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위기의 한국영화산업 [2]
2005-07-14
글 : 이영진
글 : 김수경
글 : 문석

일본의 한류열풍은 어디까지일까

과연 해법은 있는가. 최근 충무로에서는 영화산업의 저변을 흔들 수도 있는 두 가지의 사건이 펼쳐지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한류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의 확대다. 만약 해외시장이 획기적으로 열린다면 수익률이 호전될 수 있는 탓에 충무로는 이 흐름을 유지시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후반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시장에 대한 한국영화의 미니멈개런티가 신기록 행진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은 증폭되고 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70만달러, <달콤한 인생> 320만달러, <태풍> 350만달러, <괴물> 470만달러, <형사> 500만달러, <외출> 600만달러(추정) 등 일본시장은 한국영화의 부실한 수익구조를 받춰주는 지지대 역할을 해주는 듯 보인다. <달콤한 인생>이 국내흥행에서 적자를 보고도 전체 수익에서는 흑자를 기록한 것이나 제작비를 넘어서는 금액을 이미 판매한 <외출>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일본시장 등 해외시장이 잘만 개척된다면 한국영화는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596만달러였던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액도 2001년 1124만달러, 2003년 3천79만달러를 거쳐, 지난해에는 5천만달러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영화 총제작비인 3400여억원의 14% 정도가 해외에서 보전되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시장의 태도는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외출>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한 제작자는 “지난해와 달리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가 프리세일된 이후 올해 공포영화에 대한 구매가 없다”는 말로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비싼 미니멈개런티를 지불하고 일본에 수입된 작품 중 실제로 수익을 거둔 경우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쇼이스트 손민경 해외팀장은 “<외출>은 배용준이 출연하는 탓에 다른 작품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로 공격적인 구매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외의 작품들은 예전보다 해외 세일즈가 훨씬 어렵다”고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현재 극장에서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일본 바이어들이 한국영화 구매를 유지하는 이유는 탄탄한 부가판권 시장을 믿기 때문이다. 안정원 쇼박스 해외팀장은, “한류로 상승한 판권금액에 비해 비디오시장의 수익이 아직은 버틸 만한 정도란 게 일본 바이어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한때 홍콩영화와 일본영화가 차지했던 틈새시장에서 현재는 한국영화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는 영진위 김혜준 사무국장의 말처럼, 아직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 비관적 시각을 가질 이유야 없겠지만, 문제는 현재 한국영화의 호조가 일부 스타들의 인기에만 기반한다는 점이다. 정태성 쇼박스 이사는 “한국영화를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외국영화 중 하나”로 안정되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거품으로까지 묘사되는 이 불안한 구조가 흐트러져 한류가 말 그대로 한번 왔다가는 물결로만 남을 경우, 한국영화가 떠안을 상처는 적지 않다. 한류를 명분으로 더욱 치솟은 스타들의 개런티도 그렇지만, “우리에게 홍콩영화가 그랬듯, 한번 애정이 식으면 다시 복원되기 힘들다”는 한 영화계 인사의 지적처럼 다시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거대자본 속속 유입 ‘머니게임장’ 우려

