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친절한 금자씨> 엿보기 [2] - 조연 6인
2005-07-26
글 : 문석
글 : 이종도
조연, 카메오, 스탭 12인이 말하는 <친절한 금자씨>

김부선 / 우소영 역

“내 얘기다, 나도 15년 만에 복수를 시작했거든”

-어떤 역할인가.

=수술비가 없어 은행강도를 했다가 감옥에 들어온 여성 역할이다. 감방에서 만난 금자로부터 생명을 얻는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금자가 출소한 뒤에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철공소에서 사제총을 만들어준다. 입은 걸지만 의리있고 센 여자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배우 생활 20년 동안 감독에게 영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새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같이 일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그때 박찬욱 감독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내가 내정된 상황이었더라.

-감회가 어떤가.

=예고편을 봤는데 그렇게 서럽더라. 그게 내 얘기다. 나도 15년 만에 우리 아이의 아버지에게 복수를 시작했거든. 그동안 나는 아이 호적에 양어머니로 올라 있었는데, 엄삼익 변호사의 도움으로 호적도 옮겨왔고 양육비도 받게 됐다. 이제 위자료도 많이 받아서 미혼모센터를 도와주는 게 내 꿈이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페미니즘영화 같다. 여성들이여 뭉쳐라, 딸들이여 뭉쳐라, 라고 말하는 영화다. 감독은 날보고 딴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남자들 X도 아니지 않냐.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이 영화의 비밀이라기보다는 극중에서는 금자가 13년 만에 나를 찾아오는데 현실에서는 지난해 임수경이 15년 만에 나를 찾아왔다. 1989년 대마초로 걸렸을 때 임수경을 만났는데 너무 예쁘고 용감해서 잘했다고 격려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나를 찾아왔었다. 내 소개로 박 감독은 임수경으로부터 여자교도소 내부에 관한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

오달수 / 장씨 역

“여성적인 대머리 장씨처럼 아이러니한 영화”

-어떤 역할인가.

=장씨라고 있거든. 금자가 복역하고 있을 때, 죄수를 상대로 자원봉사하며 제빵기술을 가르치는 빵기술자인데 금자의 솜씨를 보고 삶의 용기를 얻어 서울로 올라와서 빵집을 차린다. 금자가 출소 뒤 장씨 빵집에 온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올드보이>가 나를 만든 작품인 만큼 다시 박찬욱 감독과 하고 싶었다. 이번엔 착한 역할을 주기로 했는데 탈모증 있는 아저씨지만 무척 여성적인 역할이 주어졌다. 그러나 등장 횟수는 많지 않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아이러니한 영화다. 내가 애초에 장씨를 대머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 했는데 그러면서도 여성적으로 가자고 했다. 그러면 아이러니하니까. 금자가 감옥에 있을 때는 착하고 친절하다가 나중에 빵집에서 함께 일할 때는 가불을 해달라며 계좌만 달랑 써놓고 나가는 등 당돌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런 모습도 아이러니하다.

-재미있는 장면은.

=내가 제빵 기술을 가르치는데 금자가 나중엔 더 잘하게 된다. 금자가 만든 초콜릿 무스는 평범한 재료였는데 결과는 왕이나 먹을 법한 것이었다. 금자가 만든 걸 맛보고 죽을 뻔했다고나 할까.

김시후 / 근식 역

“천사의 탈을 쓴 악마 금자씨를 보았다”

-어떤 역할인가.

=순수하면서도 여린 마음을 가진 스물한살 청년으로, 제과점에서 일하다가 금자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게 된다. 여자, 그러니까 금자씨 앞에서는 강한 척하기도 한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성장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보신 것 같았다. 고향 청주에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한번 보자고. 찾아갔더니 주로 학교 생활이나 취미 생활 같은 사적인 것만 물어보시더라. 아, 실제의 나는 열여덟살,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내가 나오는 부분만 근거로 말하자면, 금자씨의 천사 같은 얼굴에서 악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섬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자의 본심이 사랑임이 드러난다.

-힘들었던 장면은.

=운전하는 장면이다. 촬영 며칠 전 현장에서 배웠는데, 한적한 도로여서 다행히 잘 찍을 수 있었다. 담배 피우는 장면도 어려웠다. 감독님이 리얼함을 원해서 마음에 드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한갑 정도를 피웠다, 켁. 그리고… 이영애 선배님과 침대 위에 있는 장면도…. 베드신이라기보다는 정말로 그냥 침대 위에 있는 장면인데도 막상 당일이 되니까 긴장되더라.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나는 빵 만드는 연기를 했는데, 그게 먹음직스럽게 생겼어도 먹어선 안 된다. 촬영을 오랫동안 해야 하므로 방부제도 듬뿍 넣었고 많이 오래된 것이었다. 게다가 스탭들이 만지작거리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그것도 모르고 누군가 먹었다고도 하던데….

