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감독 - 김동원
고집과 뚝심의 관찰자
다큐멘터리가 올해의 작품과 감독에 동시에 선정된 건 <씨네21>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동원 감독도 “얼떨떨하다. 확인해보고 싶어지는데…”라고 말문을 열고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새로운 갈증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큐멘터리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나 표현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걸 느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를 올해의 감독으로 뽑은 이들의 ‘심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한국영화에서 다큐멘터리라는 낯선 장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열어젖혔다는 것. “다큐멘터리의 존재증명”(김소영), “말하지 못해온 것을 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의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임범). 두 번째, 다큐멘터리의 미학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는 것. “냉정한 거리두기와 섣부른 감정이입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송환>의 ‘거리(距離)의 미학’은, 놀라운 ‘관찰과 성찰’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변성찬), “정치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결합될 수 있음을 웅변한다”(김용언). 셋째는 감독이 작품에 임하는 태도로서 사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내용인 동시에 가장 많이 표를 얻은 대목이다. “영화가 인간을 다루는 예술이라는 점을 입증한 장본인이다”(정한석), “12년 동안 한 대상 집단에 퍼부은 끈기와 진정성. 자신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둘 모두는 대한민국의 어떤 천재감독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심영섭), “‘왜 찍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창작자로서의 욕망과 역사를 마주한 개인으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뚝심있게 갈등하다”(남다은).
<송환>은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성적인 2만4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김동원 감독이 직접 <송환>을 데리고 전국을 누비며 이보다 더 많은 3만여명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국내외 호평 속에 남모를 속앓이를 한 게 없느냐는 물음에 전국의 학교, 교회, 사찰 등을 다니며 순회상영해온 ‘발품’의 어려움을 들이댔을까. “너무 바빠지니까 기쁘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다. 지방에서 아직까지도 순회상영을 하고 있는데 관객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너무 제한돼 있으니까 몸이 피곤하다. 작품을 들고 다니려니까. 상영할 수 있는 시설이나 전용관 등의 아쉬움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 외국의 경우 독립영화관들의 시설이 훌륭하고 그런 곳에서 영화제들을 하는 거 보니까 부럽기도 하더라.” 선댄스영화제에서 표현의 자유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 이어지는 초청에 멀미날 정도로 비행기를 실컷 탔고,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 관객과 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신났지만 가슴 한켠은 늘 찜찜하다. “아직까지 평양에서 (상영을) 못했으니까 뭔가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하고 당연히 아쉬움도 남고. 내 욕심이라기보다 꼭 그래야 하는 건데, 주인공들이 봐야 하는 건데…. 근황조차 짚을 수 없으니….”
아무래도 궁금한 건 <송환>에 이은 야심찬, 혹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언제 끝내게 될지 모르는 것들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순회상영회에서 <송환> 후편을 많이 주문받기도 해서 해야 할 것 같고, 꼭 하고 싶고. 근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평양을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옛날부터 하려고 하는 건데 못하고 있는 상계동 뒷이야기, 행당동 세 번째 작품 등이 있다.”
다소 안타까운 건 국내 영화상들이 <송환>의 가치와 성과에 무심했다는 점이다. 김동원 감독은 어차피 기대하지 않아서 서운하지는 않다면서도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한 가지 소망을 밝혔다. “우리 영화상들에 다큐멘터리 부문이 없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다못해 할리우드의 오스카에도 있는데. 영화의 한 부분으로서 대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좀…. 내년에는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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