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소설 <DMZ>), <살인의 추억>(연극 <날 보러 와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소설 <위험한 관계>), <올드보이>(동명 만화). 최근 충무로가 거둔 가장 큰 수확들이 각색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화가 모든 예술의 부문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강한 친화력과 잡식성의 예술이라는 뜻도 될 것이고, 21세기 예술의 총아가 영화라는 뜻도 될 것이며, 한편으로 일급의 시나리오 작가가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위기설이 도는 충무로에 주목할 만한 원작 각색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군사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18년간의 애끓는 그리움과 좌절을 담은 곡진한 사랑 이야기인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을 임상수 감독이, 1905년 멕시코에 팔려간 한국인 1033명의 운명을 다룬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을 이재한 감독이, 도박판의 세계를 긴장감 넘치게 구성한 허영만의 만화 <타짜>를 최동훈 감독이, 사람 잡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그린 강풀의 만화 <아파트>를 안병기 감독이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원작자와 감독을 만나 이들의 머리 속 스크린을 미리 중계해드린다. 고맙게도 그들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썰렁하게,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을 회화적인 말솜씨로도 풀어내주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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