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1954년 / 구로사와 아키라 / 206분 / 1.33:1 풀스크린 / DD 1.0 일본어 / 출시번호 2 DVD 출시 초기였던 97년만 해도 이 새로운 매체를 구입해야 하는지 머뭇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레이저 디스크 시절부터 명가였던 크라테리언이 <위대한 환상>과 <7인의 사무라이>를 99년 출시하자 그제야 많은 이들이 DVD 소장을 시작했다. <7인의 사무라이>의 경우 크라테리언 레이저 디스크가 절판되어 고가에도 구할 방법이 묘연했는데 그보다 나은 퀄리티로 저렴하게 DVD가 나왔으니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DVD는 지역코드 All 및 복원과정이 담긴 초판이 애초 발매되었으나 일본쪽과의 라이선스 문제로 절판되어 현재는 희귀본이 되었다. 이후 출시된 재판은 지역코드가 1번으로 변경되었고 복원과정이 삭제되어 출시되었다. 88년 LD 출시를 위하여 녹음된 일본 영화학자 마이클 잭의 코멘터리가 DVD에도 담겼는데 구로사와가 사용하는 카메라 연출방식이나 배우들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전해준다.
<살로, 소돔의 120일> Salo o le 120 giornate di Sodoma
1975년 / 피에로 파울로 파졸리니 / 111분 / 1.85:1 비아나모픽 / DD 1.0 이탈리아어/ 영어 / 출시번호 17 피에로 파울로 파졸리니는 <살로, 소돔의 120일>에 대한 훗날의 편견을 예견했던 것일까?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그는 “하나의 꿈은 거짓말을 할 수 있으니 진실을 알려면 여러 개의 꿈을 봐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파졸리니와 <살로…>를 동일시한다. 크라이테리언판 <살로…>는 출시 뒤 얼마 되지 않아 절판되었는데 최근까지 ebay서 5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이보다 낮은 가격대는 해적판일 가능성이 농후하니 챕터29로 구성된 버전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후 영국 bfi서 좀더 나은 화질 및 무삭제 버전을 발매하였고 크라이테리언판은 결혼식 장면이 25초가량 삭제되었음에도 여전히 최고가 타이틀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크라이테리언이라면 모든 것을 소장하고야 말겠다는 ‘진지한 크라이테리언 컬렉터’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행잉 록에서의 소풍> Picnic at Hanging Rock
1975년/ 감독 피터 위어/ 107분/ 1.66:1 아나모픽/ DD 5.1/ 영어/ 출시번호 29 45만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호주 영화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피터 위어 감독의 대표작. 조앤 린지의 소설 <행잉 록에서의 소풍>을 영화화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촬영, 그리고 결코 풀 수 없는 미스터리를 안겨주는 독특한 작품을 창출하였다. 성적 미스터리를 근간으로 한 호주영화의 전성기의 문을 활짝 연 작품으로, 1977년 영국 영화아카데미 최우수 촬영상, 1979년 미국 SF판타지호러영화협회 최우수 촬영상 등을 수상했다. 감독 피터 위어가 직접 감수한 화질과 음향은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주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예고편과 케이스 내부의 팸플릿만이 들어 있는 부록은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북극의 나누크> Nanook of the North
1922년/ 로버트 플래허티/ 79분/ 1.33:1 스탠더드/ 돌비 디지털 2.0 모노/ 영어/ 출시번호 33 로버트 플래허티가 16개월 동안 북극의 이누이트들과 같이 생활하며 촬영했다고 알려진 다큐멘터리영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개념이 생기기 이전 실제 생활을 기록 보존한다는 의미로 촬영된 영화지만 이누이트들의 본디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여 관객에게 경이로운 체험을 안겨준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촬영된 기록영화이자 다큐멘터리로 여겨지는 작품이며, 문명에 물들지 않은 이누이트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기도 하다.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 중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화질과 1998년에 녹음된 오케스트라 연주가 수록된 음향은 이 컬렉션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자랑거리. 부록으로는 브리검 영 대학 교수 딘 던컨의 안내 책자와 플래허티의 아내 프랜시스 플래허티의 인터뷰, 그리고 플래허티가 촬영 상대를 찾으면서 찍은 60여장의 사진이 수록된 갤러리가 제공된다.
