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조성효의 애니모션 <레이 해리하우젠 초기작품 콜렉션>
2005-05-06
글 : 조성효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피터 잭슨과 아드만 스튜디오의 창시자 피터 로드와 데이빗 스프록스톤, 그리고 픽사 스튜디오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들 모두 레이 해리하우젠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피터 잭슨이 학창시절인 1976년에 스톱모션 방식으로 만든 단편 <The Valley>에 나오는 외눈박이 괴물은 <신밧드의 7번째 모험>에서 등장하는 사이클롭스를 본 따 만든 것이었으며(이 단편의 클립은 <고무인간의 최후> DVD에 부록으로 담긴 <Good Taste made Bad Taste>에서 볼 수 있다), 피터 로드와 스프록스톤이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것도 해리하우젠의 작품들 때문이었다. <몬스터 주식회사>에 등장하는 귀여운 외눈박이 괴물 마이크의 외모 역시 사이클롭스에서 착안한 것이고, 마이크가 여자친구 셀리아와 함께 식사를 하던 음식점의 이름은 해리하우젠이었다.

해리하우젠의 영화들은 일본의 경우 모델 피겨와 함께 고가의 한정판 박스세트로, 미국의 경우 기존판들을 2개의 박스세트에 몰아넣어 저렴하게 발매된 바 있다. 최근 미국의 스파크힐에서 발매한 2장짜리 <해리하우젠의 초기작품 콜렉션>에는, <신밧드의 7번째 모험> 같은 DVD에 부록으로 담겼던 ‘해리하우젠 크로니클’에서도 클립형태로 밖에 볼 수 없었던 <마더 구스 스토리> 시리즈 4편이나 <동화 이야기> 시리즈 6편중 5편을 제대로 담고 있다

특히 ‘52년에 제작이 시도되었다가 돈이 되지 않는다 하여 제작 중단된 <토끼와 거북이>의 경우, 50년이 지난 후인 ’02년에서야 완성되었는데 그가 <타이탄족의 멸망>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금번 <초기작품 콜렉션>은 해리하우젠의 처음과 끝을 모두 담고 있는 DVD라 할 수 있다. 모든 작품들에는 해리하우젠의 소개 인트로가 제공되며 <토끼와 거북이>의 경우 메이킹과 음성해설 트랙까지 담고 있다.

그 외 부록으로 컬러사용과 화면분할, 이중노출 등의 특수효과를 시험하는 모습이 동영상과 함께 제공된다. ‘03년 6월 ‘할리우드 워크 오브 페임’에 등재되는 해리하우젠의 모습도 나오는데,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뉴질랜드서 찍다가 그에게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선교사이자 탐험가였던 리빙스턴 박사를 기리는 동상의 컨셉을 만들었던 해리하우젠과 동상 제막식 장면도 나오는데, 흥미롭게도 해리하우젠의 아내인 다이애나가 바로 리빙스턴의 증손녀임이 밝혀지기도 한다.

최근 여러 DVD에서 감초처럼 출연하는 레너드 마틴이 해리하우젠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포함하여 다양한 부록들이 2장의 디스크에 담겼으니, 살아있는 스톱모션 전설의 시작과 끝을 직접 만나 보길 바란다.

피터 잭슨의 축전
레너드 마틴과의 대담

스톱모션의 대가 레이 헤리하우젠

1920년생. 1933년도 영화 <킹콩>을 만든 윌리스 오브라이언에게 영향을 받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했다. 1949년작 <마이티 조 영>의 수석 애니메이터로 참여했고, 죽마고우이자 SF 작가인 레이 브래드버리가 원작을 쓴 영화 <심해에서 온 괴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특수촬영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합성시킨 기법 ‘다이나메이션’을 완성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화 특수효과의 개척자로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피터 잭슨 등 후배 영화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992년 아카데미 특별상을 수상. 대표작으로는 <지구까지 2천만 마일> <신밧드 삼부작> <제이슨과 아르고호의 선원들> 등이 있다. (DVDT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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