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짐 자무시의 모든 것 [5] - 인터뷰
2005-12-0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우리 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깊숙한 것들은 오히려 이성적이지 않다”

-영화의 도입부에는 ‘이 영화를 장 외스타슈에게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있다. 그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준 것인가.

=헌사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다. 나와 영화적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그의 영화 <엄마와 창녀>는 남성과 여성간의 의사 소통 불능에 관한 매우 아름다운 영화들 중 하나이며, 내 영화에도 그런 요소가 있다. 그리고, 내 작업실 책상 오른편에는 <엄마와 창녀> 세트장에서의 외스타슈 사진과 1981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그의 부고 기사가 붙어 있다. 내가 이 영화의 각본을 쓰면서 열중할 때에도, 환멸을 느낄 때에도 언제나 그는 거기서 나를 보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바라는 뭔가가 그에게 있다는 거다. 시장논리나 타인들의 기대심리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진실인 영화를 만드는 것. 자신의 스타일로 뭔가를 표현하고자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 순수의 정신 말이다.

-<커피와 담배>의 에피소드 중 ‘딜리어리움’에서 빌 머레이와 작업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특별히 그를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건가.

=사람들이 기존의 빌 머레이에 대해 알고 또 기대하는 신나게 떠드는 모습, 거기에 의존하지 않는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했다. 그의 이면을 원한 거다. (내가 보기에) 그는 언제나 익살과 우울의 균형감을 갖고 있다. 그게 빌 머레이고, 그것이 그가 갖고 있는 진귀한 면이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또 한명의 남자 역은 제프리 라이트가 맡은 윈스턴이다.

=윈스턴 캐릭터를 쓸 때 제프리를 염두에 뒀다. 각본에 기반하여 스스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에 그가 관심이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촬영 중 제프리는 어떤 장면을 찍기 전에 종종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단지 에디오피아 영어 악센트를 듣기 위해 에디오피아 대사관 직원을 붙들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과의 어떤 만남도 돈에게는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가 영화 속에는 담겨 있다. 이건 당신의 다른 작품들에도 있는 무언가다.

=통하는 부분이 있다. 내 생각에는, 그게 바로 삶의 소중한 부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무작위성, 또는 기회와 우연,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이끈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계획을 짤 수도 있지만 우리 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깊숙한 것들은 오히려 이성적이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들은 대체로 감정적이고 매우 미스터리하다.

-당신은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일러주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 꼭 얻어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배고픈 자에게 밥을 준 사람으로서 제게 해줄 철학적 조언 같은 거 있으세요?” 영화 속에서 돈이 소년에게 그렇게 질문받았을 때 그가 보인 첫 반응은 “지금 나한테 묻는 거니?”였다. 돈은 그가 배운 한 가지를 떠올려 말한다. 내 생각에 그건 돈이 평생을 살며 배운 정말 단 하나의 철학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삶을 어쩔 수는 없는 거야. 내 생각에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야. 그러니 여기 있는 건 현재뿐이야. 이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전부구나.” 내 생각에 만약 누군가 그런 자세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끝내주는 도인이다. 내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내게 주어진 모든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존재하는 거다. 그게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위 글은 <브로큰 플라워>의 미국 배급사 포커스 피처스가 언론사에 일괄 제공한 인터뷰에서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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