<잔다르크의 수난> The Passion of Joan of Arc
1928년 /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 86분 / 1.33:1 풀스크린 / DD 5.1 기타 / 영어, 프랑스어 / 출시번호 62 많은 초기 무성영화 필름들이 관리부재로 수난을 받아왔지만 드레이어의 <잔다르크의 수난>은 그 정도가 심했다. 잔다르크마냥 종교적 박해를 받았으며 그녀처럼 화재로 소실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81년 노르웨이서 완전판이 발견되어 복원된 뒤 크라이테리언은 2만개 이상의 훼손부분을 디지털 복원 시스템을 통해 제거한 뒤 DVD를 출시하였다. DVD는 무성채널과 DD 5.1채널을 지원하는데 이 영화에 매료된 리처드 아인혼이 88년 작곡한 감동적인 오라토리오를 들을 수 있다. 부록에는 오슬로 버전과 드레이어가 인정치 않았던 로 두카 버전을 클립별로 비교할 수 있으며 복원을 위한 크라이테리언의 작업과정이 수록되어 있다.
<영혼의 카니발> Carnival of Souls
1962년/ 허커 하비/ 극장판 78분, 감독판 83분/ 1:33:1/ DD 2.0 모노/ 영어/ 출시번호 63 돈이 없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불평이라면, 허크 하비의 <영혼의 카니발>을 보며 스스로의 재능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빌린 3만달러란 초저예산으로 제작이 된 영화는, 명작을 만드는 데 있어 많은 돈은 필요치 않음을 증명한다. 많은 장점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저예산의 최대 무기인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빚어낸 이야기 구성이다. 자동차 사고로 강물에 빠진 메리 헨리. 극적으로 살아난 그녀에게 얼굴이 흰 남자가 뒤를 따르며 일어나는 기이한 상황을 묘사한 영화는, 뛰어난 심리적 묘사와 함께 영화 전편을 감싸는 황량한 분위기가 매혹적이다. DVD 타이틀의 강점은 극장판과 감독판 두개의 버전을 수록한 점. 기대 이상의 화질이 감탄을 자아내며, 부록의 양과 질은 가히 블록버스터급.
<괴담> Kaidan
1964년/ 고바야시 마사키/ 76분/ 2:35:1 아나모픽/ DD 모노/ 영어/ 출시번호 90 아직 정식으로 국내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괴담>은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고전 호러영화 가운데 한편이다. 고이즈미 야쿠모의 원작을 영상으로 옮긴 이 작품은 <흑발> <설녀> <귀 없는 호이치> <찻잔 속에서> 이렇게 4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 전혀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를 구성한 영화는 뛰어난 미술과 촬영이 돋보이며, 보는 이를 압도하는 미학적인 세트 구성도 탁월하다. “가장 순수하고 객관적으로 일본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이라며 원작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감독의 얘기처럼, 일본 문화에 심취, 이름을 개명한 원작자가 바라본 일본의 모습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설녀’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에피소드. DVD는 영화가 지닌 화려한 색상을 뛰어나게 표현한다.
<비스티 보이스 앤솔로지> Beastie Boys DVD Video Anthology
1981~99년 / 스파이크 존즈 외 6명 / 18곡 / 1.33:1 풀스크린 / DD 5.1 영어/ 출시번호 100 롤링 스톤스의 미국 공연을 담은 <Gimme Shelter>와 지미 헨드릭스의 신들린 기타를 들을 수 있는 <The Complete Monterey Pop Festival>은 그나마 음악 다큐로 분류할 수 있지만 <비스트 보이즈 앤솔로지>는 의외의 크라이테리언이다. 뮤직비디오를 담은 이 타이틀은 5.1채널은 기본이고 여러 개의 리믹스와 카메라 앵글(가령 <Intergalactic>는 9개의 카메라 앵글과 6개의 리믹스 사운드로의 조합감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비스티 보이즈와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진행하는 2개의 코멘터리까지 수록되어 있다. 실로 뮤직비디오도 크라이테리언이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타이틀. 특히 <Intergalactic>은 9분짜리 월드 프리미어 감독판이 부록으로 수록되었고 고어장면이 있는 <Body Moving>은 감독판과 함께 전체 관람가 등급인 G등급 버전을 함께 수록하는 위트를 발휘하고 있다.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한 <Sabotage>에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소피아 코폴라와 비스티 보이즈와의 코믹인터뷰도 부록으로 실렸다. 로토스코핑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 <Shadrach>는 필견이다.
