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장르가 무슨 죄인가?
코미디 감독의 고뇌를 무시하는 <씨네21>을 비판한다
‘관객이 웃는다! 행복하다’
위 문장은 내가 <두사부일체>로 입봉하여 첫 번째 가진 <씨네21>과의 인터뷰 기사에 나온 헤드라인이다.
정말 그랬다.
나는 내가 만든 영화를 보고 많은 관객이 기뻐서 웃는 그 모습을 극장 구석에서 훔쳐보며, 감독이란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직업인가를 온몸으로 느끼며,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곤 했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과는 관계없이 <씨네21>에서는 내가 만든 영화에 대해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혹평으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한동안 <씨네21>이란 잡지를 다시는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에 대한 자부심이 <씨네21>을 만나면 무참히 깨지는 경험을 수없이 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라는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씨네21>은 ‘수백만명의 관객과 코미디라는 방식으로 의사 소통한 나의 생각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모든 영화에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얘기가 있다.
알기 쉽게 이것을 우리는 글에서는 주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코미디라는 포장지로 포장하여 관객과 대화를 하려는데, <씨네21>에서는 시종일관 포장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만 할 뿐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귀를 귀울여주지 않는다. 아니,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쁜 보석을 선물한다고 치자.
어떤 이는 비싼 돈을 들여 금박 포장지로 포장하여 선물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소박하고 평범한 포장지로 선물하기도 한다. 과연 후자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전자보다 덜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고민을 나에게 던져준 것 자체가 나를 더욱더 성숙하고 강하게 만든 밑거름이 되었지만, 한쪽에서 조금이라도, 아니 단 한번이라도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는 문장, 그 한 문장만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이런 서운함이 조금은 덜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씨네21>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써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쓸데없이 헛소리 잘못 했다가 나중에 다음 영화가 개봉할 때 뒤통수 맞지나 않을까?’, ‘그래도 배운 사람들인데 설마?’, ‘아냐! 그런 놈들이 더해! 독한 넘들’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코미디영화를 만드시는 감독님들의 마음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확신이 있기에, 이런 고민을 알리지 않으면 조만간 코미디라는 장르에 도전하려는 감독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그럴 경우 우리나라 관객은 질 높은 코미디영화를 만날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에, <씨네21>에 코미디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부탁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무모한 위험(?)을 무릅쓰고 펜을 들게 된 것이다.
<씨네21>!
당신들은 진정으로 한국 코미디영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아파한 적이 있었습니까?
끝으로!
<씨네21>의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씨네21> 만세! 만세! 만만세!!!!!!!!
PS. 와이프가 이 글을 다 읽고 한마디 거든다. “오빠는 왜 항상 끝이 비굴해?”
오늘 소주나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