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영화제의 발견2: 디지털 장편영화 [5] - <브레인 웨이브>
2005-05-17
글 : 박은영
사진 : 정진환
충무로 밖에서 만든 SF스릴러 <브레인 웨이브>

수술당했다! 그것도 뇌수술이다!

신태라 감독은 8년 전 서울역에서 이런 전단을 받은 일이 있다. “저는 실험을 당했습니다. 그때부터 내 몸이 이상해졌고, 환청도 들립니다. 난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전단 돌리던 남자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미친 걸까? 그가 제정신이라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실제로 모종의 사건을 겪었고,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휘둘려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브레인 웨이브>는 이처럼 언뜻 떠오른 음모론에서 꼬리에 꼬리를 문 상상으로 태어난 SF영화다.

영화는 거리의 화가 준오가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시작된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준오의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준오를 취조하지만, 엄청난 두통과 청각장애를 앓던 준오는 자신에게 비상한 초능력이 있음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준오는 자신이 특수한 뇌파 조절 능력을 갖게 된 유래를, 잃었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나가면서, 거대한 음모와 마주하게 된다. <브레인 웨이브>는 특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적으로 약한 소수자들이 거대한 권력 혹은 이익 집단에 희생당한다는 이야기를 SF스릴러의 틀 속에서 풀어낸 작품이다.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한계 속에서 다양한 기술적 실험과 장르 교배를 시도하고 있는데, 간간이 만화적인 상상력이 피어나기도 하고, <터미네이터> <헐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쉬리> <살인의 추억> <넘버.3> 등 한국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출몰하기도 한다. 3월 중순까지 촬영하고 빠듯하게 후반작업을 마쳐 선보여야 했던 까닭에 에필로그를 촬영하지 못했고, 사운드를 비롯해 손 볼 곳이 아직 많다고, 신태라 감독은 아쉬움을 내비친다. <앤드로피아> <E.L> 등 단편 시절부터 꾸준하게 SF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소신을 펼쳐 온 그의 장편 데뷔작 <브레인 웨이브>는 만듦새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긴 해도, ‘시스템 밖에서 장르영화 만들기’라는 시도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신태라 감독 인터뷰

“속편은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

-기획 8년 만에 만든 작품이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나.

=시나리오를 보강하고, 기술적인 경험을 쌓아야 했다. 제작비가 없기도 했고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야생동물 보호구역> 녹음 조수로 시작해서 <내 남자의 로맨스> 현장편집, <철수♡영희> 편집까지 했다.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1천만원 후반대다. 지원받은 건 없고, 사비를 들였다. 개런티 없이 도와준 스탭 배우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원래 혼자서 만들어볼 생각이었는데, 충무로 현역 스탭들이 같이 하겠다고 나서 주었다. 가난해서 그렇지, 시스템은 여느 상업영화 부럽지 않았다.

-그러면 초능력자의 공격을 받고 날아오르는 특수효과는 어떻게 냈나.

=와이어는 못 썼고, 배우들이 직접 스턴트를 했다. 이동차 위에 의자를 올려 배우를 앉히고 밀면서 찍은 다음에 뒷배경은 컴퓨터로 지웠다. 후반작업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편집이나 CG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황규덕 감독(<철수♡영희>)이 디지털영화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알고 있다. 디지털 전도사가 된 이유가 있다면.

=처음부터 비디오로 영화를 시작해서 친숙하고, 컴퓨터나 기계를 워낙 좋아한다. 좀 이상한 체질인데, 필름을 만지면 몸에 뭐가 난다. 필름에 알레르기가 있다.

-단편 시절부터 SF에 매진해왔다. 독립 제작에 한계가 많은 장르를 고집하는 이유는.

=SF 마니아는 아니다. SF 소설도 영화도 즐겨 보지 않았다. 그런데 컴퓨터, 기계, 로봇, 이런 걸 워낙 좋아하고 가까이 접하다보니 그런 요소가 내용과 형식으로 드러나는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멜로 같은 다른 장르는 못 만들기도 하고.

-원래 음모론에 관심이 많았나.

=길에서 전단 돌리던 남자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이용당하고 희생당했을 수 있다. 그 약한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헐크> <터미네이터> <쉬리> <살인의 추억>이 떠오르는 대목들이 있었다.

=실제로 그 작품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할리우드 스타일의 장르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다. 장르영화의 문법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내가 좋아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패러디로 의도한 부분들도 있다.

-‘to be continued’로 속편을 암시했다. 이미 구상을 마친 모양이다.

=우수한 뇌파 조절 능력을 지닌 하이브레인들이 더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들을 실험하고 관리한 연구소도 정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속편은 제작 지원을 받아서, 더 큰 규모로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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