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충무로 소재 공장 <인간극장> [3] - 인간극장 원작 영화 ①
2005-11-30
글 : 문석
사진 : 오계옥
<충칭의 별><충칭의 별 그후 일년> 원작으로 한 <충칭의 별 이장수>

2000년 겨울, 중국 충칭(重慶)의 축구 경기장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사상 최초로 중국 FA컵 결승전에 진출한 프로축구팀 ‘충칭 리판’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4만여명의 관중은 연신 “이장수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열악한 사정 때문에 스타 선수 한명 없지만, 관중은 그들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그들에게는 ‘충칭의 별’이라 불리는 이장수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이 더러 일어난다. 이장수 감독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3200만 충칭 시민 중 1천만명이 이장수 감독의 팬클럽 회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충칭 최고의 스타다. 길거리에 나서면 사인 공세 때문에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여학생과 아줌마와 아저씨와 소년,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팬들은 “이장수 감독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해 시즌 초, 어처구니없는 편파 판정에 시달리던 그가 감독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그의 팬들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팀으로 복귀해줄 것을 간청했고, 수십명은 혈서를 써가며 그를 만류했다.

2000년 12월 방송된 <충칭의 별>은 FA컵 결승전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2002년 4월의 <충칭의 별 그후 일년>은 이 감독이 충칭에서의 4년을 뒤로하고 칭다오 팀으로 옮길 무렵의 상황을 담는다. 두편 모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충칭 팬들의 이장수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황우현 튜브픽쳐스 대표가 이 다큐를 본 것은 2003년의 어느 날이었다. 축구광으로 소문난 그가 이 소재를 놓칠 리 없었다. “축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노력과 땀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영화화는 순조로운 듯 보였다. 이장수 감독으로부터 허락을 얻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로케이션 후보지인 충칭쪽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문제는 시나리오였다. 애초 이 프로젝트를 맡았던 감독은 꽤나 오랜 시간을 들였지만 결국 영화적인 이야기로 바꿔내지 못했고, 이후 투입된 베테랑 이만희 작가조차 아직 완성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영웅으로만 보이거나, 반대로 아주 칙칙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세심하게 다듬고 있다”고 최문수 프로듀서는 말한다. 이장수 감독의 실제 이야기가 너무나도 극적인 탓에 관객에게 설득력을 주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강화하고 영화적 장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수 감독이라는 실존 인물을 내세울지, 가공의 인물을 창조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차원이다. 한국에서 좀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스포츠영화 장르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되건, 감독과 선수, 팬, 구단주의 갈등을 중심에 놓을 계획이며, 이 감독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또한 주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황우현 튜브픽쳐스 대표 인터뷰

“답은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를 지향하나.

=한 사람에 대한 휴먼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양념일 뿐이다. 축구장면을 아무리 스펙터클하게 찍는다 해도 인물의 드라마가 허약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시나리오로 풀어내는 데 어려움은 무엇인가.

=다큐멘터리에서는 인물들의 살아 있는 표정과 있는 그대로의 상황이 그대로 보이는데, 이를 연기로 옮길 때는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큐에서는 그것을 내레이션으로 보충할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럴 수 없어 고민이다.

-실제 이야기가 너무 극적이라는 점도 고민거리일 것 같다.

=이만희 작가는 다큐멘터리만 보고, 이장수 감독은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자칫 그 인물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럼에도 작업을 어려워한다. 개인적으로 답은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말아톤>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가 시작한 뒤 1시간 안에 그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화적 장치가 필요하다. <말아톤>에서 코치가 초원이에게 물을 주는 장면처럼 말이다.

-허구도 삽입할 것인가.

=영화적으로 포장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실제에서는 이장수 감독이 충칭을 FA컵에서 우승시키는 것은 2000년이고 충칭을 떠나는 것은 2001년이지만, 영화적으로는 우승하는 해에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갈등구조를 만들기 위해 그외에도 이것저것을 집어넣어야 한다.

-감독이 아직 안 정해졌다.

=정말 찾기가 힘들다. 우선 축구를 사랑해야 하고, 드라마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감독이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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