고수희 / 마녀 역

“전도사가 돌변하는 모습이 영화의 전환점”

-어떤 역할인가.

=바람난 남편과 정부를 죽인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사람이다. 죄수를 괴롭히는 게 주요 일과다. 그래서 별명이 마녀다. 원래 포악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보인다. 특히 포악해질 때는 간통으로 들어오는 죄수를 받을 때다. 밤새 모기를 잡으라는 둥 여러 가지를 주문하며 괴롭힌다. 욕실에선 간통으로 들어온 그 여자한테 뭔가 안 좋은 일을 시키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라니.

=음… 그냥 영화 나오면 봐라.

-금자씨랑은 어떤 관계인가.

=마녀가 원래 위장이 강한데 언제부터인가 시름시름 앓고 병이 든다. 금자가 친절하게 도우미처럼 잘 돌봐준다. 밥도 먹여주고.

-여자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은데 특별히 취향이 있나.

=마른 여자들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연락이 왔기에 무조건 하는 거구나 했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쓴 <선데이 서울>에서 내가 사교 교주 연기를 한 게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박 감독님의 색깔이 잘 묻어 있는 것 같다. 복수 시리즈의 연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이 여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잖나. 그렇다고 여자들의 이야기 묘사가 잘되어 있다는 게 아니라, 다루는 방식이 특별하다.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전도사를 유의해서 보라. 전도사가 돌변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전환점이다.

김병옥 / 전도사 역

“재미있고 코믹하고, 이상한 복수극이다”

-어떤 역할인가.

=금자가 형을 받고 13년 반 동안 감옥에 가게 되는데, 현장 검증을 할 때 TV에 나온 금자를 보고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여겨 교화를 결심하는 전도사다. 13년 동안 교화를 시켜서 정말 천사 같은 금자를 만들겠다고 하는 거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시나리오 보고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인 기승전결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독특하고, 재미있고, 코믹하다. 이상한 복수극이다. 감옥에서 이금자가 친절한 여자로 알려지는 것도 독특하다. 친절하다는 게 일반적으로 친절한 게 아니고 복합적인 거야. 13년 반 동안 복수를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위장을 한 거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내가 전도사랑 어울리는 얼굴도 아니고. 아마 나이 먹고 어디 갈 데 없는 사람이라 시킨 게 아닐까. (웃음)

-그냥 신념의 교화 과정이라면 박찬욱 영화와 잘 안 어울릴 것 같다.

=금자가 처음엔 친절해 보이고 천사 같다. 전도사는 자기 신념을 가지고 계속 교화를 하지만 출소 뒤에 금자를 환영하러 나갔다가 금자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금자네 집까지 찾아가서 다시 교회를 다니라고 하지만 금자가 개종했다는 소식에 크게 실망한다. 그때부터 관계가 깨지기 시작하는 거지.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전도사가 가난하게 혼자 살다가 세월 때문에 확 달라진다. 그 변신은 영화를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비밀이다. 금자가 출소하는 날 합창단원이 전부 입고 나오는 옷이 특이한 빨간색 복장이다.

이대연_교도소장 역

“복수 시리즈 가운데 세면서도 코믹한 작품”

-어떤 역할인가.

=금자가 있는 교도소의 소장이다. 제빵기술을 가르치러 온 장씨가 초조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녹차 시폰을 시식하는 장면과 금자가 그 안에서 재소자 갱생 웅변대회를 할 때 감동적인 신앙간증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두 장면에 나왔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금자가 들어가게 된 감옥의 방장이 제일 고참인데 일명 마녀다. 그녀가 감옥에 들어오게 된 사연이 정말 ‘세다’ 싶은 게 있었다. 복수극 시리즈 가운데 세면서도 코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오광록 선배 등과 내가 복수 시리즈 삼부작을 다 하게 됐다. 나도 모르게 이 복수 시리즈는 조그만 장면이라도 계속 나오게 된다.

-금자의 감옥 생활과 제빵 솜씨는 어떤가.

=모범적인 죄수다. 기독교적인 사랑의 의미를 새로이 깨닫게 되었다는 유의 대사로 웅변대회에서 큰 박수도 받는다. 금자는 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게 한다. 케이크 솜씨가 정말정말 천국의 맛이다. 크림시폰 케이크로 기억하는데 교도소장이 시식하면서 감격해 한다.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교도소는 청주의 교도소가 섭외가 안 돼 폐쇄된 담배 제조창을 개조했다. 교화된 죄수가 나와서 복수하는 거라 섭외가 안 돼더란다. 명색이 여자교도소 소장인데 강당신 말고는 없어서 다른 감옥 내부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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