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5 할리우드 빅 프로젝트 [4] - <킹콩> 외 8편
2005-01-18
글 : 문석
글 : 이종도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글 : 김혜리
글 : 오정연

거대한 고릴라, 부활하다, <킹콩>

피터 잭슨 감독이 벼르고 별렀던 꿈의 프로젝트. <반지의 제왕>을 함께 쓴 피터 잭슨과 프랜 왈시, 필리파 보옌 팀이 이번에도 호흡을 맞췄다. 제시카 랭 주연의 1976년판을 참조하지만 피터 잭슨의 목표는 1933년판에 최대한 충실하게 다가서는 것이다. 아홉살 나이에 흑백의 1933년판 킹콩 영화에 빠져든 이후 그는 이 영화가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만들었노라고 말했다. 역시 193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킹콩>은 거대한 고릴라의 전설을 조사하러 탐험대와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수마트라섬 근처의 해골섬으로 떠나는 모험담이다. 수백만년 동안 숨어 있던 킹콩과 공룡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탐험대는 위협에 직면한다. 1억1천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촬영 중이다. <씬 레드 라인>에 나온 것을 빼면 액션영화가 처음인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비행사 잭 드리스콜을 맡은 게 이채롭다.

what's GOOD: 웨타가 만든 킹콩과 뉴욕 세트의 놀라움.
what's BAD: 공룡에 비해 설명이 부족한 킹콩의 가족사.

반지와 중간계를 넘어서라,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언니 오빠로부터 따돌림당하던 루시가, 어두컴컴한 옷장 속에서 지도에도 없는 나라 나니아와 연결된 통로를 발견한 지 50여년. <나니아 연대기>는 <반지의 제왕> 이후,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줄지어 영화화되고 있는 판타지 소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프로젝트다. 평범한 네 남매, 나니아 왕국을 창조한 용맹스런 사자 아슬란, 나니아에 100년 동안 계속되는 겨울을 만든 사악한 하얀 마녀, 그리고 총 23종에 달하는 낯선 종족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뉴질랜드 출신 앤드루 애덤스(<슈렉>)가 연출하고, 주된 촬영은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졌다. 심지어 애덤스 감독은 이 영화와 관련하여 피터 잭슨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what's GOOD: 중간계를 완벽하게 재현한 웨타가 특수효과를 담당한다면, 까다로운 원작의 팬들도 만족하지 않을까.
what's BAD: 제작사는 <나니아 연대기>의 나머지 6편의 영화화를 준비하며 <반지의 제왕>의 뒤를 잇기 위한 투지를 불태우는 중. 그러나 모든 것은 첫 영화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최고의 찰흙콤비가 돌아왔다, <월레스 앤 그로밋>

클레이애니메이션이 실사의 액션물보다 더 속도감 넘칠 수 있고, 실사의 스릴러보다 더 짜릿한 쾌감을 줄 수 있을까.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발명가 월레스와 전자공학에 능하고 철학과 문학서적을 즐기는 똑똑한 개 그로밋이 세편의 단편에서 그 이상을 보여준 바 있다. 그것도 무려 10년 전에. 영국 아드만프로덕션의 닉 파크는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도둑>에서 놀라운 문학적 상상력과 장르의 재미, 무엇보다 매력만점의 캐릭터를 선사했다. 아드만과 드림웍스가 손잡고 만든 <치킨 런>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으니 월레스와 그로밋을 그냥 놔둘 리 없다. 로봇 개와 전투를 벌이고 사악한 펭귄의 음모에 정면 대결을 벌였던 월레스와 그로밋이 ‘채식주의자 호러영화’의 주인공으로 돌아올 예정. 월레스가 꿈에 그리던 ‘고객’을 만나 이상한 사건을 해결해야 할 처지에 빠진다. 아름답고 부자이면서 미혼인 숙녀 토팅튼이 매년 주최하는 야채 키우기 경연 대회가 토끼 괴물의 출현으로 위기에 빠진 것. 설상가상 토팅튼의 부와 미모를 차지하는 동시에 영웅이 되고자 하는 구혼자 빅터가 나타나 사태는 더 꼬여간다.

what's GOOD: 인간 월레스보다 사랑스러운 개 그로밋이 펼칠 대단한 활약.
what's BAD: <양털도둑>과 <전자바지 소동>의 플롯과 악한 캐릭터가 장편용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겠지.

팀 버튼의 알록달록 스펙터클, <찰리와 초콜렛 공장>

팀 버튼 감독이 로알드 달의 책을 영화로 만든다니! 초콜릿과 크림치즈에 필적하는 달콤한 궁합이라고 환대받은 프로젝트다. 32개 국어로 출판되어 1370만권이 팔린 로알드 달의 책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졸아붙은 위장을 자극하는 판타지. 일년에 딱 한번 생일에만 초콜릿을 먹을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소년 찰리 버켓의 집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의 공장 이웃에 있다. 경품 투어에 기적처럼 당첨된 찰리는 알려지지 않은 목적을 숨긴 윌리 웡카 공장 견학에 다른 네명의 아이들과 함께 초대되어 잊지 못할 모험을 맛본다. 찰리 역의 하이모어는 <네버랜드를 찾아서>에서 그의 연기에 감명받은 조니 뎁이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54만달러짜리 카메라 렌즈가 합성 초콜릿 통에 빠지는 바람에 촬영이 지연되는 웃지 못할 재난도 있었다. 영화에 기초한 게임을 개봉과 거의 동시에 출시한다는 계획이 있어, 공장의 방마다 색다른 스릴과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구조를 상상하게 만든다.

what's GOOD: 로알드 달과 팀 버튼에 조니 뎁까지! 천국에서 중매를 선 연분이란 이런 것.
what's BAD: 무엇을 기대하든, 기대한 것만 보게 되지 않을까.

