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 스턴트맨이 사는 법 [4] - 서울액션스쿨 ②
2005-09-10
글 : 문석
사진 :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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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신성일(26·가운데)씨를 비롯한 세명이 ‘레펠’ 훈련을 하고 있다. 성일씨는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중천>을 대비해 다양한 와이어액션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교육생으로 들어와 스턴트 경력 2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와이어를 타는 건 전혀 무섭지 않다. 줄을 잡아주는 사람을 믿으면 되니까”라고 말한다. 그는 체구가 날씬하고 몸놀림이 가벼워 와이어 훈련을 자주 하고 있는데 “와이어를 타고 공중돌기 등을 하는 기량까지 익히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싫은 티 하나 안 내고 각종 와이어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2/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와이어 액션의 보조장치로 사용되는 ‘디셀레나’와 ‘에어램’을 놓고 스탭들이 연구하고 있다. 디셀레나는 위쪽의 검은 박스처럼 생긴 것으로, 공기압을 이용해 와이어를 순식간에 당기거나 풀 수 있다. 고공에서 뛰어내릴 때 안전한 제동을 도와주고 횡점프를 할 때 순간적으로 높이 뛰어오르게 해준다. 그 아래에 있는 게 에어램으로, 발판을 밟으면 튀어올라 고공점프를 가능케 한다. 모두 미국에서 구입한 고가의 장비인데다 액션스쿨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조됐다며 ‘비밀유지’ 차원에서 가까이서 보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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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에이 진짜, 이렇게 하는 거라니까.” 이홍표 서울액션스쿨 대표가 에어램을 발판 삼아 멀리 점프하고 있다. 역시 관록의 힘이란. 1993년 스턴트계에 입문해 정두홍, 양길영 감독 등과 함께 98년 서울액션스쿨을 만들었던 그는 “이제 스턴트도 전문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한다. 액션스쿨만 해도 각종 장비를 관리하고 연구하는 장비팀, 자동차액션을 전담하는 ‘F1’, 오토바이 스턴트를 개발하는 ‘뉴 피스톤’ 등으로 분화됐으며, 각 무술감독도 자신에 맞는 액션을 특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5/ 드라마 <구미호 외전> <천년지애>에 참여했던 권승구 감독이 검술 액션 시범을 보인다. <태왕사신기> 등 사극을 앞두고 있는 탓인지 그의 표정은 리얼했고, 칼을 옆구리에 꽂은 정윤헌씨도 덩달아 처절한 모습으로 연기한다. 스승인 유창국 감독으로부터 “주인공의 액션을 리액션으로 받아주는 것에서는 아시아 최고”라는 칭찬을 들었다는 권 감독은 “맞는 것을 먼저 알아야 때리는 것도 알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봐야 장비도 제대로 다룰 줄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6/ 보라매체육관은 88올림픽 당시에는 ‘쿤스트 디스코’라는 이름의 디스코테크였다. 여의도에 설치돼 있던 이 건물은 독일이 기증했던 것으로, 그때만 해도 개성있는 양식미를 자랑했었다. 1992년 해체돼서 보라매공원에 재조립된 이곳은 한국체육진흥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한국 스턴트 액션의 터전은 보라매공원 조성공사에 따라 머지않아 헐릴 예정이며, 서울액션스쿨은 올해 12월 파주에 신설되는 전용 체육관으로 이주하게 된다.

7/ 액션은 몸으로만 하는 거라고? 서울액션스쿨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게 바로 그런 편견 가득한 이야기다. 액션스쿨뿐 아니라 요즘 무술감독급 스턴트맨들은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또는 새로운 액션을 연구하기 위해 직접 콘티를 만든 뒤 디지털캠코더로 액션장면을 찍고 프리미어 같은 편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리듬감 있게 편집을 한다. 이 ‘동영상 콘티’가 있으면 현장에서 액션을 짤 필요가 없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정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김원중(오른쪽) 사무장이 며칠 전 후배들과 함께 찍고 편집한 2분30초짜리 동영상을 놓고 액션스쿨 스탭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