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남자배우 - 백윤식
늦깎이의 스크린 재구성
“크게 보면 장르의 다양화까지 북돋을 수 있는 배우의 뒤늦은 발견.”(김혜리) “힘주지 않는 연기의 미학.”(김용언) “<범죄의 재구성>의 연기 앙상블은 감칠맛나며, 백윤식은 거의 숨막힐 정도이다.”(정성일)
<씨네21>의 송년설문이 택한 남자는 역도산도 뭐시기도 아닌 김선생이다. 브라운관의 CF에서는 전지현, 김태희, 문근영과 경쟁하고 스크린에서는 설경구, 박신양, 송강호에 맞불을 놓는다. 1947년생 중견배우 백윤식의 현주소. ‘지구를 폭파시키더니 청진기를 들이미는’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촘촘히 ‘재구성’하는 중이다.
과 특집극에서 ‘고뇌’를 도맡던 지식인은 사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다가 스스로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이카루스로 변신했다. 더욱 기대되는 일은 백윤식의 연기가 마침표가 아니라 진행형이며, 그는 거장이 아닌 개척자를 자처한다는 점이다. 올해의 스포트라이트도 무엇을 하든 “난센스로 보이지 않게 정공법으로 접근”해온 세월이 그저 “포괄적 인증”을 받았을 따름인 것이다. 그는 “성원해주시는 만큼 사명감이나 소명의식도 더해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능 넘치는 신인감독들과 어깨를 얼싸안고 판타지와 범죄물의 다리를 건너 도착한 다음 관문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예전에 수도 없이 몸으로 겪던 시대물과 군사물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감춰두었던 자신만의 ‘액트’를 “영양주사 맞듯 쭈욱 놓을”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올해의 여자배우 - 전도연
악착같은 여우 점프하다
“이제 미래를 찾은 여배우.”(김봉석) “<인어공주>의 1인2역은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이제까지 보여준 여러 캐릭터의 결정체.”(황진미) “<인어공주>, 마음을 끌어당기는 전도연의 연기.”(데릭 엘리)
김응용 감독 유머를 빌리자면 상황은 이러하다. “심은하도 없고, 고현정도 없고. 영화는 누구랑 찍나” 하지만 여기 전도연이 있다. <인어공주>를 위해 필리핀을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코노미석에 앉아 자신의 발밑에 필름통을 챙기는, 1인2역이라는 설정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넓혀보려고 선배 고두심의 연기 방식마저 흡수하는, 포스터 촬영 동안 물을 너무 먹어서 이틀 동안 코에서 물이 흐르도록 몸을 내던졌던 전도연이라는 이 배우는 작은 신체로 악착같이 서구의 아마조네스들에게 달려들던 지난 올림픽의 여자핸드볼팀을 연상시킨다. 수상소감을 묻자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대중적이고 편안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웃으며 답하는 그녀. <인어공주>에서 나영과 연순이라는 모녀의 20대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전도연의 폭넓은 연기는 한국영화의 관행에 보내는 그녀의 공개적인 결투서한이다. 뛰어놀 무대만 만들어준다면 나도 최민식과 설경구처럼 날아오르겠노라고 손짓한다. 돌아온 팜므파탈 염정아를 제치고 올해의 여배우를 거머쥔 전도연의 다음 발걸음은 박진표 감독, 황정민과 함께 하는 <너는 내 운명>.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이 즐거우면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이 생겨난다”는 열정적인 그녀가 선보일 아홉 번째 괴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