엽기적 동화의 기원을 찾아서, <그림형제>

그림 형제를 영화화하는 데 테리 길리엄만큼 어울리는 감독이 있을까. 우리에겐 ‘아동용 버전’으로만 알려졌던 <빨간 모자> <늑대와 7마리의 새끼양>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그림 형제의 동화가 사실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면 말이다. 사실, <그림형제>는 이들 형제 작가의 실제 삶은 아주 조금밖에 반영하지 않은 길리엄표 영화다. 영화 속 그림 형제는 마을과 마을을 떠돌며 퇴마사 노릇을 하는 사기꾼이다. 이들은 마을의 민화와 전설을 수집하면서 이 안에 깃든 악마를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명성이 나폴레옹 정부의 귀에 들어가면서 그림 형제는 진짜 악마와 맞서야 할 처지가 된다. 애초 2004년 여름으로 예정됐던 이 영화의 개봉은 2004년 11월로 밀렸다가 다시 2005년 11월로 연기되는 불운을 겪었다. 잇단 연기의 진짜 이유가 나쁜 모니터 시사 반응 때문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으로 보아, 아직 돈키호테의 저주는 길리엄 주변을 떠돌고 있는 모양이다.

what's GOOD: <여인의 음모>와 <12 몽키즈>의 놀라운 비주얼 감각이 기대되지 않는가.
what's BAD: <누가 돈키호테를 죽였나?>의 좌절과 잇단 개봉연기 소식이 불안감을 자아낸다.

스필버그가 만든 화성인은 어떤 모습일까, <우주전쟁>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H. G. 웰스의 소설에 별로 귀가 솔깃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톰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을 잡은 제작비만 무려 2억달러(<타이타닉>의 1억8400만달러 기록을 넘은 역대 최고)의 <우주전쟁>엔 누구라도 기대감을 표시하지 않을까. 이미 두 사람의 합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봤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뉴저지 일대와 뉴욕에서 촬영했고 전쟁 스펙터클은 캘리포니아에서 먼저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배경이 아니라 웰스 시대인 19세기 말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라는 설이 분분했지만 공개된 트레일러는 현대가 배경이다. 1898년에 나온 소설은 오슨 웰스가 1938년 라디오 방송극으로 만들어 실제 화성인이 침공한 줄 알고 청취자들이 난리법석을 떤 이래로 만화, 영화, TV물로 만들어지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what's GOOD: 호사가들은 <타이타닉>의 흥행신화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수군대고 있다.
what's BAD: 다른 블록버스터의 제작기간(2년)에 비해 너무 짧은 제작기간.

화려하게 재현될 오리엔탈의 추억, <게이샤의 추억>

<시카고>를 통해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롭 마셜이 2003년 말, 스티븐 스필버그, 스파이크 존즈 등 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거쳐간 <게이샤의 추억>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1997년에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아서 골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가 마셜의 전작과 공유하는 것은 가무(歌舞)의 세계가 화려한 비주얼로 그려질 것이라는 예상 정도다. 원작은 아홉살에 게이샤로 팔려간 바닷가 마을 출신 사유리가 금지된 사랑과 전쟁을 겪으면서 진정한 독립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제작을 맡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소설을 일컬어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준다고 극찬한 바 있다. 과연, 공개된 몇장의 사진에는 흩날리는 벚꽃과 전통적인 치장을 한 게이샤들, 1920년대 일본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 등, 매력적인 이국(異國)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장쯔이와 와타나베 겐을 비롯한 아시아 출신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What’s GOOD: <라스트 사무라이> <킬빌2>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작년 한 해, 일본문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재미를 본 할리우드 개봉작 리스트.
What’s BAD: 완전한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본. 그리고 게이샤. 일본인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인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형적인 영웅의 비전형적 액션대작, <킹덤 오브 헤븐>

<글래디에이터>부터 <블랙 호크 다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작으로 톡톡한 재미를 본 리들리 스콧 감독. 노련한 거장은 장엄한 역사극과 리얼한 전쟁신이라는, 두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을 적절히 섞은 <킹덤 오브 헤븐>으로 다시 한번 아카데미에 도전장을 낼 셈이다. 최근 공개된 트레일러는 대규모의 매혹적인 액션으로 가득하지만, 1억3천만달러의 제작비로 완성된 대작의 내러티브는 ‘얼핏’ 평범하기만 하다. 초라한 신분의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이 훌륭한 스승의 도움으로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성지를 지켜낸다는 전형적인 영웅담, 그리고 젊은 영웅과 아름다운 공주(에바 그린)의 로맨스가 곁들여진 이 영화가 말 그대로 화제작이 된 것은, 스콧 감독이 선택한 시대적 배경 때문. <블랙 호크 다운>을 통해 한 차례의 정치적 의심을 극한의 사실주의로 극복했던 그가, 십자군 전쟁의 실제 영웅을 주인공으로 택하는 용기(!)를 발휘했다(사실 십자군 전쟁은, 그간 숱한 할리우드의 감독들이 눈독을 들였던 소재).

What’s GOOD: 거부할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 리들리 스콧. <글래디에이터>로 부활시킨 액션서사의 전통을 스스로 심화시키겠다는 그의 야심!
What’s BAD: 이라크전쟁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지금, 십자군 전쟁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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