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아시아 감독 3인전, 세 감독에게 묻다 [3] - 차이밍량
2000-03-21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애정만세>

차이밍량(43)은 더이상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국내 관객과 익숙한 이름이지만, 정작 그의 영화 가운데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 수상작인 <애정만세>(1994) 한편밖에 없다. <청소년 나타>(1992) <하류>(1997) <구멍>(1998) 등 세편을 상영한 차이밍량의 날은 ‘아시아 감독 3인전’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아 보조의자를 놓고도 서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멍> 이후 아직 신작이 없다. 11일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나타난 그는 “3년간 새 영화를 안 찍어서 이렇게 만나는 게 쑥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동안 쉰 건 아니다. 시나리오 2개를 완성했고, 그 중 한편을 올해 말까지 찍고 싶다. <흑안권>(Dark Eye Circle)이라는 영화인데 눈주위가 검게 되는 걸 일컫는 말이다. 맞아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을 너무 많이 해도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 꽤 에로틱한 영화가 될 거 같다. (웃음) 또다른 영화는 타이베이와 파리에서 전화통화만 계속 이어지는 영화다. 그의 페르소나 이강생에 대해 묻자 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솔직히 말하면 왜 네번 모두 이강생을 출연시켰는지 잘 모르겠다. 출연 안 시키는 게 미안해서인지 모른다. (웃음) 물론 이강생의 연기와 리듬은 중요하다. 그는 천성적으로 과묵해서 저 사람 안에 뭐가 있을까 늘 궁금하게 만든다. 한번은 비행기 안에서 이강생이 아주 슬프고 괴로운 표정으로 자고 있는 걸 봤다. 그가 부친상을 당했을 땐데 그 얼굴을 보면서 아버지를 잃은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장기적으로는 내 영화를 통해 한 배우의 인생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 대만에서는 영화찍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만 어려운 건 아니다. 대만은 미국사회를 모방하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정부에서부터 일반인까지. 작은 제작비로 <타이타닉> 같은 영화를 만들라는 식이다. 최근 10년간 대만에선 대단한 상업 영화 히트작도 없었다. 감독들이 재능없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만 영화산업 자체가 재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에서 영화를 진짜 사랑하는 제작자, 투자자를 만나지 못했다. 새로운 영화를 포용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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