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장 상황 가운데서도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좋은 작품들이 많다. 올해 발매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 중 주목할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리 구매 목록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울의 움직이는 성
국내 관객 300만 돌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뒤를 잇는 일본 관객 최다 동원. 애니메이션의 거장에서 이제는 흥행의 마술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최신작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안에 DVD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원디지털 측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개봉을 위해 일본판 DVD의 발매가 늦어지는 만큼, 국내 발매 역시 빨라야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DVD의 스펙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다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로 미뤄볼 때, 16:9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에 6.1 채널 DTS-ES 음향, 그리고 콘티 영상 등의 부록이 수록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판이니까 멀티채널로 이루어진 우리말 더빙의 수록은 확실시되며, 더빙 현장을 담은 부록 영상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원디지털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출시가 미뤄졌던 지브리 작품들, <마녀 배달부 키키>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 폼포코> 그리고 <반딧불의 묘> 등도 올해 라인업으로 잡혀있다고 한다. (대원 DVD, 하반기 출시 예정)
스팀 보이
재패니메이션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대작 <아키라>로 거장에 반열에 오른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 그가 16년 만에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스팀 보이>는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스팀펑크 애니메이션이다. 스팀펑크란 증기 기관이 극도로 발달된 가상의 세계를 다룬 SF의 한 장르. 사이버펑크의 대가로 알려진 오토모 감독으로선 의외의 선택이지만 전작인 <대포의 거리>처럼 고전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소망을 이룬 셈이다.
주된 줄거리는 발명가 소년 레이가 가공할 위력을 가진 발명품 스팀볼을 악당들의 손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 <아키라>와 같은 깊이는 없으나,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을 병행하면서 오랜 제작 기간 끝에 만들어진 영상은 화려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어 재패니메이션의 건재함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올 상반기 극장 개봉을 거쳐, 하반기에 DVD로 발매될 예정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3장의 스페셜 피처 디스크가 포함된 고가의 한정판과 단출한 사양의 일반판이 오는 4월 14일에 발매된다. (대원DVD, 하반기 출시 예정)
R.O.D
2년에 걸친 제작기간과 OVA로서는 파격적인 제작비로 발표 당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 같은 시기 공개된 다른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퀄리티를 보임으로써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미소녀들이 등장하는 첩보물 형식의 작품으로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그에 잘 어우러지는 경쾌한 음악이 인상적. 특히 ‘Read Or Die’라는 뜻의 제목처럼 활자 중독자이자 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인공 요미코 리드먼의 독특한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총 3부작이며 일본에서는 낱장으로 발매된 3장의 DVD에 각각 수록되었는데, 대원디지털에서 선보일 국내판은 애니원TV에서 방영한 우리말 더빙까지 포함해 한 장의 DVD로 나올 예정이다. 부록으로는 설정자료 영상과 제작 스태프들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된다. 원래 지난 연말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일본측 컨펌 지연 문제로 오는 4월 중에 발매될 전망이다. (대원DVD, 4월 출시 예정)
고래의 도약
영상작가로 불리며 국제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타무라 시게루의 작품 <고래의 도약>은, 지난해 뉴타입DVD를 통해 소개되었던 <은하의 물고기>처럼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거의 정지된 듯한 시간 속에서 서서히 도약하는 거대한 고래의 모습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다. 일본 평론가들의 격찬 속에서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비록 러닝타임 23분에 불과한 단편이지만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아야할 작품이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 음향을 지원하며 투니버스 방영 때 쓰였던 우리말 더빙도 수록될 예정이다. (뉴타입DVD 4월 중순 출시 예정)
풀 메탈 패닉 후못후
동명의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풀 메탈 패닉>은 뼛속까지 군대 체질인 주인공 소스케가 특수한 잠재 능력을 지닌 여고생 카나메을 보호하기 위해 고등학교로 전학 온다는 내용의 TV 애니메이션.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주인공의 좌충우돌 코미디와 함께 화려한 밀리터리 액션이 동시에 전개되는 작품이다. 다소 진지했던 전작에 비해 후속작인 <풀 메탈 패닉 후못후>는 코미디적인 성격을 강화하면서 더 큰 인기몰이를 했다.
국내 출시를 원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전작의 DVD가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어 출시가 불투명했던 타이틀이다. 애니원TV 방영을 거쳐 오는 5월 뉴타입DVD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어서, 기다림에 지쳐있는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듯 싶다. (뉴타입DVD, 5월 출시 예정)
강철의 연금술사
지난해 일본 애니메이션계 최대의 화제작으로, 원작 만화에서부터 게임 등 관련 상품들을 모두 히트시킨 인기작.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동인계를 주축으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검과 마법이 주로 등장하는 기존의 판타지물과는 달리 비교적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연금술을 소재로 하고 있는 점이 특징. ‘등가교환’이라는 연금술의 법칙에 의해 한쪽 팔을 잃은 천재 연금술사 에드와 신체 대부분을 잃은 동생 알이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하고 있다.
