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 킬러 역(카메오)
“박 감독 담배를 끊어서 그런지 보양식을 즐기던데”
-어떤 역할인가.
=영화의 중·후반쯤 등장하는데 백 사장(최민식)이 고용해 금자씨를 노리는 킬러다. 코믹하다든지 비장하다든지 그런 킬러가 아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다. 금자를 납치하려다가 당하기도 하고 그런 장면 등 몇 부분에 나온다. 더이상은 말할 수 없다. 티내는 카메오가 아니라 그야말로 캐릭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예전부터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이 영화를 ‘복수 삼부작’이란 개념에서 완성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리즈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의 영화인 만큼 작은 역이라도 맡을 계획이었다. 박 감독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복수 시리즈 1부인 <복수는 나의 것>에 나왔던 사람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이야기 구성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다. 두 작품보다 대중적인 요소가 더 많은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영애라는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모습이 담긴 게 아닌가 생각된다.
-힘들었던 장면은.
=이영애를 때리는 장면이다. 엄청나게 때려야 했는데 힘들었다. 이영애에게 부상을 입히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살살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영애의 열정과 성의는 장난이 아니다.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박찬욱 감독이 담배를 끊어서 그런지 보양식을 즐기더라. 자라탕인가 하는, 그런 음식을 많이 먹어서… 으헤헤헤… 아마도 정력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정정훈 / 촬영감독
“언밸런스한 리듬에 맞춰 화면도 거칠면서 부드럽게”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올드보이>와 <쓰리, 몬스터>의 촬영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감독님에게서 안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박찬욱 감독님이 나보고 다른 촬영기사의 연락처를 알아봐달라고 하기에 ‘일정상 그들은 안 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웃음) 사실을 말하자면, 내가 <남극일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함께하기로 했다.
-촬영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이번 영화는 카메라 움직임이 적다. 그러다가 3분의 2 지점부터 움직임이 많아진다. <올드보이> 때보다 더 배우의 감정을 따라야 했는데, 핸드헬드가 아니라 돌리(카메라를 레일 위에 놓고 수평이동시키는 촬영)숏으로 찍다보니 마음대로 안 됐다. 여러 인물을 다양하게 찍을 수가 없더라. NG도 많이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언밸런스한 코미디라고 할까. 소재가 복수하는 것이 적절하게 녹아 있을 뿐이지 굉장히 불균형한, 코미디다. 유쾌하진 않지만 불쾌하지도 않은 그런.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화면을 뽑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박찬욱 감독은 아주 철저한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또 아주 충동적인 것 같지만 또 아주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오래전부터 계산된 것도 즉흥적으로 보이게 하는 면이 있다고 할까. 이 영화만 해도 옆에서 본 사람으로서는 아주 즉흥적으로 기획된 것 같은데, 전작과 교묘한 관계를 갖는 것으로 봐선 이 작품을 위해 앞의 두편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박현원 / 조명감독
“다른 복수극보다 순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난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복수는 나의 것>부터 박찬욱 감독 영화에 죽 참여해온 연장선상이겠지.
-박찬욱 감독과 오래 작업을 했다.
=박 감독이 인간적인 면이 있고 의리가 있다. 미학적으로도 내 조명 스타일을 박 감독이 좋아하는 것 같다. 대개 촬영하는 사람은 초록색을 싫어하는데 <복수는 나의 것>을 할 때부터 새로이 시도해봤다. <올드보이> 때도 화면에 전체적으로 녹색이 깔려 있지 않나. 박 감독과 나는 녹색 느낌을 내주는 필터를 ‘곰팡이 필터’라고 부르는데, 그것에 대한 선호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 조명 컨셉은.
=이전과 달리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게 괜찮겠다고 생각해 그런 필터를 썼다. 금자의 이성적이고 차갑고 냉정한 면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인물을 조금 밝게 조명했다. 정상적 노출보다 약간만 밝게 해도 그런 효과가 났다. 이영애의 얼굴이 워낙 하얗다보니 효과가 나더라.
-아쉬운 점이 있었나.
