에 첫 번째 이야기가 출판된 <호기심 많은 조지>는 50년이 넘도록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다. 이 시리즈는 노란 모자 아저씨와 그가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 조지가 벌이는 짧은 소동이 전부이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말썽부려도 해피엔딩만을 맞는 조지는, 어른으로 치자면 슈퍼 커리어우먼 정도 되는 꼬마들의 이상형이기 때문이다. 조지가 피자 접시와 반 토막짜리 스키를 타고 눈 위를 질주하는 <신나는 스키 타기>, 초콜릿 공장에 들른 조지가 끝도 없이 초콜릿을 먹는 <초콜릿은 이제 그만!>, 조지가 덤프트럭으로 흙나르는 장난을 치는 <신기한 덤프트럭>, 노란 모자 아저씨와 함께 숲에 간 조지가 머시멜로도 구워먹고 스컹크도 만나는 <야영장에서 생긴 일> 등이 친구와도 같은 <호기심 많은 조지>의 이야기들. “잠깐만 혼자 있겠니, 조지?”라고 말하는, 같은 실수를 몇번이고 되풀이하는 노란 모자 아저씨의 당부가 귀여운 모험을 예고한다.
이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준 팔켄스타인은 조지만큼이나 혼자 두어선 안 되는 말썽 많은 호랑이 티거를 주인공으로 삼은 <티거 무비>의 감독이었다. 그는 곰돌이 푸와 아기 돼지 피그렛, 당나귀 이요 같은, 1천 에이커 숲의 조용하고 느릿한 동물들을 다 제쳐두고 하필 꼬리를 스프링 삼아 뛰어다니는 호랑이 티거를 택했던 인물. 그 요란한 리듬은 산만한 아기원숭이의 이야기인 <호기심 많은 조지>에도 괜찮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2005년 11월에 개봉할 <호기심 많은 조지>는 <엘프>의 윌 페렐이 노란 모자 아저씨의 목소리를 연기하게 된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댄 거슨, <치킨 런>의 캐리 커크패트릭, <오스틴 파워>의 마이클 매컬러스 등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작가만 무려 다섯명. 노란 모자 아저씨를 만나 정든 아프리카 정글을 떠나게 된 조지는 도시로 향하는 여행 도중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그들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