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문을 여니 나타난 신비한 나라 나니아
<사자와 마녀와 옷장>C. S. 루이스 지음 l 폴린 베인즈 그림 l 햇살과 나무꾼 옮김 l 시공주니어 펴냄
피터와 수잔, 에드먼드, 루시 남매는 공습을 피해서 시골에 있는 디고리 교수 집에 머물게 된다. 낡고 복잡한 저택을 탐험하던 아이들은 오래된 옷장을 발견하지만, 모피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루시만 혼자서 그 옷장 안에 들어가본다. 그리고 마법이 시작된다. 옷장은 사자 아슬란이 노래로 창조한 나라 나니아로 갈 수 있는 통로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루시의 인도로 나니아에 들어서고, 나니아를 차가운 눈으로 뒤덮은 하얀 마녀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슈렉>의 감독 앤드루 애덤슨이 영화로 만들고 있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모두 일곱개로 이루어진 <나니아 나라 이야기> 중에서 두 번째 대목에 해당된다. C. S. 루이스는 친구이자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 R. R. 톨킨이 호되게 비판했는데도 이 시리즈에 강한 애착을 보였고, 동화와 전설, 천지창조의 신화가 뒤섞인 거대한 연대기로 완성해냈다. 진지하고 외로운 작가였던 루이스. 고통으로부터 구원을 찾곤 했던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속죄와 희생과 배신과 믿음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놓지 못했다. 나니아에 살고 있는 신비한 존재들이 기다리는 사자 아슬란은 구세주와도 같다. 나니아에 생명을 가져다준 그가 다시 나타나는 날, 긴 겨울은 끝나고, 돌덩이 안에 갇힌 동물들이 풀려나고, 천국처럼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이다. 루이스가 쓴 두 번째 책 <마법사의 조카>는 순서로는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 디고리가 어린 시절 사악한 마법사 삼촌 때문에 나니아에 들어가게 된다는 전사(前史)를 담고 있다. 루이스는 이 두책 중에서 무얼 먼저 읽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어린 독자에게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먼저 읽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는 따로따로 읽어도 좋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라고 답해주었다.
창백한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 하얀 마녀로 출연하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루퍼트 에버렛과 짐 브로드벤트 등 든든한 어른들을 조연으로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유머를 몰랐던 루이스와 수다쟁이 같은 코미디를 만든 앤드루 애덤슨이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 앞으로도 “나니아에 있는 천개의 이야기”를 엮어가게 될 이 시리즈는 2005년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l 김진준 옮김 l 문학수첩 리틀북스 펴냄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읽으면서 어린 소녀가 노인이 되는 설정에 매혹됐다고 한다. 나우시카와 키키, 모노노케 히메 같은 소녀들을 그려왔던 미야자키는 누군가 자신의 소설을 망치는 걸 원하지 않았던 다이애나 윈 존스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강인한 소녀들의 영혼을 알아보는 미야자키. 그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늙고 뻣뻣한 육체 안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소녀의 성장과 첫사랑을 자신의 자유로운 화폭 안에 옮겨 담았다.
판타지 소설의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옛날이야기의 오래된 법칙을 뒤집으면서 시작한다. “잉거리 나라에서 딸 셋 중 맏이로 태어난다는 것은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자식들이 자신의 운명을 찾아나선다면 맏이가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비참하게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터 집안의 맏딸 소피는 마법이 존재하는 나라 잉거리에서 누구와도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맏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은 아버지의 모자 가게에 들어앉아 바느질이나 하고 있던 소피는 영문도 모르는 채 황야의 마녀의 저주를 받아 일흔 노파로 변한다. 소피는 저주를 풀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나고, 황야의 마녀만큼이나 사악하다고 소문난 마법사 하울의 성에 들어간다. 그러나 철없는 바람둥이 하울은 원하지 않는 임무를 피하기 위해 움직이는 성을 만들고 스스로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것뿐이었다. 불꽃 마귀 캘시퍼와 하울의 제자 마이클과 함께 살던 소피는 하울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열여덟 젊은 영혼은 오래된 육체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이애나 윈 존스는 C. S. 루이스와 J. R. R. 톨킨의 강의를 들으면서 문학을 배웠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소설은 아이처럼 천진하면서도 “독자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소설을 쓰는 건 아니다”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어른스럽기도 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2권은 하울과 소피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모험담. 존스는 “꿈을 꾸는 것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현실 세계의 영국과 마법의 나라 잉거리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