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6] - 게임
2005-02-04
가족용 비디오 게임 9선

긴긴 설연휴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으시죠? 하지만 해마다 재탕 범벅인 TV프로그램 보는 것도 지겹고, 너무나 많은 걸 아는 처지에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머쓱하고. 그렇다면 이번 연휴에는 가족과 게임을 즐겨보세요. 아빠에게 대전 신청도 해보시고, 엄마와 자동차 경주도 해보고. 친구들과 노는 것과는 다른 따뜻하고 편한 재미가 있습니다.

괴혼~ 굴려라! 왕자님 / 塊魂

이상한 별나라의 이상한 왕자님은 아바마마의 명에 따라 사라진 별들을 되살리기 위해 덩어리를 만들어야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 덩어리의 재료는 모두 지구에 있다나. ‘로맨틱 접착 액션’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게임의 진행방식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플레이어는 모든 것을 붙일 수 있는 공을 굴려 덩어리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덩어리를 키울 수 있는 재료는 작은 압정에서부터 지우개, 연필, 주전자, TV 등 생활도구는 물론 길가는 여고생, 운동하는 옆집 아저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대신에 단숨에 큰 재료를 붙일 순 없고 차근차근 덩어리를 키워나갈 것. 그리고 제한된 시간 내에 가능한 한 큰 덩어리를 만들어야 한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모든 진행이 가능한 게임이지만, 마냥 굴리다보면 나중엔 집도 절도 모두 굴려버리는 무시무시한 게임으로 변한다(물론 굴리는 쪽이나 굴림 당하는 쪽이나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온 가족용 게임이다). 처음에 작았던 덩어리가 나중에 얼마나 커질지는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깔끔한 그래픽과 키치풍의 유머러스한 세계관, 그리고 신나고 경쾌한 배경음악은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간단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매력적인 게임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애니버서리 컬렉션 / Street Fighter Anniversary Collection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만큼이나 한때 대한민국을 평정했던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대전격투게임의 시초라 불리는 <스트리트 파이터2>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오락실을 평정하기 위해 ‘아도겐’, ‘소류겐’을 외치며 동전을 높이 쌓았던 그 시절. <스트리트 파이터 애니버서리 컬렉션>은 이제는 15년 전의 추억이 된 그때를 기리기 위해 발매된 기념판이다. 여기에는 여러 차례 버전업을 통해 완성된 <스트리트 파이터2>와 함께,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지 못한 비운의 후속작 <스트리트 파이터3>가 포함되어 있다. 가히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 <스트리트 파이터2>는 지금 기준으로는 한물간 그래픽과 평범한 연출로 고전게임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지만, 게임 역사의 한획을 그은 명작인 만큼 다시금 즐겨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어렸을 적 게임에 푹 빠졌던 경험이 있는 가족, 친지들에게 권하기에 그만이다. <스트리트 파이터3>는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생소한 게임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던 게임. 하지만 최신작들에 비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정밀한 2D그래픽과 깊이있는 내용으로 이름난 수작이기 때문에 파고들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진 삼국무쌍3

역사 시뮬레이션에 정통한 게임 제작사 코에이의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몰려오는 적들을 한방에 해치울 때 느껴지는 후련함과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자유로움.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삼국지연의>를 통쾌한 액션게임으로 승화시킨 것이 이 게임의 장점이다. 플레이어는 관우, 장비, 여포 등 영웅호걸들은 물론 초선이나 견희 같은 미녀들도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조조를 적벽대전의 승자로 만들 수 있으며, 천하를 황건적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간편한 조작기술과 전략만 익힌다면 천하를 제패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역사적인 아이템들을 습득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장팔사모나 청룡언월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숨겨진 적토마를 찾아내면 게임 진행이 한결 수월해진다. 유명 성우들의 우리말 연기도 게이머를 몰입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조운으로 플레이하는 당신에게 유비가 아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디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진 삼국무쌍3>는 본게임 외에 ‘맹장전’, ‘엠파이어스’와 같은 확장팩이 별도 발매된 상태다.

네모네모 스폰지송과 그의 친구들 / SpongeBob Square Pants: Movin’ With Friends

TV CF로 이제는 어지간한 사람도 다 알고 있는 PS2의 체감형 게임 기구 ‘아이토이’. TV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손짓, 몸짓으로 게임을 진행하게끔 하는 이 카메라 도구는 PS2를 진정한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로 격상시킨 기발한 아이템이다. 아이토이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네모바지 스폰지송과 그의 친구들>은 미국의 어린이 전문 채널 <니켈로디언>이 제작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특유의 풍자적인 유머로 아동들뿐만 아니라 상당한 컬트팬까지 확보하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이 게임으로는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스폰지송의 좌절하는 모습이 귀여운 볼링 게임, 빵빵부인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공포의 운전 연수, 별가와의 재미있는 해파리 사냥 등 비키니시티의 평상시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3차원 영상이 일단 흡족하게 다가온다. 옆에서 보기에 민망하기 그지없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면 절로 운동이 되는 고마운 게임이다. 다만 현지화 없이 미국판 그대로 출시되기 때문에 귀에 익숙한 우리말 더빙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스폰지송 게임과 함께 ‘지미 뉴트런’, ‘로켓 파워’ 등 다른 <니켈로디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라쳇 & 클랭크 : 공구전사 리로디드 / Ratchet & Clank 3: Up Your Arsenal