=교실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이 있는데, 바깥에 눈이 오고 달빛이 비치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세트를 짓고 싶었다. 제작비 문제로 로케이션 촬영을 했는데 조명 책임자로선 약간 아쉬운 마음이 있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을 찍으면서는 표현이 너무 강해서 스스로도 몸서리치고 그랬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강도는 상당히 낮은 영화다. 감독도 복수를 그렇게 강하게 표현하는 게 싫다며 순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번에도 좀더 강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조영욱 / 음악감독
“비발디 음악으로 한 여인의 감성을 표현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음… 나는 이 영화의 제작자 중 하나다. 모호필름이 박찬욱 감독과 내가 합작한 건지 몰랐나. 뭐 그게 아니더라도 <올드보이> 때도 함께 작업했으므로 박 감독이나 나나 서로가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음악 컨셉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여자가 주인공이고 복수 삼부작의 완결편이라는 점을 고려해 음악에 대한 컨셉을 잡아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올드보이>의 이 뽑는 장면에 나왔던 비발디 음악을 좀더 확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발디 곡이 많이 쓰였다. 아예 크레딧에 작곡자 이름으로 비발디 이름 올릴까 생각 중일 정도다. 일단 비발디 음악은 섬세하고 바이올린 선율이 강조된 게 많아 여성을 표현하기에 좋다고 판단했고, 금자에게 조금은 종교적인 이미지를 더해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올드보이>처럼 새로 작곡한 곡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연주는 기존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연주자들을 모아서 진행했는데, ‘모호 바로크 앙상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한마디로 말하라면 박 감독 영화 중에서 최고로 서정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 가지.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이 비밀에 부쳐지는 것과 관련해 ‘상당한 반전이 있나보다’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비밀은 이 영화에는 어떤 반전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전을 기대하고 오면 이 영화가 재미없어진다. <친절한 금자씨>는 ‘반전 영화’가 아니고 그저 한 여인에 대한 영화이다.
조상경 / 의상팀장
“촌티패션도 이영애가 입으니 복고풍을 만들더라”
-의상 컨셉은.
=감독님은 애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 첫 장면에 대한 오마주 차원에서 금자에게 녹색 코트를 입히길 원했다. 하지만 <붉은 사막>의 그 장면이 무채색 톤인데 비해 금자는 그 코트를 입고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탓에 터키 블루색 계열을 선택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복고다. 금자는 고등학교 시절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날나리였지만, 감옥에 있는 13년간 패션감각 또한 정지됐다고 봤다. 그래서 너무 트렌디한 옷을 배제하고 70∼80년대 복고 스타일로 의상을 만들었다.
-그래도 패션감각이 있어 보이던데.
=진짜로 촌스럽게 해야지, 하면서 땡땡이 무늬 원피스를 만들어 갔는데, 이영애의 출중한 외모 때문에 예쁘게 보였다. 의도가 완전히 빗나갔다. 후줄근한 초록색 트레이닝복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영애는 현장검증 장면을 찍을 때 맨발에 고무신을 신으니까 감정이입이 팍팍 된다고 하더라.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평생 만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 이야기 구성이나 캐릭터 설정이나 이런 부분은 그동안 했던 작품 중 가장 낯설었다.
-당신이 아는 이 영화의 비밀 한가지.
=최민식씨 같은 경우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안경을 썼다고 하더라. 또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양이와 생선이 그려진 넥타이를 매게 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탐냈다. <올드보이> 때는 유지태가 착용했던 피묻은 넥타이를 기념으로 가져간 적 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고양이 마니아라 해도 품격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절대 드릴 수 없었다.
조화성 / 미술감독
“금자씨의 주요 색은 빨간색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쓰리, 몬스터>에서 콘티 작업을 했던 인연이 있다. 프로덕션디자이너 아니냐고? 맞다. 그 일을 하면서도 콘티 작업도 해왔다. 미술 작업을 10년 정도 했는데 예전에는 미술감독이라고 해봐야 감독과 소통도 안 되고 해서 콘티를 시작했던 거다. 그러다가 <찍히면 죽는다> 등의 작업을 함께했던 정정훈 기사의 추천으로 <쓰리, 몬스터>에서 일하게 됐고, 어찌어찌하다 <친절한 금자씨>에 합류하게 됐다.
-미술 컨셉은.
=복수 시리즈의 전작 두편이 드라마나 미술적으로나 공통점도 있고 차별성도 있고 한데, 그중 마지막 편이니 애로사항이 있다. 또 <친절한 금자씨>에는 대략 60개의 공간이 등장해, 미술을 하는 입장에선 만만치 않았다. 우선, 컬러로 공간이나 인물을 압축적이고 심도있게 설명하기를 원했다. 금자의 주요 색은 빨간색이다. 색에 대한 분석에서는 빨간색은 용기의 컬러이고, 성으로 구분하자면 남성의 색이다. 연약한 몸으로 남자를 상대로 복수를 하려면 무시당하면 안 되고 강해보여야 한다. 공간으로도 교도소나 출감 뒤 금자가 사는 집도 붉은 느낌을 보이려 했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우리끼리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인데 ‘친절한 금자씨’가 아니라 ‘피곤한 금자씨’다. 집이 나오긴 하지만 하룻밤 자는 것을 빼고 금자는 감방에서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돌아다닌다. 13년 동안 감옥에 있었으니 그러고 싶었겠지만 정말 분주히 여기저기를 오간다. 얼마나 피곤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