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애니메이션 DVD 특집 (3) - 대원디지털 송광용 과장 인터뷰
2005-03-22
글 : 한청남
지브리 타이틀을 중심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DV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원디지털의 송광용 과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뉴타입DVD의 타이틀도 총괄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앞으로 전망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브리 타이틀의 판매량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나간다는 강점이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의 토토로> 등은 한달 평균 2~3백장씩 나간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가장 판매량이 높은 <센과 치히로>의 경우 어지간한 할리우드 흥행 대작보다 많이 팔렸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최근 흥행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DVD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올해 안에 출시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아직 미국 등 해외에 개봉조차 되지 않아서, 일본 내에서도 DVD 발매 일정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올 하반기에나 DVD가 발매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빨라야 연말 혹은 내년에 출시가 가능할 것 같다. 지브리 측의 요구가 까다롭기 때문에 메뉴 화면을 바꾼다거나 스페셜 피처를 추가한다거나 하는 일은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제작할 방침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브리 타이틀은 언제 나오는가?

올해 안에 <반딧불의 묘> <마녀 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 방울>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브리 타이틀을 한데 모은 ‘지브리 박스’의 경우는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해보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기획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이노센스>가 극장 개봉 시에는 꽤 화제가 되었는데, DVD로도 반응이 괜찮았나?

아쉽지만 만장도 채 팔리지 않았다. 전작인 <공각기동대>는 워낙 널리 알려진 작품이어서 2만장 이상 판매가 되었지만 <이노센스>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마니아 취향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각기동대 2’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는데, 그것이 국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사람들이 후속편인줄 잘 몰랐던 것 같다. 특히 대여점주들에게 안 먹혔다. 마니아들이 대작으로 인식한다고 해도 일반 대중들까지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바람의 검심 스페셜 세트>의 경우 ‘추억편’만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부득이한 이유가 있다. <바람의 검심>은 판권 구매시 일본 측의 요구로 TV 판을 포함해 전 시리즈를 일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 ‘추억편’만을 요구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다른 시리즈를 묻히게 할 수는 없지 않나. 다행히 스페셜 세트는 1,000세트 정도를 생산해 거의 완매가 되었고, 300세트 생산한 TV 시리즈 한정판도 차츰 매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3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건담 시드>

지금 같은 시장 여건 상 <건담 시드> 같은 장편은 부담스럽지 않았나?

처음 애니메이션 DVD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는 작품 당 2~3천 세트 판매는 기본으로 잡고 판권을 구매했다. 지금처럼 많이 팔려야 천 세트가 나가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계산이 안나온다. 그럼에도 건담 시리즈의 최신작으로서 일본에서는 상당한 판매고를 기록한 작품이고, 국내에서도 팬이 많은 관계로 출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꾸준히 팔리고는 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다.

<건담 시드 데스티니>나 <공각기동대 SAC 2nd>도 출시할 계획이 있는가?

물론 출시할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본 측이 요구하는 판권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 여건을 설명하면서 판권비를 낮춰달라는 협상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언제가 될 거라고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뉴타입DVD의 차기작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아키라> 같은 대작의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만큼 현행법상 극장 개봉이 필수다. 이미 오래전부터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흥행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극장을 잡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과거 ‘폭풍소년’이라는 제목으로 불법 개봉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걸 핑계로 DVD를 내자는 농담이 오고가기도 했다(웃음). 간편하게 TV 방영을 통해 타이틀을 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원’ 같은 회사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스팀 보이>는 조만간 극장 개봉을 통해 올 하반기에 발매할 예정이고, 일본 측의 컨펌이 지연되는 관계로 출시가 연기됐던 < R.O.D >도 곧 발매한다.

<아키라>는 과연 언제 볼 수 있을지

<마징가 Z>나 <캔디> 같은 추억의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혹시 기획하고 있는 타이틀이 있는가?

대원디지털이나 뉴타입DVD나 과거에 판권을 구매했던 타이틀들이 많이 남아있다. 시장이 좋지 않아서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남아있는 판권작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가급적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최신작 위주로 선보일 생각이다.

앞으로도 할인은 하지 않을 계획인가?

대원디지털에서 발매할 타이틀은 현행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고, 뉴타입DVD 타이틀의 경우는 단계적으로 가격을 내릴 생각이다. 다만 타사들처럼 파격적으로 내리진 않을 것이다. 1년에 한 두 작품 정도는 한정판을 내고 나머지는 일반판과 그보다 저렴한 염가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스크라이드>를 염가판으로 발매했는데 타사의 할인 타이틀에 비해 별반 메리트가 없었던 것 같다. 염가판 가격을 좀 더 낮출 생각은 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DVD 사업은 계속 해 나갈 방침이다. 장기적인 투자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가령 <슬램 덩크> DVD를 출시하여 적자를 본다고 해도 포스터나 만화책 같은 다른 관련 상품이 팔려나가니까 전체적으로 볼 때 손해는 아니다. 물론 DVD 담당자로서는 쌓여있는 재고를 볼 때마다 괴롭다. 뉴타입DVD의 경우는 올해 목표가 ‘적자를 보지 않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