<더 록> The Rock
1996년 / 마이클 베이 / 136분 / 2.35:1 아나모픽 / DD & DTS 5.1 영어/ 영어 / 출시번호 108 크라이테리언이 고전만 출시하는 것은 아니다. 크라이테리언이 스스로 정의한 자사 모토는 ‘중요한 고전 및 중요한 현대영화들의 계속되는 시리즈’이다. 1996년작 <더 록>의 경우 <아마겟돈>과 함께 자신의 영화가 크라이테리언에서 발매되길 원한 마이클 베이의 의도에 의하여 발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클 베이는 <진주만>까지 크라이테리언서 발매해주길 원했지만 브에나비스타가 이를 비스타 시리즈로 발매하여 무마시켰다). <아마겟돈>과는 달리 아나모픽이 지원되는 <더 록>은 나무랄 데 없는 AV 퀄리티를 지닌, 크라이테리언 유일의 레퍼런스 타이틀이다. 5.1채널 돌비 디지털 사운드가 DTS 사운드를 오히려 조금 능가하는 타이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크라테리언은 이를 통하여 고전 못지않게 최신영화도 훌륭하게 제작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핵산> Haxan
1922년/ 벤자민 크리스텐센/ 104분, 77분/ 1.33:1 스탠더드/ DD 5.0(41년 재개봉판), DD 2.0(68년 미국 개봉판) 오디오 코멘터리/ 영어/ 출시번호 134 덴마크 출신의 천재감독 벤자민 크리스텐센의 대표작인 <핵산>은 스웨덴의 예술영화 전성기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호러영화이다. 한정된 기술로도 뛰어난 비주얼과 인간 상상력의 극단을 선보이는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와 악마주의 장르(통칭 오컬트) 영화들의 대선배에 해당된다.
발표 당시 누드장면과 악마주의적이고 반기독교적 내용으로 인하여 많은 국가들, 특히 기독교 국가에서 상영 금지와 혹독한 삭제에 시달려야 했던 작품이다.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화질은 41년 유럽 개봉판본과 68년 미국 개봉판본을 동시 수록하고 있고, 무성영화임으로 인해 별다른 음향 효과를 느끼기는 힘들다. 스페셜 피처도 풍부하며 특히 재개봉 당시 감독이 직접 등장하여 무성영화만의 장점을 설명하는 인터뷰는 대단히 유익한 부가영상이다.
<국외자들> Bande a Part
1964년 / 장 뤽 고다르 / 95분 / 1.33:1 풀스크린 / DD 1.0 프랑스어 / 영어 / 출시번호 174 <국외자들>에서 고다르가 루이 아라공에서부터 채플린과 동시대 누벨바그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인용하는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베르톨루치가 왜 멜빌의 <앙팡 테리블>의 소재에다가 <국외자들>의 루브르박물관 주파장면을 <몽상가들>에 삽입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1분간의 침묵이나 트위스트풍의 메디슨 댄스는 이젠 컬트가 되어버린 장면들이다. 폭스의 칼같은 DVD 화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크라이테리언의 필름 영상에 근접한 화질 구현이 가능한 것은 트랜스퍼 과정을 제작 스탭이 직접 감수 및 승인한다는 점에 있다. <국외자들> 역시 고다르의 촬영감독 라울 쿠다르의 감수하에 트랜스퍼가 진행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흑백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DVD 출시를 앞두고 행한 라울 쿠다르 및 안나 카리나와의 인터뷰 등이 부록으로 수록되었다.
<스탄 브래키지 앤솔로지> By Brakhage - An Anthology
1954~2001년 / 스탄 브래키지 / 243분 / 1.33:1 풀스크린 / DD 1.0 영어/ 출시번호 184 데이비드 핀처의 <쎄븐>의 인상적인 오프닝이나 MTV의 현란한 콜라주 영상, 그리고 출산과정에 오늘날 남편이 참관하게 된 것 등은 상당부분 스탄 브래키지의 작품들에 빚진 것들이다. 400여편의 장·단편을 제작하다 2년 전 타개했던 브래키지의 작품 중 DVD에는 아내와의 성행위나 아이 출산장면, 시체에 대한 부검장면, 그리고 아방가르드적인 비주얼 에픽 26편이 담겼다. 이번 브래키지의 앤솔로지는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오히려 사운드에 대한 필터링이나 노이즈 감소를 실행하지 않았다. 2003년 최고의 크라이테리언으로 꼽아도 손색없는 타이틀이므로 영화에 대한 불타는 열정으로 타는 듯한 영상들을 남긴 브래키지를 직접 체험해보시라. 부검장면 촬영시엔 거의 실신할 뻔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전하는 감독의 코멘터리와 동영상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작품의 특성상 화면 가까이서의 감상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