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씨만 보지 말고 우리도 봐주세요
1. 조명부 강헌씨가 천장에 조명기를 매단 뒤… ‘아랫마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조명 스탭뿐 아니라 우리 촬영팀 또한 부감숏을 찍기 위해 좁은 나무 바 위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하곤 한다. 이렇게 아래를 보면 문득 ‘아랫마을’이 되게 부유하게 느껴진다. 모니터 주변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먹을 것도 많고…. 다른 사람들도 뒤쪽과 함께 가끔 위도 쳐다봐줬으면.
2. 파주세트장에서 부감숏을 찍기 위해 천장에 매달린 나무 바 위에 올라서 찍은 사진. 감독님 주변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긴 나 혼자다. 사실, 집중력을 요하는 현장에서는 감독급 스탭밖에 눈에 안 들어올 때가 많다. 그러다가 이렇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리 뒤에 얼마나 많은 스탭들이 일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올라와보면 바쁘더라도 가끔 뒤를 돌아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들은 누가 막을 수 있소이까
1. 송종희 분장팀장은 항상 카메라에 달린 모니터에 찰싹 붙어 있다. 나보다 더 오래 박찬욱 감독의 조력자로 일해온 그는 화면 속 배우의 모습을 시종 살핀다. 배우들이 가장 원하는 분장팀장답게 배우가 기분 나쁠 때는 그가 달래서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하고, 그가 안 좋은 상태일 때는 배우들이 달랜다.
2. 프로덕션디자이너 조화성. 그는 닭띠다. 고무장갑 볏슬도 있다. 자주 저렇게 자신이 닭임을 증명하려 애쓴다. 그리고 그는 스탭들이 꿀꿀하게 있는 꼴을 못 본다. 그는 자신의 몸을 희생함으로써 스탭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한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야 작품도 잘 나온다는 지론이 있기 때문이다.
3. 방금까지 만주벌판에서 개장사를 하다 돌아온 듯 털모자를 쓰신 박현원 조명감독님. 그가 모자를 쓰고 있으면 일이 잘되고 있는 상태고, 있는 건 뭔가 잘 안 될 때다. 박 조명감독님은 예전에 뇌출혈을 일으킨 적이 있어, 스탭들은 겨울철 촬영에 나선 그로 하여금 모자를 못 벗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런 와중에도 모자를 벗으신다면 엄청 바쁘거나 뭔가 답답하다는 징표다.
사진은 제 전문인데요… 쩝
1. 현장에 카메라가 딱 한대이던 시절도 있었겠지만, 바야흐로 디카의 시대를 맞아 수많은 스탭들이 셔터를 놀리고 있다.
2. 티저 포스터 시안이 나온 날. 일산 빵집의 내부 공간이 비좁아 외부에 설치한 텐트 안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이영애씨가 티저 포스터 시안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다. 아니 그 사진 주인공, 이영애씨 아니던가요?
3. 촬영을 시작하기 전 뷰파인더로 앵글을 바라보다가 감독님의 카메라와 마주치면 적이 당황스럽다. 감독님이 나를 당황시키는 진짜 이유는 사진을 너무 잘 찍는다는 점이다. 스탭들이 감독님의 사진을 보면서 ‘이 장면 정말 좋다’, ‘영화보다도 느낌이 좋은데’라고 눈치없이 이야기할 때 좌불안석이 된다. 거기, 카메라 앞에 계신 분, 좀 나와주실래요?
4. 박찬욱 감독님이 이영애씨의 사진을 찍는다.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출신답게 감독님의 사진 실력은 아마추어 이상이다. 감독이라서였을까, 긴장해서였을까?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꼭 녹음팀 스탭은 붐마이크를 들이댔다. 여봐, 디지털 사진엔 녹음이 안 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