수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할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주인공 에드 역을 맡은 재일한국인 성우 박로미의 열연이 인기의 포인트. 국내 팬들의 요구에 따라 공중파 방영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폭력성으로 인해 취소되고, 오는 5월 위성 채널인 애니원TV를 통해 방영될 전망이다. 뉴타입DVD의 관계자에 따르면 DVD는 빠르면 6월에 발매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스펙이나 패키지 디자인 등은 아직 미정이다. (뉴타입DVD, 6월 출시 예정)
카우보이 비밥 5.1채널 박스
<카우보이 비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TV 애니메이션 DVD 중 하나다. 9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 세트의 판매량이 웬만한 할리우드 대작 타이틀과 맞먹는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때문에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있었던 <카우보이 비밥 5.1채널 박스>의 일본 발매는 국내 팬들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추가된 요소로 따지자면 26편 중 세 에피소드에 감독과 성우들의 음성해설이 들어간 정도지만, 기존 돌비 디지털 2.0 채널이었던 음향을 5.1 채널로 새롭게 리믹스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앞서 국내에서도 발매된 <카우보이 비밥 : 컴필레이션>이 5.1 채널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지만, 베스트 에피소드 6편만을 담은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팬들의 아쉬움을 완전히 달래주진 못했다.
그런 가운데 빠르면 5월 중에 국내에서도 <카우보이 비밥 5.1채널 박스>가 출시될 전망이다. 출시사인 노바미디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성우들의 명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우리말 더빙까지 모두 5.1 채널화 할 계획이라고. <카우보이 비밥>과 <컴필레이션>을 발매시켰던 이들이 제작하는 만큼 타이틀의 퀄리티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듯 싶다. 다만 호불호가 갈렸던 일본판의 파격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고스란히 살릴지는 아직 미정이다. (노바미디어, 5월 출시 예정)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리마스터 에디션
가이낙스의 이 전설적인 OVA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가 지난해 처음 국내 발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마냥 기뻐하는 사람들보다는 왠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이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 ‘리마스터 에디션’을 발매한다고 발표했기 때문. 새롭게 리마스터링 된 화질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부록들이 모처럼 발매된 국내판 DVD를 초라하게 만든 것이다.
다행히도 그 ‘리마스터링 에디션’이 국내에도 소개됐다. 놀랍도록 또렷해진 화질과 선명한 색상이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한편, 극장 화면비율에 맞추기 위해 상하가 잘려나간 마지막편 을 원래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논트리밍 버전’ 등 귀중한 자료가 추가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따로 발매되었던 <건버스터 : 퍼펙트 가이드> DVD가 선착순 구매자에게 증정되는 것이 특징. 감독 안노 히데아키를 비롯한 제작 스태프들과 주연 성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담고 있어 팬들에게는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노바미디어, 3월 21일 출시)
겟 백커스
‘Get Backers’라는 이름의 활동하는 ‘미도’와 ‘아마노’는 의뢰를 받고 빼앗긴 물건을 되찾아주는 해결사 콤비. 범상치 않은 능력으로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두 주인공의 활약상이 주된 내용이다. <바람의 검심>으로 유명한 후루하시 카즈히로와 <키카이다 01>의 모토나카 케이타로가 공동 감독을 맡았으며, 칸나 노부토시, 호시 소이치로 등 유명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국내에서는 원작 만화책과 케이블 채널 XTM 방영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DVD의 구체적인 스펙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17장의 DVD로 발매한 일본판과 동일한 구성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참고로 일본판은 16:9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에 돌비 디지털 2.0 채널의 음향을 지원한다. (비트윈, 4월 출시 예정)
다!다!다!
앞서 <겟 백커스>가 48화나 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면, <다!다!다!>는 시즌 2까지 78화에 달하는 초 장편 TV 시리즈다. 꾸준히 발매가 잘 이루어진다면 국내 발매된 일본 애니메이션들 중 가장 긴 시리즈가 될 듯. <다!다!다!>의 내용은 우연히 같은 집에 살게 된 중학생 커플 미유와 카나타가 외계인 아기 루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코믹 러브 스토리다.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SF적인 요소가 포함된 기상천외한 전개와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투니버스, iTV 등에 방영되어 호평을 받았는데, 국내 성우들의 호연이 눈부신 우리말 더빙이 DVD에 실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참고로 전체 78화 중 왜색이 짙은 몇몇 에피소드는 국내에 방영이 되지 않았다. (비트윈, 5월 출시 예정)
왕도둑 징
보통 일본 TV 애니메이션이 NHK에서 방영된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 퀄리티는 높다고 봐도 좋다. 또한 <슬레이어즈> 시리즈를 연출한 와타나베 히로시가 감독이라면 일단 그 재미는 보장됐다고 봐도 괜찮다. 도둑 중의 도둑 왕도둑이라는 불리는 소년 징과 말하는 새 킬의 모험담이 주된 내용이며, 악당들과 대결해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준다는 교훈적인 결말도 담고 있다. 인기 여세를 모아 2004년 OVA로도 발매된 바 있다. 총 13화이며 국내에서는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되었다. 일본에서는 고가의 DVD 박스로 발매되었는데 국내에서는 프리미어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프리미어, 3월 25일 출시)
헬싱
대영제국의 비밀기관 헬싱과 그들이 만들어낸 불사의 흡혈귀 헬싱의 활약상을 그린 퇴마물. 악을 악으로 처단한다는 주제로 시체가 쌓이고 피가 흘러넘치는 등 과도한 폭력성으로 화제가 된 호러 애니메이션이다. 명작 OVA <자이언트 로보>의 제작에 참여했던 우라타 야스노리의 감독작으로 <청의 6호> <라스트 엑자일> 등 수준급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 곤조에서 제작했다. 락발라드의 명곡 'To be with you'로 잘 알려진 그룹 미스터 빅이 엔딩곡을 불른 것으로도 유명.
총 13화의 TV 시리즈로 DVD에는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된 우리말 더빙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피주머니, 혈청 앰플 등 작품에 등장하는 독특한 소재들을 이미지로 한 메뉴 화면이 인상적이다. (미디어체인, 3월 23일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