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씨네21>을 비판한다 [3] - 신재인
2005-05-10
사진 : 이혜정
정리 : 이종도

주드 로가 정말 미남이야?

증명해야 할 것을 당연한 사실인냥 써놓는 <씨네21>을 비판한다

나 열살 됐어.

정말? 정말이야? 이야, 축하해. 근데 음, 정말 열살밖에 안 됐니? 난 니가 마흔은 된 줄 알았어.

(<씨네21>, 미소를 잃지 않으며) 무슨 뜻이지?

아니, 난 그냥 니가 항상 있었던 거 같아서, 어디에나 있었던 건가? 지하철 타러 가면 항상 가판대에 걸려 있어서 만날 니 표지를 보다가 차를 타곤 했는데 음… 너의 옴니프레즌스가 근데 자가용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미치지 않더라.

자주 보이면 오래된 건가 보구나. 근데 나를 비판해줄 사람이 많은데 하필 네게….

그래, 그래. 자, 비판을 시작하자. 우선 비판받겠다는 건 참 훌륭한 생각이야. 근데 너 정말 비판받고 싶은 거 맞지, 응? 왜냐하면 전에 “맘에 안 드는 거 있음 말해줘요. 다 고칠게요” 그러는 애들을 간혹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 생각이 나서 좀 겁나. 하지만 너는 그런 애들과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하지만 어쨌든 사실 난 널 비판하고 싶지 않아. 첫째 이유, 그동안 너보다 <한겨레21>을 더 자주 봤고 (사실 <시사저널>을 더 자주 봤었어) 그래서 좀 켕겨. 하지만 일년에 몇 차례씩 몰아서 밤새도록 너를 보고 또 보곤 했지. 왜냐하면 훌륭한 필자들이 많으니까(예전엔 더 많았지. 아, 이런. 이게 최대의 비판이 되겠구나). 아무튼 나중에 잡지사업을 벌이면 이 사람을 꼬셔와야지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재인에어’라는 이름의 여성지인데, 나오진 않았지만 재밌어). 그리고 영화보다 재밌는 영화평도 많았고. 하지만 말야, 나보다 영화를 잘 만들 사람은 있지만 나보다 영화를 잘 볼 사람은 없다고 믿는 대한민국의 천삼백칠십이만명 중에 하나야, 나도. 그러니 이게 걸작이래, 우헤헤 하면서 너의 필자들을 쪼다 취급한 적도 있었어. 그래도 나니까 웃지 이런 경우 화내는 사람도 많아.

음, 그리고 너는 나를 지하철계에 처음 소개했지. 물론 그전부터 나는 존재했지만 가판대에 내 이름이 걸린 걸 보고 나의 적들이 활명수를 먹어야 했던 것이 마음에 들어.

그리고 난 너의 페이지 수가 맘에 들어. 아, 그래 비판이었지. 아… 쪼다들. 근데 사실 난 비판 잘 못해. 하지만 너? 야, 너? 맘에 안 드는 거 너무 많아. 그래서 편집장이 육아휴직을 한다거나 하면 내가 한번 편집장해보고 싶어.

(신재인, 내실있는 비판을 위해 한 시간 고뇌한 뒤) 그냥 여기선 독자보다도 필자와 인터뷰이(interviewee)라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몇 마디 할게. 일단, 안 좋은 필자들은 그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일 할 시간을 줬음 좋겠고 좋은 필자들에겐 그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필드를 제공했음 좋겠어. 예컨대 한동원님이 너에게서도 자쥐야 놀자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근데 동원님, <리베라 메> 난 재밌게 세번 봤어요). 똑똑하고 올바른 필자를 찾아낸 다음엔 그들이 너무 똑똑하고 너무 올바르지 않아도 되게 하면 좋을 거 같아. 어떻게 하라는 얘긴지 물론 나는 모르지.

그리고 인터뷰 기사 작성에 대해 말하고 싶어. 우선 녹취를 했음 하는데 녹취로도 충분한 주의를 한다고 할 순 없겠지. 가장 사소한 케이스를 말해볼게. 다른 잡지에서 녹취를 했던 경우인데 “<재능>이란 단편은 처음으로 콘티를 그린 영화였다”는 말이 “<재능>이란 단편은 내가 직접 콘티를 그린 첫 영화였다”고 기사화됐는데 내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기자가 해석을 그렇게 하게 된 거지. 근데 여기 들어간 “내가 직접”이란 두 단어가 세상 일반에 끼친 영향과는 달리 <재능>의 스탭들 마음엔 쓰나미가 일 수도 있을 거야. <재능> 이전에 찍은 비디오영화는 막 찍었으나 <재능> 때부터 스토리보드가 있었다는 말이 그림까지 내가 그렸다는 말이 돼버리면 막상 그림 그려준 친구는 “야, 신재인, 그렇게까지 안 봤는데” 하는 맘이 들 거야. 인터뷰 기사가 기자의 청각과 의식, 무의식의 세계를 거쳐 얼마나 많은 가공 끝에 탄생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기사를 보면 그 문장, 토씨 하나까지 실제로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으로 믿게 되는데… 사실 나도 남의 인터뷰를 그렇게 읽게 돼.

& 주드 로가 왜 미남이야? 이상하게 생겼던데. 나 같은 독자들은 주드 로가 미남임이 상식(공유센스)이라 여기는 너 때문에 잠시 소외감이나 멀미, 정체성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어.

많은 영화기사, 영화평들이 주드 로가 미남이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작업인지도 모르지. 그래도 미남이고 미남이니까 미남인데 하고 들어가는 것보다 (큐브릭의 영화는 걸작이라고 전제하는 것보다) 그걸 증명하려는 시도가 아, 주드 로를 좋아하는 여자도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좋아하는 여자보다 지능이 그렇게 떨어지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줄 수 있을 거야.

끝으로, 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미남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지. 그래서 너를, 필자들을 사실 존경해.

신재인/ 영화감독 <신성일의 행방불명>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