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내가 매력적이었나, <맘보킹>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2000-02-01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누구보다 스크린을 뜨겁게 만드는’ 배우. 여성을 위한 잡지 <플레이걸>은 안토니오 반데라스(39)의 누드에 찬탄을 보낸다. <맘보킹>의 젊은 외국배우가 주목을 받은 것도 영화보다는 마돈나의 공연 실황을 담은 <진실 혹은 대담>에서의 언급 때문이었다. 남성댄서들을 희롱하고 오럴 섹스를 주도하면서 대담한 고백을 시도하는 마돈나는 영화 내내 흐르는 숨가쁜 열정과 성역할의 전복 사이에 반데라스를 집어넣었다. 영화 제목 그대로, 노골적인 욕망을 대담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남유럽의 햇빛을 담은 듯 진한 갈색의 피부를 가진 반데라스는 한순간에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느긋하면서도 에너지로 충만한 맘보의 선율, 먼지가 휘날리는 <데스페라도>의 사막 역시 이 라틴계 배우의 혈통을 지나치게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반데라스의 말처럼, 그는 “할리우드에 온 뒤로, 한번도 제대로 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다.” <데스페라도>와 <마스크 오브 조로>에서 시작도 감지하지 못한 채 몰입하는 사랑은 그저 액션 영화의 쉼표와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진한 눈동자와 어둡게 물결지는 머리칼이 특별할 것 없는 고향 스페인에서 반데라스는 더이상 마음 아플 수 없는 사랑의 끝에 놓였다. 자신을 윤간한 남자들에게 총을 드는 <안나 이야기>. 안나를 처음 보고 성심껏 사랑하는 반데라스는 복수의 끝에서 죽어가는 연인을 그저 가슴에 안을 수밖에 없는 신문기자를 연기한다. 아직도 할리우드에 빼앗긴 반데라스를 아쉬워하는 알모도바르는 불안정하면서도 충실한 사랑을 하는 청년으로(<욕망의 낮과 밤>), 살인의 기억과 통제할 수 없는 욕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투우사 지망생으로(<마타도르>) 반데라스를 동요하게 했다. 그의 영화들에서 반데라스는 자신의 매력을 본능적으로 자각하면서도 스스로 인정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라틴의 핏줄을 손쉽게 길들이는 할리우드에서도 반데라스는 항상 다른 방향으로 엇나갔다. 알모도바르의 <욕망의 법칙>에서 가져온 게이의 계보를 <필라델피아>에 접속시키면서, 반데라스는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아만드가 되었다. 가장 오래된 뱀파이어이며 루이스(브래드 피트)에게 영생을 가르치는 아만드는 게이들을 지지자로 끌어들였다. 눈물을 가득 담은 섬세한 연인에서 제어하지 못할 열정을 품은 난폭한 숭배자로, 그리고 게이들의 추앙을 받는 독특한 섹스 심벌까지, 반데라스는 라틴의 스테레오 타입을 거부해왔다. 좀더 정돈되어 있으나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이집트 출신의 오마 샤리프는 “<13번째 전사>에서 반데라스와 연기하며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고 말했다. 또 <리쎌웨폰>의 감독 도너는 그를 멜 깁슨에 비유했다. 하지만, 반데라스는 “연기의 힘으로 속박을 극복했다”고 한 술 더 뜬다.

영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을 때 <맘보킹>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반데라스에겐 “새로운 도전이 즐겁다.” 세련된 아랍의 시인과 피냄새에 광분하는 북구의 전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13번째 전사>의 아메드 역시 반데라스의 익숙한 모습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그리고 그는 온몸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섹스, 그 자체와도 같은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비튼다. 예수의 비밀을 찾는 신부(<더 바디>)와 처절하게 얼굴이 망가지도록 얻어맞는 권투선수(<Playing it to the Bone>)는 라틴계 배우에게 그리 흔한 역할이 아니다. <영혼의 집>에서 신분을 거역하고 백인 처녀를 사랑했던 인디오 청년 반데라스는 이제 할리우드에서도 스페인계에 주어진 이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사진제공 젊은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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