DVD 시장은 여전히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자본을 앞세워 충무로에 진입하는 이동통신사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자본의 충무로 입성이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콘텐츠 확보를 일차적 목표로 삼아 충무로에 닻을 내린 이들은 기존 CJ나 쇼박스보다 ‘0이 하나 더 많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진출이 부족한 한국 영화계의 자본을 확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은 틀림없지만, 일말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기업 중심의 메이저 체제가 강화되고 기존 부가판권 시장이 타격을 입는 것 외에도 막대한 자본의 흐름을 좇는 세력들을 충무로로 꼬이게 해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충무로의 각 제작사와 매니지먼트들은 합종연횡의 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대기업 지배체제가 굳어짐에 따라 이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은 MK픽쳐스 대표가 “시네마서비스가 CJ와, 싸이더스가 KT와 관계를 맺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메이저와의 창구를 열어놓기로 했다”거나 김동주 쇼이스트 대표가 “이제부터는 다른 업체들과의 결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하는 이면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하지만 문제는 KT와 SK텔레콤이라는 대자본의 투자 또는 이들로부터의 인수를 겨냥해 급조되고 있는 기업들의 결합이다. 한 업체는 여러 개의 제작사를 매집했고, 한 업체는 투자·배급, 매니지먼트, 드라마 제작사 등을 엮어 종합엔터테인먼트 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요즘 어디와 합쳐서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하자는 전화를 하루에 두통씩 받는다”는 황우현 튜브픽쳐스 대표의 말은 요즘 충무로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가뜩이나 다른 투자처가 없어 금융권이 충무로를 주목한다”는 한 투자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고려하면 자칫하면 충무로가 단기차익을 노리는 금융권의 ‘머니게임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이 게임에서 승리한다면 해당 업체는 화려한 자본의 세례를 받겠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이름만 바뀐 채로 꾸준히 외부에서 자본이 충무로로 들어오고 있지만, 내재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이다. 일부 제작사만이 상장을 통해 나름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다수의 영화관계사들은 자기 자본을 축적하지 못한 채 투자자의 주머니만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제작사들이 남의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구조화된 탓에 자본의 효율성을 생각지 않는다”는 한 영화인의 지적은 영화사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하자는 의견으로 이어진다. 제작사에 전문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전문은행의 창립, 제작사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투자사가 공동으로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토록 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공론화되지는 못한 단계다.

위기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

과연 한국영화는 위기인가. 매니지먼트와 제작자의 대립, 한국영화의 흥행부진 등 표피적인 현상만을 놓고 위기라고 떠드는 일부 언론의 태도를 볼 때 이런 질문은 큰 의미가 없는 듯 느껴진다. 대립이야 해결국면이 존재하는 법이고 몇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면 이런 위기론은 언제든 꼬리를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 한국영화가 위기 아닌 적이 있었냐. 중요한 것은 위기라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위기의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는 이승재 대표의 이야기처럼, 흥분된 위기론을 설파하기보다는 시시때때로 위기징후를 만들어내는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결함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

결국 한국영화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속되고 있는 마이너스 수익률의 극복이다. 좁은 부가판권 시장, 불투명한 해외시장, 치솟는 제작비, 극장과 투자자본간 수익배분의 불균형 등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유지되는 한,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고 한류가 붐을 일으키고, 몇편의 영화가 큰 흥행성적을 거둔다 해도 제작·투자쪽의 수익률은 궁극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속적인 수익률의 부진은 결국 자본을 지치게 할 것이고, 해외의 거품을 걷어낼 것이며, 한국영화가 높아진 눈높이의 관객으로부터 외면받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산업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격변기 한국 영화산업에 정말 필요한 것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환부를 대충 가려줄 일회용 밴드가 아니라, 상처를 깨끗이 아물게 해줄 전문의의 손길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원 대상 설문

한국영화산업이 위기라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수익률 악화 > 매니지먼트, 제작, 배급의 제살 깎아먹기식 충돌 > 부가판권시장 침체 >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 자본 부족> 이통사 시장 진입에 따른 과열경쟁 및 혼란 > 해외시장 부재 >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 관심 감소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해 관객 수가 하락한 원인은.

한국영화가 관객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7명)

한국영화뿐 아니라 전반적인 라인업이 약했다(6명)

불법 온라인 동영상이 너무 퍼져 있다(5명)

체감 경기가 나빴다(2명)

지난해가 유별나게 흥행이 좋았을 뿐 올해 상반기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1명)

한류로 촉발된 해외시장 개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우들에 국한된 본격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선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13명)

머지않아 한류 열기는 멈출 것이고 해외시장 개척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5명)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미국으로 순조롭게 개척될 것이다(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