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촬영감독 - 김형구
감정선에 따른 컬러의 강약
“‘바랜 듯한’ 미감이 영화의 분위기와 제대로 조응한다.”(김용언)
<살인의 추억> <영어완전정복>을 촬영한 2003년 이후 가속이 붙었다. 한국 영화사의 한획을 긋는 작품들이 줄줄이 그의 손길을 거쳐간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도산>을 촬영한 김형구 촬영감독. <역도산>의 카메라는 이나가키 히사오의 단아한 미술, 영혼의 짝 이강산의 조명과 프로레슬링의 ‘합’처럼 맞물린다. “턴구조로 설계한 컬러의 강약”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도산> 촬영의 백미는 프로레슬링 경기장면. 역도산의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처럼 후반부 경기일수록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어두워지는” 화면이 짙게 비극을 암시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촬영감독’ 2연패한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올해의 촬영감독 - 홍경표
스펙터클과 긴장감의 진수
“자신감, 이제는 할리우드의 기술에 기죽지 않는다.”(박평식)
유난히 핸드헬드 장면이 많았던 <태극기 휘날리며>.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몸이 작으니까 참호에서 다른 사람보다 달리기 편했다”라며 웃는다. ‘블록버스터 전문 촬영감독, 한국영화의 기술적 프론티어’ 홍경표가 없었다면 <태극기 휘날리며>의 화면 가득한 스펙터클과 긴장감은 세상에 태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평양 시가전, 두밀령 전투장면은 관객의 뇌리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처절함을 선사한다. 남성적 움직임을 발산하며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평양 시가전의 동선, 크레인이 넘어져서 기절하면서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 두밀령 전투의 진태의 최후장면은 그의 집념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전쟁하듯이 격렬하게 찍어야지”라며 몸을 실은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 그의 차기작.
올해의 시나리오 - <범죄의 재구성>(최동훈)
생생한 캐릭터와 대사의 힘
“플롯의 관습성을 생생한 캐릭터 구축과 살아 있는 대사로 뚫고 나가는 뚝심이 돋보인다. 그것이 한국형 장르영화의 새로운 돌파구는 아닐까?”(변성찬)
‘청진기를 대고 시추에이션이 좋다’는 진단서를 바로 뽑는 치밀한 구성, “복선과 트릭의 정치한 안배”(임범)가 돋보이는 장르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머리보다는 발로 써내려간 시나리오다. 1800만원 전세금을 날린 감독의 실화, 차승재 대표가 최 감독에게 참고하라고 소개해 준 전국 각지의 ‘선수들’, 취재 중에 어느 선수는 구속되고, 그를 ‘수술한’(사기친) 다른 선수와 만나는 좌충우돌이 ‘생생한 사기극’의 원천이 되었다. <범죄의 재구성> 시나리오의 어느 곳에도 신인 냄새를 맡기는 어렵다. 땀내음이 밴 현장조사와 17고를 혼자 써내려간 고집이 시나리오의 면면을 매끄럽게 세공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신인배우는?
강동원- “허허실실 꽃미남의 탄생.”(심영섭) ‘꽃미남이란 무엇인가?’에 화답하는 청년. KTF 광고에서 극대화된 수줍음과 귀여움으로 중무장한 그에게 소녀들은 녹아내렸다. <늑대의 유혹>에서 빗속을 달리던 그의 달리기에 쓰러지는 일도 당연지사. 돌아온 무림고수 이명세 감독과 함께 촬영 중인 <형사>가 그의 다음 수업.
재희- “대사없는 그의 몸짓은 섬세하면서도 강단있는 육체노동을 보여주는 듯하다.”(남다은) 김기덕의 새로운 페르소나. 재희는 야누스의 눈빛과 다양한 색깔의 표정을 선보이며 <빈 집> 한 편으로 충무로의 기대주로 도약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차분하고 조숙한 연기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SBS 미니시리즈 <쾌걸 춘향>으로 일단 브라운관에 복귀할 예정.
수애- “근래 보기 드문 ‘진지한’ 연기와 서글픔과 당당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듯한 개성.”(홍성남) 리틀 정윤희로 알려져 차세대 ‘눈물 연기’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가족>의 히로인. 깊은 눈과 나지막한 목소리의 외모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몸을 던지는 프로페셔널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KBS 대하드라마 <해신>에 출연 중이며 튜브가 제작하는 <나의 결혼원정기>를 통해 스크린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