의인화된 동물 주인공 라쳇과 그를 돕는 로봇 클랭크가 공구 형태의 무기와 도구를 가지고 싸우는 액션 게임의 세 번째 작품. 그래픽이나 스토리가 지극히 카툰적이기 때문에 진지한 게임을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긴 어렵지만, 뛰어난 구성으로 인해 조작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완성도 높은 게임이다. 일단 눈으로 보는 화려함이 대단한데, 캐릭터들의 익살맞은 표정에서부터 우주선과 레이저 광선이 날아다니는 3차원 공간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박력있는 비트의 배경음악도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편. 보통 이런 방식의 액션어드벤처를 처음 접하면 복잡한 키 조작과 진행 방식으로 헤매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전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시작과 동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친절한 도움말과 숙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버튼 조작도 간편해서 레이저 총에서 유탄발사기, 로켓부스터, 채찍 등 다양한 도구들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타이틀 로고를 비롯해 모든 텍스트와 음성이 완벽하게 우리말로 나오는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 잘 짜여진 스토리를 진행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네트워크 장치가 있다면 여럿이서 정신없이 싸울 수 있는 온라인 모드도 놓치지 말자.

헤일로2 / Halo2

수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이 게임은 평소 게임에 관심없는 친구, 친척들에게 ‘게임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만한 작품이다. 오랜 제작기간과 막대한 제작비를 통해 현존하는 최고의 게임기 엑스박스의 성능을 최대로 살린 명작 1인칭 액션 슈팅(FPS)으로 완성되었다. 전작에서 외계종족 코버넌트의 비밀병기 헤일로를 파괴하고 영웅이 되어 지구로 귀환한 마스터 치프. 플레이어는 최신 무기와 방어복을 장비한 마스터 치프를 조종하여 다시금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함께 전작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그래픽과 사운드 효과는 실제로 전장에서 싸우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풍부한 묘사와 디테일한 설정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한편 여느 영화 못지않은 시청각적 재미를 부여한다. 긴말 필요없이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펼쳐지는 화려한 도입부만 봐도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 게임 패드를 통한 조작감도 뛰어나서 조금만 매달린다면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사격술과 다양한 탈것들을 움직이는 조종술을 금방 익힐 수 있다. 이정구, 박일 등 국내 유수의 성우들이 참여한 우리말 더빙은 위화감을 못 느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잘되어 있다.

번아웃3: 테이크다운 / Burnout3 Takedown

레이싱 게임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그란투리스모>가 드라이빙 감각과 조작성 면에서 실제 자동차 주행에 가장 근접한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성과 게임의 재미가 비례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게임 속에서까지 면허를 따야 하는 <그란투리스모>와는 달리 오로지 재미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레이싱 게임이 바로 <번아웃>이다. <번아웃>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제처럼 달리는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파괴하느냐’이다. 시속 200km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 동시에 상대차를 밀어붙여 박살내는 쾌감. 그리고 그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화려한 연출. 심지어 파괴한 정도에 따라 가산점이 부가됨은 물론이고 상대차를 추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된다. 여기에 연쇄추돌을 이용해 차량 수십대를 단번에 파괴하며 즐길 수 있는 ‘크래시 모드’ 등, 속도와 파괴가 주는 해소감이라는 측면에서 이만한 놀잇거리가 또 있나 싶을 정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좀더 빠르고 과격하게 발전해가는 <번아웃>은 3번째 작에 이르러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PS2용으로도 발매됐지만, 엑스박스용이 그래픽적인 완성도가 더 높고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리오카트 더블대시!! MARIOKART Double Dash!!

최근 많은 이들이 PC방에서 즐기는 것이 귀여운 캐릭터들끼리 앙증맞은 차를 타고 경쟁하는 카트레이싱 게임이다.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기발한 코스, 간편한 드리프트 기술과 상대방을 제압하는 특수 아이템 사용 등, 일반 자동차 경주 게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요소들 때문에 아이들이나 여성들도 많이 즐기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처음 도입한 ‘원조’격 게임은 바로 슈퍼마리오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마리오카트>라고 할 수 있다. 과거 16비트 게임기에서 처음 선보인 이 게임은 이후 최신 게임기가 나올 때마다 새롭게 발매됐으며, 현재는 게임큐브용 최신작 <마리오카트 더블대시!!>가 나온 상태. ‘더블대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하나의 카트에 두 캐릭터가 동시에 탑승하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두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함으로써 좀더 전략적인 레이싱을 펼칠 수가 있다. 덕분에 현란한 연속기로 라이벌들을 잠재울 수 있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나 이러한 게임 방식은 여럿이서 같이 즐길 때 더욱 빛을 발한다. 4인용을 위한 4개의 게임 패드를 갖추었다면, 하나의 TV 화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전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마리오 파티5 / MARIO PARTY5

액션 게임으로 시작하여 레이싱,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마리오 시리즈. 그 가운데서도 <마리오 파티5>는 모니터를 보며 즐기는, 일종의 <블루마블>과 같은 보드게임이다. 정해진 규칙 내에서 주사위를 굴려 자신의 말을 이동시키고 해당 지역의 조건을 달성해, 그 보상으로 별을 모으는 것이 게임의 목적. 장르의 특성상 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게임이지만,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전략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그래봤자 비디오 게임이니 실제 보드 게임에 비해 시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접어둬도 좋다. 마리오 시리즈 특유의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을 조작하는 즐거움과 함께, 보드 게임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무려 75가지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미니 게임들 하나하나가 모두 높은 완성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만 따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도 마련되어 있다. 깔끔한 그래픽과 부드러운 색채로 인해 장시간 즐겨도 그리 큰 부담이 없다. 혼자서도 진행하는 ‘스토리 모드’가 존재하지만 가급적 친구, 친척들을 불러서 같이 해보길 바란다. 장담하건대 참가자가 늘수록 재미는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게임이다.

한청남/ 호러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